[Opinion] 알 이즈 웰! [시각예술]

영화, 세얼간이
글 입력 2017.04.02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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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들만 간다는 일류 명문대 ICE,
세 얼간이의 유쾌하지만
유쾌하지만은 않은 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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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는 자기 둥지를 만들지 않는다.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고 부화할 때가 되면
다른 알들을 떨어뜨려 버린다.
뻐꾸기의 삶은 살인으로 시작하며
이것은 자연의 이치다. 경쟁하거나 죽거나.”


 40만 명의 지원자를 밟고 올라온 200명의 신입생들에게 인생은 레이스라고 가르치는 ICE 총장 비루 교수. 학생들은 그를 바이러스라고 부른다. 그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짓밟힐 것이라며 학생들을 채찍질한다. 그의 이러한 숨 막히는 인생관은 학생들을 질식시키기에 이른다.

 조이 로보는 모니터가 달린 헬리콥터를 발명하는 중이었는데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두 달간 학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조이는 바이러스를 찾아가 과제 제출 기한을 연장 시켜달라고 부탁했지만, 바이러스는 조이가 보는 앞에서 조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 아들이 과제 제출일을 넘기고 말도 안 되는 헬리콥터 프로젝트나 하고 있다며 올해 졸업을 못할 것이라고 통보한다. 바이러스는 아들이 기차에서 떨어져 죽었음에도 다음날 아침에 강의를 했다며 아버지 핑계는 대지 말라고 덧붙인다. 조이는 헬리콥터를 버리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고, 이 광경을 본 란초는 몰래 조이의 헬리콥터를 대신 완성해 주기로 한다. 란초는 그렇게 완성한 헬리콥터를 3층 조이의 방까지 올렸으나, 모니터에는 목을 메달아 자살한 조이의 처참한 모습이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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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장면은 ‘선생’이라는 지위를 가진 사람이 학생에게 미칠 수 있는 엄청난 영향력에 대해 다시금 체감하게 했다. 비루 교수님을 보며 단박에 고등학교 2학년 필자의 담임선생님이 떠올랐다. 굉장히 치열하게 열심히 사시는 분이었다. 당시 친구의 자살 소식이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안고 담임선생님을 찾아간 적이 있다. 그때 선생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바쁘지 않아서 그래.
가서 바쁘게 공부하면 다 잊혀진단다.”


 무엇이 성공한 인생이고, 행복한 인생인지 아직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때의 나는 뻐꾸기 인생을 살기는 싫었던 것 같다. 그 말을 들었을 때의 기분이 여전히 생생해서인지 조이의 죽음을 확인하는 장면이 시리게 아팠다. 치열하게 사는 것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단지 ‘무엇을 위해’ 치열하게 사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은 너무 안쓰러운 일이 아닐까.



“마음에서 우러나서 공부를 하는 거지,
점수 때문에 하는 건 아니잖아.”

“공부는 부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성취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너의 재능을 따라가 봐.
그럼 성공은 뒤따라 올 거야.”
(사진작가를 반대하는 아버지 때문에
공학자가 되려는 파르한에게)

"바보야 넌 사진을 사랑하는데
공학이랑 결혼하려고 하잖아"
(누나의 결혼 지참금, 병든 아버지,
집안의 모든 부담을 안고 살아가야하는 라주에게)

"내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재를 어떻게 살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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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CE대학에서 ‘기계가 아닌 유일한 사람’이던 란초는 결국 파르한과 라주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파르한이 부모님을 설득시키는 장면과 라주가 반지를 모두 빼고 가서 당당히 면접을 보는 장면은 가장 인상 깊으면서도 아이러니한 장면이었다. ‘그래, 저게 맞지! 저렇게 하는 게 당연한 거지.’라는 생각과 ‘너무 이상적이잖아’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 〈레볼루셔너리로드〉를 보면서도 비슷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의미 있게 산다는 건 대체 뭘까? 그 대답을 찾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둘 수 있는 사람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과감하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질문 말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라는 말이 이렇게나 이상적이고 멀게 느껴지는 데에는 현실이 그만큼 퍽퍽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 이즈 웰, 알 이즈 웰!


 이상적인 삶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낙천적인 믿음을 한번쯤은 가지고 살아도 될 것 같다. 이 영화가 나에게, 혹은 장장 3시간 동안 이 영화에 푹 빠졌던 모든 사람들에게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한다'는 말을 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을, 각자의 가치관이라는 집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큰 기둥 하나를 놓아준 것 같다. 분명 유쾌했지만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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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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