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과학하는 마음- 숲의심연편' 과학을 통해 감정을 이야기하다

글 입력 2017.01.1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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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마음- 숲의심연편' 
과학을 통해 감정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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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과학하는 마음 - 숲의 심연편'
연극의 제목을 들었을 때,
처음으로 들었던 생각은
굉장히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과학과 연극이라니,
마치 토스트에 된장을 발라먹는 것처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과학을 어떻게 연극속에 풀어낼 지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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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여러 순수연극(?)을 봐왔던 나로서는
이번 연극도 기존에 봤던 연극들처럼
급하게 끝내는 스토리, 그리고
조금은 난해한 내용이 나올꺼라 생각하고
사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갔었다.

그런데 공연을 본 후인 지금은
이 연극이 기존의 연극들과는
조금 다른 연극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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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연스러워도 너무 자연스러워
과학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배우들의 사실적인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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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발권을 받고 공연장에 들어간 순간,
나는 연극이 이미 시작한 줄 알았는데,
공연시간까지 10분 남아있었는데도
무대 위에는 이미 배우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능청스럽게 관객이 보이지 않는 듯 자기들끼리 연기를 했다.

사실 말이 연기이지..
혼자 젠가놀이를 하고, 땅콩을 위로 던져서
받아먹는 이런 연기를 했다.

그래서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했는데,
그것이 그 배우님의 캐릭터인 것을 연극이 시작하고 알았다.

그 캐릭터는 나름의 꿈을 가지고
과학연구센터에서 연구원들과 지내는데,
사업가여서 그런지 계산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굉장히 능글능글한 전형적인 사업가 스타일을
너무 잘 보여주셨다.


그리고 과학연구센터에 하얀가운을 입고 있는
연구원들의 캐릭터가 하나하나 너무 사실적이어서
'아, 맞아 저런 사람도 있어' 이러면서
주변 사람들을 생각나게 할 정도였다.

연구원들의 똑부러지는 태도, 과학적인 수치,사례
그리고 가운안에 입고 있는 헐렁한 복장까지...
사실 후레하게 입어도
하얀가운만 걸치면 다 멋있는거 아니까.^^

사실 나는 하얀가운에 대한 로망이 좀 있는 사람인데,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의
과학적인 대화가 왜이렇게 멋있어 보였는지,
그냥 교차지원 하지말고 공대나 갈껄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ㅋㅋ..


기존의 연극을 봤을 때도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다 좋았지만
이번 연극이 더 좋았던건
배우들의 연기가 사실적이어서 더 좋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연구센터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된 느낌이 들 정도로
그냥 정말 현실적이고 담백하다.

그래서 더 몰입이 잘되고
연극을 지켜보는 관객으로서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2. 연극 속의 과학,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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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을
 어떻게 연극속에 잘 녹여낼 수 있을 것인지 
여전히 걱정이 되긴 되었다.

그런데 이 문제도 역시 연극을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이 연극은 단지 어려운 과학용어만 겉핥기 식으로 나열한 게 아니라,
이 연극의 핵심인 동물실험에 대한 
연구원들의 인간적인 감정을 얘기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이라는 자체는 실험을 하고 결과가 나오는 딱딱한 구조이지만,
실험을 하는 주체인 인간은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험을 할 때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이 있다.
즉, 이 연극에선 그런 감정들에 관객들이 공감을 할 수 있었고, 
주제는 과학이지만, 과학 속의 그들의 감정이 이해가 갔던 것 같다. 
그래서 과학은 그저 대화를 이어가는 수단일 뿐이고, 
관객은 그들의 감정을 읽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들어, 연극에서 나왔던 침팬지들의 '유아살인' 은
침팬지들의 고유한 특성이고,
인간은 그것을 방해하면 안되는 것이지만
극 중 강인주 박사는 그 행위를 참지 못하고
어린 침팬지를 구출하게 된다.

과학자의 입장만 생각했다면, 
그 흔치 않은 행위를 보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고
기록하고, 결과를 지켜보면 되는 것이지만 
인간 강인주박사는 그것을 불합리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침팬지들의 위협적인 행동을 멈추게 하고, 
아기 침팬지를 구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관객들은 침팬지의 유아살인에서 
강인주 박사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
모성이라는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과학적인 얘기이지만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연구원들의 인간적인 감정.
이것에 대해 공감하는 식으로 연극을 관람한다면 
좀 더 이해가 쉽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  공감, 꼭 말이 필요한 것일까? 
마지막 장면 고릴라의 '드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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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단연, 마지막 장면 고릴라의 '드러밍'을 흉내낸 
세 여자 연구원들의 드러밍 장면이다.

연극에서 '은혜' 는 연구원 중 한명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는데, 
그가 가정이 있는 남자였기 때문에 남자에게 배신을 당한다.

그 후 그 남자의 캐비닛에 들어가 있다 나올 때,
 다른 '여자'연구원이 그 모습을 보게 되는데
'은혜'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고릴라처럼 드러밍을 한다.
그런데 더 웃긴건, 다른 두 '여자'연구원은
'은혜'에게 무슨일이 일어난 건지
왜 그러는 건지, 묻지 않고 따라서 드러밍을 함께 한다.


사실, 말로 써놓으면 굉장히 어이없고, 뜬금 없고, 
웃기기까지 한 장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장면이 소름돋게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두 여자 연구원들은 은혜가 왜그러는지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그 이상한 행동 '드러밍'을 같이 함으로써 
완벽한 공감을 해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 상황이 공감이 되었다.

만약 은혜가 ' 내가 임신을 했는데, 남자가 가정이 있고, 
지금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라면서 
상황을 말로 주저리 주저리 얘기했다면, 
물론 말로써 같이 '저 나쁜X ,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이제 어떻게 할꺼야?' 라면서 
위로는 해줄 수 있겠지만 드러밍을 할 때처럼 공감을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내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지만 
그들이 나를 이해해주는 구나 라는 위로를 얻을 수 있었을 지 잘모르겠다.
그래서 진정한 공감이란 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 함으로써 서로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진정한 공감이라는 의미가 퇴색되가고 있는데
이 연극을 보면서 공감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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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어려운 주제여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굉장히 괜찮은 연극이라는 생각이 들고, 
과학적인 이야기를 아주 인간적으로 잘 풀어낸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박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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