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과학하는마음-숲의심연 편

인간에 대한 연구
글 입력 2017.01.1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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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일단 처음에는 '과학한다'라는 말 자체가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졌다. 단순히 '과학'과 연관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인지, 아니면 연극 자체가 부여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숲의 심연'이라는 말도 심오하게 느껴져서 어떤 내용을 다룰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구체적으로 과학과 크게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유인원을 연구하는 실험 기지라는 것과 그렇기에 그와 관련된 전문 용어를 사용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 점을 빼면 그저 우리네 삶을 다루는 여느 연극과 크게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몇 명 되지 않는 아프리카의 작은 연구실이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 개개인은 각자 자신만의 목표를 위해 하루하루를 살고 있으며, 그 속에서 다사다난한 일들이 펼쳐진다.




연극 도중 등장인물들이 말을 동시에 하거나, 의도적으로 상대를 무시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했다. 같은 공간에서도 서로 각자 자신의 말을 하고, 원하는 것만 듣거나 말하는 모습은 연극이라기보다는 그저 우리의 일상을 보여주는 듯 했다. 관객에게도 등장인물의 대사가 효과적으로 집중되기보다는 잘 전달되지 않았다. 이러한 장면은 인간과 유인원의 차이 중 하나로서, 그들이 프로젝트에서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언어’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과연 언어의 존재 유무로 인간과 유인원을 구분 지을 수 있을까? 인간들에게 분명한 의사소통 체계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들의 연극은 인간 사이에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측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 점에서 어쩌면 인간은 유인원과 비슷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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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세 여자가 다같이 나와서 고릴라처럼 가슴을 마구 치는 장면에서 그들은 ‘언어’가 아닌 ‘몸짓’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각기 다른 상황이지만 공유하는 행동을 통해 서로에게 공감하는 심정을 전달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답답한 일이 있어도 이를 그대로 말로 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와 같이 본능적으로 표출된 행동은 오히려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복잡한 설명이 없었지만 분명하게 그들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인원에게 언어를 가르치면서 인간의 진화 과정을 살피려는 것이 그들 프로젝트의 목표다. 유인원을 생물한, 언어학, 심리학 등 다방면에서 연구하려 하지만, 그들이 궁극적으로 알려고 하는 것이 ‘인간’인 것이다. 그렇기에 한편으로는 오히려 그들 스스로에 대한 연구가 인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유인원에 대한 실험을 통해 설령 그것이 그들이 의도한 바가 아닐지라도 인간에 대해 보다 적나라하게 알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조기쁨 역을 맡은 배우 분 연기가 진짜 자연스러웠다. 연기가 아니라 그냥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 같아서 놀라웠다. 그냥 아줌마가 정말로 무대라는 공간 위에서 말하는 것 같았다. 계속 감탄했다ㅎㅎ 오히려 연극 끝나고 인사할 때에 진짜 배우라고 느껴졌다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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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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