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알폰스 무하, 모던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

디자이너와 작가. 알폰스 무하, 그는 누군가.
글 입력 2016.12.17 17:2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16 알폰스무하-메인포스터.jpg
   

  기대치란 상대적인 것으로 어디에서든 중요한 요소지만, 예술을 대할 때엔 유독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나는 평면 페인팅 작품을 접할 때 깐깐해진다. 직접 종사하고 있는 미술 장르이기도 하고 반대로 나는 현대 설치와 영상을 주로 작업하면서 페인팅을 항상 마음속 로망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또 예술의 전당 전시를 대할 때 유독 그 기대치가 커진다. 맘에 드는 작가를 파고드는 성격이고 전시를 다양하게 보고 다녔던 편은 아니다. 그리고 <예술의 전당>이라는 브랜드 네이밍은 나에게 왠지 모르게 부담스러운, 직설적으로 말해 아니꼽게 보는 존재이면서도 그 가치만큼은 대단하다 인정하게 만드는 곳이다. 2014년 <마리스칼>전시와 2015년 <마크 로스코>전은 전시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을 체감시켜준 중요한 곳이면서도 또 어쩌면 현대미술의 자유로움을  결박할지도 모르는 곳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권위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서론이 너무 길었나? 아마 스스로도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어떤 종류인지 모르는 것 같다. 그래, 결론적으로는 실망스러웠다. 

초면은 아닌 작가다. 16년 여름 독일에 다녀온 친구에게 먼저 이야기를 들었었고, 나와 같이 설치 작품을 더 선호하는 친구임에도 '나쁘지 않았다' 라고 평가하는 걸 듣고 훨씬 기대가 커졌다. 페인팅 작품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실제 작품을 눈앞에 두고 보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예매 신청을 했었다. 그러고 보니 개인적인 사정으로 미리 받은 티켓을 쓰지 못 해 제 지갑에서 나간 돈으로 전시를 봤기 때문에 더 철저하게 관람 한 것 같다.


“나는 예술을 위한 예술보다 
사람을 위한 그림을 만드는 화가가 되기를 원한다.” 
- 알폰스 무하-


df.jpg
 

현대미술과는 어쩌면 정 반대의 말. 물론 '현대미술이 예술가를 위한 예술'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오히려 대중에게 훨씬 더 가까운 재료를 다루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해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을 이야기 하는 건 사실이기 때문에 유병서 작가의 "현대미술은 어떻게 보면 작가를 위한 예술이다. 설명만을 바라고 공부하지 않는 대중들에게 드릴 수 있는 말은 '죄송하다. 공부하고 오시라."라는 말에 동의를 표하는 사람이라 무하가 추구하는 사람을 위한 그림을 그린 다라는 말이 약간은 이질적이기도 하고 간질거리는 말이기도 했다.


20160929_115800.png

 
하지만 그 정신적 기쁨을 위해 포스터라는 수단을 선택하고 거리를 전시장으로 사용했다는 말에는 거부감이 든다. 말 그대로 그는 계몽가였고, 아르누보 운동을 이끈 정치가이자 디자이너가 아니었나 싶다. 디자인과 회화의 간극은 좁혀 지려야 좁혀질 수 없다.

최근 회화를 전공하던 지인이 디자인을 접하게 되며 그 사이 틈 속에서 괴롭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작가란 자신의 내러티브를 담고, 타인에게 도끼가 되어주고 중심이 잡힌 사람이어야 한다. 형식주의를 추구하는 작가 역시 그 계보를 추구하는 '네러티브'가 있다. 같은 미술의 선상에서 디자인 역시 비슷한 작업일 줄 알았지만, 의뢰를 받고 시행하는 철저한 기계적, 기술적 작업이었고 그 작업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싫다- 했다. 디자이너와 작가의 차이다. 내가 느끼는 무하는 철저한 디자이너였다. 무하는 제품과 패킹 디자인, 다양한 콜라보, 삽화 등에 철저한 스토리텔링적 예술가라고 칭해지고 있었지만 도무지 동의할 수 없었다. 너무 주관적으로 비판하는 것 같지만, 내가 느낀 솔직한 감정이었고 6개의 섹션까지 나누어진 긴 전시였음에도 나와서 할 말이 딱히 없었던 게 이 전시의 결론이다. 아쉽다.


[김경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