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원파인데이

어느 개 같은 날의 기막힌 이야기
글 입력 2016.11.0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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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파인데이 (재극)
2016년 10월 28일 - 30일 
성남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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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10월 28일부터 3일간 성남아트센터에서 놓치기 아까운 화제작인 '원 파인 데이'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원 파인 데이' 의미 그대로 '어느 멋진 날'에 일어난 기막힌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다. 또한 극 중 내용과 연관되어 1996년 조지 클루니와 미셜 파이퍼가 주연으로 한 영화 '원 파인 데이'의 ost가 흘러나와 극의 제목과 내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극의 내용은 '어느 날' 일어난 개 같은 일들. 그 개 같은 일들의 중심에는 '산이' 라는 이름의 개와 마을 사람들 그리고 '정 훈'의 이야기가 있다.



# 00 실화 - 알기 전엔 믿기 어려운

 '원 파인 데이' 가 실화라는 것을 모르고 처음 극을 보았었다. 이런 개 같은 일이 정말로 있을 수 있을까? 가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구나 놀라는 때가 있다. 바로 '원 파인 데이' 의 작품 배경을 알고 난 후가 그러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실제 겪은 '하루'의 사건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어느 동네를 배경으로 키우던 개('산이')가 그 앞을 지나가던 동네 아주머니를 물어 상처를 입고, 서울에서 내려 온 '정 훈'이 병원으로 모시고 가게 된다. 그 병원에서는 다친 취객이 난동을 부리고, 경찰이 병원으로 출동한다. 거기다 그 취객의 정체는 200만원의 현상금이 걸린 지명수배자! 경찰은 취객을 끌고 경찰서로 향한다.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동네 아주머니는 삼삼오오 집으로 온 동네 사람들의 말에 개 주인 아주머니의 사후대처에 서운해 하며 서로 의가 상한다. (실상은 사람 문 개를 팔고, 서울로 올라가는 아들을 배웅하느라 늦어졌을 뿐인데) 이러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완성된 작품이 '원 파인 데이' 이다. 개가 원인이었으나 또 개로 인해 사건이 해결되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어떤 일로 인해 사건이 꼬이기도 혹은 갑자기 풀리기도 하는 우리네 사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극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 갈래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개'에 얽힌 이야기와 '정훈'의 로맨스가 되지 못한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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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개 - 팔려가던 개의 극적 반전 

 '원 파인 데이'의 포스터에 나와 있는 '개'의 그림만 봐도 가장 중요한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동네 개 '산이'가 아주머니를 물면서 시작된다. '산이' 댁의 아들이 마침 서울에서 내려와 있었고 병원에 가야 한다고 얘기하는 '훈'의 얘기는 뒷전. 민간요법인 개 물린 상처에 '참기름과 개 꼬리 태운 것'을 바르며 재촉하는 '훈'에게 한 입으로 소리친다.

"모르면 가만히 있어! 옛날엔 다 이랬어!"

 도입부부터 주변에서 한 번쯤 들어보고 경험할 일에 웃음이 터졌다. 우여곡절 끝에 병원으로 향한다. 의사는 참기름이 덕지덕지 발린 상처에 고함을 지른다. "이래서 시골은!" / "이거 이러다 덧나면 다리 잘라야해요!" 의사의 말에 아주머니는 죽네 사네. 정신 없는 와중에 다친 취객이 병실을 휘저으며 난동을 부린다. 조용하라는 아주머니의 말에 발끈. "성격이 그러니까 개가 물지!" 이야기 전체가 '개'로 인해 진행된다. 난동에 경찰까지 등장. 취객의 양 손목에는 은팔찌가 채워진다. 알고 보니 그는 지명수배범! 난리도 이런 '개'난리가 없다. 취객이 끌려가고, 아주머니를 모시고 갔던 '훈'은 자신의 첫사랑 '진경'을 간호사와 보호자의 모습으로 만나게 된다.  

 이렇게 치료를 마치고 집에 도착한 아주머니. 작은 동네에 얘기는 삽시간에 번진다. 삼삼오오 모여들어 편을 든다. 여기서도 우리네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수의 사람들이 모이면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기 마련이고, 자신과 다른 쪽을 배척하려 한다. (이를 보통 뒷담화라 부른다.) 동네 사람들은 병원에서 돌아왔는데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며 바람을 불어넣고 아주머니는 서운함을 느낀다. 

 사실 그 사이 '개'를 파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람 물었다곤 하지만 정 준 것을 쉬이 보낼 수가 있나. 개장수와 밀고 당기며 흥정하고 결국 개는 팔려간다. 개를 팔고 뒤늦게 가려는 그 찰나에 빠져나온 동네 사람 1이 그 뒷담화 현장을 고발한다. 개 판 돈 들고 간 그 자리는 곧 '개판'으로 변한다. 네가 잘했네, 네가 못했네. 동네 떠나가라 시끄러운 '개판'에 고함.

"이, 진짜 조용해지면 들어오려고 했더니! 이 할망구들이!" 

 지명수배자의 등장. 또 다른 '개판'이다. 위험에 처해 어쩔 줄 몰라하는데 정말 '개'가 등장한다. 팔려갔던 '산이'가 지명수배자를 물어버린다. 팔려가던 중 지명수배자를 끌고 가던 경찰차와 개장수의 트럭이 부딪혀 둘 다 탈출한 것이다. 참으로 '개난리'에 '개판'이다. 이렇게 괜히 사람 물어 복날 식탁 위에 오를 뻔한 개가 극적반전으로 동네 사람들을 구한 영웅이 된다. 

 일명, '개 팔자가 상 팔자'  우리네 사는 세상도 둘러보면 깝깝하고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확 풀리는 정말 '어느 좋은 날' / '원 파인 데이' 에 대한기원이 담겨 있는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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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로맨스가 되지 못한 이야기  

 '원 파인 데이'에서는 이뤄지지 못한 로맨스가 되지 못한 이야기도 있다. 개 주인 집 아들 '정 훈'과 병원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진경'의 이야기. 둘이 다시 만났을 때 '훈'은 이혼남, '진경'은 애 둘 딸린 과부가 되어 있었다. 참 '개' 같은 상황. 원래 둘은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였으나 훈의 어머니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대학도 안 나온 네가 서울의 대학 나온 우리 아들을..."

 '야이 年'으로 시작한 말이 좋게 끝날리가. 그 자리에서 훈이 한 마디라도 하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그는 진경의 편을 들어주지 못했다. 이후 진경은 검정고시를 보고 간호사가 되어 결혼을 한다. 훈은 진경을 잊지 못한 채로 결혼을 했으나 이혼을 하고 만다. 다시 진경을 만났을 때 훈은 마치 진경을 잊지 못해 원인을 그녀에게 두고 이혼을 한 사람처럼 말을 한다. 

"그래서 나 때문에 이혼 했다고?"

 진경은 기가 막혀 지긋지긋하다 얘기한다. 다 지나고 나서야 후회하는 그를 냉정하게 대한다. 두 번째 만남에서 훈은 극적반전을 겪은 개 이야기를 한다. 

"개 집 앞에 앉아서 개만 봤다. 그 극적반전이 부러워서. 어느새 내가 개처럼 짖고 있더라."

 훈은 뒤늦게 그 당시에 진심을 다하지 못한 것을 사과한다. 진경은 그런 훈을 보며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건 더 이상 구질구질하게 만나지 않기 위함을 확실히 한다. 자리에 일어서서 가려는 진경을 붙잡으며 훈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영화 원 파인 데이의 노래만 듣고 가라고 한다. 


"You threw away before One Fine Day You're gonna want me..."
"우리 다시 만나서 당신은 헌신짝처럼 던져버린 사랑을 원하겠죠..." 

 영화 속 주인공들과 반대로 결국 이 로맨스는 이뤄지지 못한다. '개'는 극적반전으로 상팔자가 되고, '훈'은 그런 개를 부러워한다. 





 개와 훈의 반대되는 상황을 통해 일이 풀리기도 하고 혹은 풀리지도 않는 모든 면을 잘 보여준 것 같아 극이 끝났을 때 모자람이 없었다고 느낄 수 있었다.

 '원 파인 데이' 재극 이전에도 모두 챙겨볼 만큼, 이런 내용을 왁자지껄 무대에서 잘 풀어낸 연출과 사이사이의 애드립.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몇 번을 봐도 '아 참 잘 봤다' 얘기하며 극장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극단 차이무, 즉 '차원이동무대선'. 극에서 앞 좌석 관객 한 명을 '개'로 지목해 극에 어울릴 수 있게 한다. 관객을 태우고 새로운 차원, 즉 정말 내용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하는 차이무의 특별한 연출과 기회가. 정말로 누군가에게 '원 파인 데이' / 멋진 날을 만들어 주는 것 또한 인상 깊었다. 

 계속해서 재극이 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아무리 글로 풀어내고 사진으로 본다 하더라도 실제로 보는 것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언젠가 또 다시 재극을 한다면 누군가 이전에 이 글을 읽고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으면 한다.


[김세옥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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