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자백 [시각예술]

성난 예수처럼
글 입력 2016.10.2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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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과 검찰은 조작된 증거로 탈북자 유우성씨를 구속했다. 영화는 위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동생 유가려씨의 증언에서 시작해 조작 증거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 중 내가 가장 놀란 것은 유우성씨를 부당하게 구속한 검사들이 재판 후 잡담을 나누던 장면이었다. 그들은 내가 생각했던 검사의 이미지와 달리 홍대에서 길거리 헌팅이나 하는 어떤 짜식마냥 경박스럽게 농담따먹기를 하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하늘 아래 무서울 게 없다는 일종의 자신감이랄까. 뭐 검사라고 해서 항상 진중해야는 것은 아니지만, 명백히 잘못된 일을 저지른 사람의 반응치곤 비정상적이었다.

 내가 자사고에 입학했을 때의 일이다. 전국 단위 모집이였기에 전국에서 공부 깨나 한다는 녀석들은 다 모이는 학교였다. 어른들 말로 질 좋은(?) 아이들과 지낼 수 있다는 환상을 가졌었지만 이는 반만 맞았다. 중학교 때 친구들은 공부는 못했어도 소위 '의리'가 있었다면, 여기 녀석들은 너무 똑똑해서 의리가 없었다. 선생님들에게 잘 보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과 입시는 다른 놈들과의 경쟁이라는 구조를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의외로 학교에선 폭력이 잦았다. 우리는 수업 중에 졸거나 작은 규칙을 어기면 선생님들에게 뚜드려 맞곤 했다. 하지만 반항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그것이 자신의 입시에 안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 명백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것을 이용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선배들은 후배가 인사를 안하거나 자기 맘에 안든다 싶으면 기숙사 방으로 불러 다구리를 놓았다. 이것은 어느 정도 학교의 묵인 하에 이루어졌다. 그 녀석들은 이것을 교사가 안다고 해도 학교의 이미지 때문에 공론화를 못시킬 것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고, 실제로 그러했다.


이 영화 꼭 보셈. 리얼 악마가 출연함.


 "점마들은 좋은 머리를 왜 저래 나쁜 짓을 하는데다 쓰노?" 정의감에 불타오르신 어머니는 검찰에게 욕을 쏟아내며 저런 말을 하셨다. 아이고 어머니. 머리가 좋으니까 저런 짓을 하지요. 

 사탄은 본래 영악한 존재이다. MBC에서 해직이나 당하는 최승호 감독과 달리 그들은 현재의 시스템을 존나게 효율적으로 이용한다. 검사들의 잡담 장면이 섬뜩했던 이유는 그 '똑똑한' 녀석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나쁜 짓을 저질러도 결국 단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이 시스템 하에서 준법 시민들이 저 똑똑이들을 이길 수 있을까? 껄껄. 사실 저 독사의 자식들을 물리치는 방법은 간단하다. 야훼의 성전을 정화하던 성난 예수처럼 다 엎고 기절할 때 까지 채찍질을 갈겨주면 된다.


[하영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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