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음,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가장 소중한 것.

글 입력 2016.08.29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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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선,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항해 도중 바다에 가라앉아 버린 배. 어쩐지 철로 만들어진 배보다는 나무배가 먼저 떠오르죠. 그리고 그 안엔 수많은 보물들이 담겨있고 말이죠. 그렇게 해저선은 어쩐지 먼 옛날의 전설과도 같은 존재인데요. 놀랍게도 신안 앞바다에서 그 해저선이 발견되었습니다! 마치 전설처럼 그 안엔 수많은 보물들이 있었구요. 이번 전시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은 바다 밑에 잠들어있던 보물들에 관한 전시였습니다. 마치 전설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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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해저선의 항로입니다! 우리의 상상대로 옛날의, 나무 배. 정말 상상 속의 보물선의 느낌이어서 설렘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요! 신안 해저선은 중국과 일본을 잇는 교역선 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유물들만으로도 그 당시 중국과 일본의 여러 문화들을 알 수 있었는데요! 총 3부로 이어진 전시 중, 1부는 그 문화를 조명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박물관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제가 지금까지 갔던 박물관 전시는 다 우리나라 역사에 관한 것이었기에 그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일단 지명부터가 생소한 설명은 우리나라의 것들보다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으니 말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기록들이나, 실제로 일본에서 그 문화가 어떻게 향유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그럼 등. 저같이 이해력이 약간 모자라더라도 충분히 그 당시의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게 전시해놓으셔서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그 문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가라모노’라는 단어였는데요. 중국발 문화, 개중에서 특히나 차 향 그리고 꽃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모든 것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제 눈 앞에 있는 것과 같은 형태의 도자기가, 그림 속 찻잔이나 장식품으로 사용되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신기하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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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중국에서 나와 일본으로 가는 것들이었지만, 개중에는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가는 것들도 있었는데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베게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베게로 수출했던 도자기가 일본에선 화병으로 쓰였는데요! 용도가 그렇게 바뀐 것이 재밌기도 하고, 또 저 딱딱한걸 어떻게 베고 잤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무척이나 인상 깊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착각할 만 하다 싶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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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는 박물관에 오면 저 나름대로 유물들을 감상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어떻게 표현하자면, ‘덕질’을 하는 것입니다. 예전 유물들을 보다보면 그 미감이 정말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많습니다. 지금 생각하기에는 굉장히 고상하게 사셨을 것만 같은 옛날 사람들도, 다 사람이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가장 잘 알려주는 대목이죠. 그래서 작고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유물을 보면 정신을 못 차릴 때가 있는데요. 이번 전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찻잔이라고 다 같은 찻잔이 아니며, 각각의 미감이 다른 것을 보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는데요! 특히나 저를 흥분시켰던 찻잔은 이 복숭아 모양 찻잔이었습니다. 너무 아기자기하지 않나요? 현대에 귀엽고 아름다운 것을 보면 흥분하는 우리들처럼, 이게 제대로 도착해서받아 봤더라면 진심으로 기뻐했을 누군가가 그려지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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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는 그 유물들이 담고있는 그 시대의 문화에 집중했다면, 2부는 교역활동’과 선원들의 선상생활을 주목하며 배 그 자체에 집중했는데요! 초반은 이 물건이 어디서 나왔으며, 무엇이고, 어디에 전달되어야 하는지를 적은 나무 조각부터 시작해서 추 등 교역문화를 보여주는 섹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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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흥미로웠던 것은 선원들의 생활이었는데요! 사실 해저선, 이라고만 떠올렸을 때는 ‘선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이미 바닥에 묻혀있던 배고, 그 안에 선원이 존재할 리는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선원들의 생활상을 보니 바다에 묻히기 전에는 수많은 선원들이 타고 있는, 그리고 목적지가 있는 배일뿐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 안에서 선원들은 요리도 해먹고, 긴긴 항해를 견디기 위해서 바둑·장기도 두었을 테지요. 그리고 집에는 그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가족들이 있었겠죠.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숙연해졌습니다. 해저선이라고 바보같이 들떠있기만 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더라구요. 유물들은 결국 사람이 만들었고, 또 사람이 사용했던(이 경우 사용했어야 했던) 것들인데. 옛날의 것들이란 이유만으로 자꾸 그 안에 ‘사람’을 지워버리는 스스로에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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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가장 메인은 3부였는데요! 저는 들어서자마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 방대한 양의 유물이라니요! 지금껏 그 어디서도 보지 못한 유물의 양은 실로 놀라웠습니다. 친구와 장난식으로 ‘유물 이케아’라고 명명했는데요. 끝도 없이 쌓여있는 유물들은 정말 유물을 모티브로 만든 이케아의 접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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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로 보면 쌓여있는 유물이 주는 위압감을 따라올 수 없었지만, 각각의 작품으로 봤을 때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단 7점 존재했던 고려청자 였습니다. 고려청자의 그 세세하고 아름다운 미감에 너무 익숙해있던 나머지 조금은 더 단순한 형태를 띠는 유물들에서 섬세한 아름다움을 기대하고 있던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이건 정말 예쁘다, 라고 생각했다 그게 단 7점 존재하는 고려유물이란 사실을 나중에 알고 놀랐습니다. 익숙해서 그런지,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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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에서는 여러모로 큐레이터들의 센스를 엿볼 수가 있었는데요. 3부 후반부로 가면 과거 상인들이 어떻게 상품들을 포장했었는지를 재현해낸 곳이 있습니다. 그것을 보고 침몰에도 이 수많은 유물들이 제 모습 그대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요! 그 맞은편에는 모래 속에 묻혀있는 그대로의 유물들의 모습을 재현해놓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감탄할 수밖에 없던 것은 바닥의 문양이었는데요. 어느 자리에 어느 유물이 있었는지를 마치 지도처럼 재현해놓은 바닥은 정말 제가 발굴 현장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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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마지막은 시가있는 접시였는데요. ‘깊은 궁궐은 종일토록 한가한데 흐르는 물은 어찌 저리도 급한고’라는 시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 시는 당나라 떄의 한 궁녀가 지은 시의 전반부의 해당합니다. 후반부는 ‘은근한 마음 붉은 잎에 실어보내니 인간 세상으로 쉬이 흘러가기를.’ 이라고 하는데요.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렇게나 시간이 가질 않고 하루가 천년만년 같은데 흐르는 물은 왜 저리도 급해서 이들을 돌아가지 못하게 했나, 그리는 마음 붉은 잎에 실어보내니 바다 밑 내 님께 닿기를.

저 시가 이렇게 해석 되는 것은 비단 저뿐만의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이 시가 얄궂게도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는 전시 말미의 설명에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유물에서 사람을 지우지 않는 법이었습니다. 만들었던, 사용했던, 혹은 전해줬던 그 모든 사람들의 마음. 물건만을 후세에 남길 수밖에 없던 그 마음들, 그 사람들을 지워내지 않고 생각하는 법이었습니다. 

물론 신안해저선은 역사적 가치로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보물선’일지 모르겠지만…이 배가 가라앉지 않고, 무사히 항해했을. 이 물건들이 제 주인에게 안겨졌을. 이 선원들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갔을 어느 날을 상상해봅니다. 제가 이 전시장을 보지 않았을, 아니 이 전시가 애초에 열리지도 않았을 어느날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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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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