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디지털 시대, 다시 아날로그를 꿈꾸다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7.3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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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일어나 인터넷으로 최신 뉴스를 확인하며 아침을 먹고, 교통정보 어플을 통해 버스 정보를 확인한다. 버스에 올라서는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하고, 맛집에서의 점심은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페이스북에 올린 그들의 일상에 ‘좋아요’를 누르고, 구글링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찾는다. 우리들의 삶은 모든 면에서 점점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다. 디지털 이전의 ‘아날로그’는 연속적 특징을 가지는 반면 ‘디지털’은 0과 1의 이산적인 숫자로 표현된다. 아날로그는 자연적 신호인 반면 디지털은 인공적 신호이다. 디지털 세계는 우리의 삶을 아날로그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변화시켰다. 디지털 세계는 어떠한 속성을 가지며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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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타인과의 접촉이 줄어들었다. 사람이 하던 많은 일들을 이제는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냄과 동시에 많은 실직자들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편리함을 얻었으나, 타인과의 소통 기회를 잃었다. 오늘날 많은 경우 타인과의 접촉은 얼굴을 마주보는 직접적인 방식이 아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SNS가 사람들이 서로를 직접 대면하지 않더라도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SNS를 통해 타인의 일상을 확인하며, ‘좋아요’와 ‘댓글’을 통해 그들과의 관계를 확인하고 안심한다. <피로사회>의 저자로 잘 알려진 한병철은 그의 다른 저작 <투명사회>에서 디지털 사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오늘날 모든 것이 셀 수 있게 가공된다. 그래야만 성과와 효율성의 언어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셀 수 없는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가 언급했듯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은 그것들이 숫자로 환원되어질 수 없으며 연속적 속성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사회에서 숫자적 속성으로만 파악된다.

   한편, SNS에서는 개인의 일상 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들 역시 공유되고 있다. 과거에는 정보의 유포에 대해서 언론이 독점적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인터넷과 SNS가 전세계적으로 보급되면서 모든 이가 정보의 수용자인 동시에 정보의 생산자가 되었다. SNS는 부패한 정부의 실상을 알리고 정권을 몰아내기 위한 조직적 시위의 매체로 사용되기도 하고, 기득권층을 대표하는 일부 언론사를 대신하여 민중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여론을 형성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양날의 칼처럼,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수많은 정보들은 우리의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정확한 조사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정보들, 유언비어, 선동성 조작 글들과 광고 속에서 우리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선별해 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모두가 정보의 생산자이자 수용자가 될 수 있다는 SNS의 근본적 특징은 이러한 문제를 필연적으로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우리는 범람하는 정보들 속에서 본질적인 것, 검증된 것을 밝혀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는 적극적인 정보의 수용자가 되어야 한다.

   오늘날 모든 것이 숫자로 표현되는 세계, 정보의 범람에 지친 이들은 디지털 이전의 ‘아날로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담아냈다는 수많은 디지털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아날로그적 삶을 꿈꾼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들이 말하는 ‘아날로그’란 단순히 디지털 시대에 앞선 지나간 기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디지털 시대’는 빠르고 편리하지만, 모든 것이 숫자로 환원되며 계산적이다. 완전한 디지털의 시대가 도래한 다음, 우리가 다시 ‘아날로그적 삶’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것은 그 시대의 ‘감성, 여유, 느림’ 그리고 ‘인간적인 무엇’을 우리가 원하고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좋아요’보다는 카페에 앉아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장문의 인터넷 메일보다는 정성 어린 손 편지가 그립기 때문일 것이다. 나날이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아날로그적 세계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아날로그’적인 것을 그리워하는 이유를 찾는다면, 그것들을 우리의 삶에서 조금씩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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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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