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엇을, 어디까지 괜찮다고 할 수 있나 [문화전반]

예술적 작품일까, 사회적 무리수일까
글 입력 2016.07.15 14:0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얼마 전 친구와 이야기를 하던 중, 그가 이런 말을 했다. “그건 좀 아니잖아”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런 종류의 말을 종종 듣는다. 저런 종류의 말이란, 으레 당신과 나 사이의 암묵적 기준 기저에 공통된 인식이 있을 거라고 가정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공통된 인식을 상식이라고 표현할 때, 그것을 집대성한 도덕 교과서에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인간들이 서로 공존하기 위해 정해놓은 일련의 불문율은 질서를 형성하고 인간 군집을 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이게끔 도와준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후로 법률적, 도덕적, 관습적 합의는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이 결집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어쩌면 인간은 공통된 질서와 합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반면 예술가들은 번번이 그 상식선을 넘어서는 행동을 함으로써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왔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기존의 통념이나 관습에 반대하는 것을 숙명으로 여기는 듯, 트러블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도맡았다. 역설적이게도 예술 고유의 작품성이나 가치는 이러한 지점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다. 터부시 되어왔던 주제나 담론을 헤집어서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충격에 내몰았을 때, 그 작품은 보다 오래, 많은 이들에게 좋은 작품으로서 인정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201310020206_01.jpg

 
 일례로, 프랑스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는 그의 작품 ‘올랭피아’를 발표한 직후에 관람객들은 물론 평론가들에게까지 혹평과 야유를 받았다. 기존의 작품 형식이나 미적 상식과 다르게, 별로 아름답지 못한 여인이 서슴없이 온몸을 드러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비난은 오히려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종래에는 예술사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그림의 지위가 역전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금기와 예술적 시도 사이의 갈등은 해묵은 문제이지만, 현대 사회에도 이어지고 있다. 예술가가 작품으로 표현해 낸 결과물을 예술로서 수용할 것인가, 무리수로 매장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문제가 붉어질 때마다 치열하게 진행된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으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영화 ‘다이빙 벨’이라거나, 작년 연말을 뜨겁게 달군 아이유의 노래 ‘제제’ 등이 최근 한국 사회에서 논란을 불러온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를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냐, 무책임한 무리수냐에 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01.jpg
 
다이빙벨__The_Truth_Shall_Not_Sink_with_Sewol.jpg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이 예술이냐 아니냐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통해 예술적 자유는 딱 거기까지라는, 완전한 합의를 이끌어내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오히려 무엇을, 어디까지 괜찮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획일적인 기준을 쌓는 것은 폭력적인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예술 표현을 어디까지라고 규정하려는 접근 보다, 예술 표현이 아니라고 할만한 것들을 제거하는 식의 부정신학적 접근은 어떨까. 타자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가하거나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는 광포를 제외한 모든 가능성을 허용하는 식으로 말이다. 예술과 금기를 둘러싼 논쟁에서 핵심은 정답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정답에 어떻게 접근하고 질문하는지에 놓여있다.

 예술은 상상의 영역이고, 그 영역의 무한한 가능성은 그것이 현실과 괴리되어 있기 때문에 존중 받아 마땅하다. 그것이 직접 물리적인 피해나 폭력을 양산하지 않는다면, 예술가가 표현하는 모든 상상과 표현의 자유를 가능한 한 허용하고 포용할 수 있는 땅이야말로 상상력이 꽃필 수 있는 토양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그러한 금기에서 벗어난 행동과 표현이 사회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 차근차근 곱씹어 보고, 성찰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더욱 비옥한 땅이라 할만 하다. 그런 땅에서라면, 예술가들은 이것도, 저것도 안 되는 일들로 가득한 인간 군집에 지친 이들에게 “여기서만큼은, 일상에서 숨막히게 조여 놓은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풀어도 좋다”며 술잔을 기우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최연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