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것 같은 이야기, 연극 < 동치미 >

관람객은 모두 누군가의 딸이고 아들이었다.
글 입력 2016.05.2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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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21
연극 <동치미>
예그린시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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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21 연극 동치미|예그린씨어터
Cast. 김진태, 김계선, 마승지, 안재완, 김현아


해가 쨍쨍하던 주말의 낮,
가족과 함께 연극을 보러 대학로로 향했다.
예그린 씨어터는 공연장이 있는 지하와 매표소가 있는
1층 외부에 각각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약간의 대기 시간을 보내고 공연장에 들어갔다.
가족극이라 그런지 어린 아이와 함께 온 엄마, 중년의 단체 손님 등 연령대가 다양했다.


연극의 시작은 '엄마'의 생일이었다. 다리가 불편한 아빠와 함께 외출하고 돌아와서 오지 않은 자식들을 기다린다.
아빠는 온다는 시간이 되기 전부터 자식들을 기다리면서 왜 이렇게 안 오냐며 불평을 하고, 엄마는 자식들 편을 든다.
제일 먼저 도착한 건 막내 딸. 아빠는 엄마에게 연극을 한다는 막내딸에게 반찬 가져다 주고, 용돈 주지 말라고 하지만 엄마 모르게 막내에게 용돈을 챙겨준다.
시간이 다 되어서야 큰 딸과 아들이 두 손 무겁게 챙겨서 들어오지만 아빠는 맘에 들지 않는다. 엄마의 이가 안 좋은 것도 모르는 아들딸이 야속하다. 동생은 좋은 집에 시집 가선 시댁만 챙기는 언니와 집안 돈으로 사업했던 오빠의 소홀함을 탓한다.

아빠는 회사에 다니던 아들이 사업하는 것을 만류했다. 하지만 자식새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집을 담보로 아들을 지원한다. 사업이 잘 안되고 허름한 차림으로 찾아온 아들에게 아빠는 이럴 때일 수록 잘 입고 다녀야 한다며 아들을 다독인다. 아버지가 경험이 없어서 사업한다고 할 때 좋은 조언을 못해줬다며, 돈 주고 귀한 경험을 샀으니 되었다고 아들을 위로한다.

좋은 집으로 시집가는 딸의 혼수를 마음껏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쓰였던 아빠는 결혼 전 날 딸에게 편지 한 장을 준다. 시댁 일이 많아서 집에 오고싶을 때 마다 올 수 없을 거라던 딸에게 출가외인이라고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딸을 만나려 반찬을 들고 사돈댁에 찾아갔지만 딸은 만나지 못했고, 사돈은 딸에 대해 좋게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막내의 카메라를 빌려 엄마와 외출에 나간 아빠는 대뜸 엄마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한다. 엄마가 오빠생각을 부르자, 자연스레 오빠 이야기가 나오고 오빠의 친구였던 아빠와의 연애사가 등장한다. 상대가 더 많이 자신을 좋아했다며 그 시절을 회상한다. 그날 아빠는 생일에 못챙긴 선물을 엄마에게 전하려고 하지만 쑥스러움에 선물은 다시 아빠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생일을 한참을 더 지나서 전해진 아빠의 작은 선물엔 아빠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어느 날 엄마가 갑자기 쓰러진다. 아빠 몰래 병원에 다니던 엄마는 의사의 수술 권유를 거절했다. 아직 녹지 않은 진통제가 위에 잔뜩 쌓여있는 엄마는 호흡기에 의지하게 되었다. 아빠는 그런 엄마 앞에서 못해줘서 미안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내뱉는다.


관람객은 모두 누군가의 딸이고 아들이었다. 내 것 같은 이야기, 남의 것이 아닌 이야기.
연극이 끝나고 객석엔 훌쩍거리는 소리가 남았다.

누군가는 연극에서 하는 가족 이야기가 다 뻔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가정에 속해있다. 너무나도 당연한 소속감을 느끼고 산다. 그렇게 모두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 이야기가 뻔하지 않을 수 있을까. 누군들 고맙고 미안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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