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평범함의 미학 [문화 전반]

normal(평범)한 것이 super(멋진)것
글 입력 2016.03.2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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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돌고 돈다.

15년 전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어려운 이웃의 낡은 집을 새집처럼 만들어주는 
MBC 예능 프로그램 '신동엽의 러브하우스'를 모두 기억할 것이다.
지난해 직접 요리하는 게 유행이었다면, 
올해는 직접 집을 꾸미는 것이 유행이다.
쿡방에 열을 올렸던 방송사들이 이제는 인테리어를 앞세운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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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빠르게 변화한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생겼다.
사회적 불평등과 모순이 가득한 한국 사회를 희망 없는 지옥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젊은층들은 느리고 여유롭고 소박한 삶 ‘킨포크 라이프’에 열광하고, 
북유럽으로의 이민을 꿈꾼다. 
최근 생긴 ‘집’과 ‘인테리어’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각박한 삶 속에서 ‘즐거운 나의 집’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욕구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부터 디자인계에는 그간의 조형성 위주의 디자인에서 탈피해 
본질과 본모습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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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의 ‘에어 체어(Air chair)’는 
최소한의 재료로 가볍고, 튼튼하고, 기능에 충실한 의자 디자인의 전수라 할 수 있다. 너무 기본적이어서 더욱 특별해보이기 까지 한다.
 


줄이고 줄인, 덜어내고 덜어내는 디자인으로
   

사람들은 요란하고 화려한 인테리어에 지쳤다.
생김새로 소비와 소장을 부추기는 ‘과잉 디자인’ 제품들은 외면 받고 있다.
지금 당장 끌리는 반짝거리는 디자인 보다는
두고두고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고르는 신중한 소비가 대세이다.
 

‘슈퍼 노멀(Super normal)’은 줄이고 줄여 극도록 평범한 디자인이다.
아름다움을 디자인하기보다는 
편안해 보이고 기억에 남을 일상적 요소를 디자인하는 데 더 관심을 둔다.
의도적으로 꾸미지 않았지만 ‘아니다’ 싶으면서도 어딘가 끌리는 매력이 있다.


새로운 디자인을 기대하면서 무언가를 바라볼 때, 
‘별로네’ 혹은 ‘평범하네’ 하는 부정적 첫인상이 ‘근데 썩 나쁘지 않네’로 바뀌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우리에게 친숙한 슈퍼 노멀의 대표주자가 있다.
'무인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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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은 1980년 월마트의 일본 자회사 세이유가 시작한 생활용품 브랜드다. 
제품에서 브랜드 로고를 없앴고, 
화려한 장식을 다는 대신 소비자의 생활을 고려해 섬세한 기능과 디자인을 채웠다. 
개성이나 유행을 상품으로 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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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면에서 간결함을 좇고 있다. 
상품 본래의 색이나 모양을 존중하며 과도한 포장을 하지 않아 자원까지 절약한다. 
특히 이전의 조립식 위주의 가구에서 탈피해 완성도 높은 원목 가구 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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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원목과 세라믹, 아크릴, 솔리드 컬러의 패브릭 등 
기본에 충실한 인테리어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최근 한국에 입점하게 되면서 크게 유행한 북유럽 가구 브랜드 '이케아' 역시 
과도한 디자인을 덜어낸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가구를 지향한다.
이케아의 디자인을 ‘혁신적이다’, 
‘심미성이 뛰어나다’고 평가하긴 어렵지만 naver_com_20160321_174359.jpg
심플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대중이 누릴 수 있는 경제적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목표는 자연스럽게 간결하며 근본을 추구하는 
슈퍼 노멀 디자인으로 향하였다.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찾으려던 시도에서 벗어나

평범한 것들을 차근히 들여다보면

당연히 여겼던 것들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것이 바로 '슈퍼 노멀' 디자인이 주는 신선한 즐거움이 아닐까.
 
[반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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