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물이 숨쉬는 예술 [시각예술]

대영박물관전 영원한 인간 전시회 후기
글 입력 2016.02.2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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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 2학년 때, 교양수업으로 '서양미술사'를 들은 적이 있다. 대학교 입학하기 전에는 미술사 책을 두어번 읽어보았다. 유명한 서양미술사의 고전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두께에 압도되어 끝까지는 읽어보지 못했다. 과거에 수능 언어 공부를 할 시절에 고대 이집트 미술에 대한 비문학 지문은 아직도 생각이 난다. 미술사를 공부할 때에 항상 시작은 고대미술이었다. 벽화에 그려진 소 그림을 보며 고대인들의 미술세계를 가늠했다. 응당 등장했던 것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그리고 '콘트라포스토' 기법으로 제작된 그리스의 조각상. 그들 나름의 이상적인 비례에 맞추어 그렸다고 전해지는 이집트 인들의 그림. 이런 고대에 만들어져 국외, 그것도 저 멀리에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지금까지 한번도 한 적이 없다. 내가 작품이 있는 곳에 가지 않는 이상 그 작품들을 국내에서 볼 수 있을리가? 그러므로 고대의 작품들은 미술사 책에만 있던 것이었다. 어린아이들에게 공룡은 책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며 현재는 만나볼 수 없다. 나에겐 고대의 미술작품이 어린 아이들에게 '책 속에만 있고 결코 만날 수 없는' 공룡과도 같았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서는 고대 그리스 시대의 작품, 고대 이집트 시대의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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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전시에 다녀온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지인이 미술관을 좋아하는 필자에게 티켓을 준 것. 전시회라면 가리지 않는 필자는 '감사합니다.'를 연발 외치며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전시회의 이름은 '대영 박물관전 영원한 인간'전시회. 이 전시회는 대영박물관에 전시되어있는 작품 중 인간을 주제로한 작품을 엄선한 전시회이다. 기원전 8400년전부터 2012년까지 다양한 시간 속에서 '인간'을 구현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즉,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말. 이 전시회는 대영박물관과 전시관계자들이 3년간의 시간을들여 완성되었다. 작품의 수는 176개로 대영박물관에서도 볼 수 없는 미공개 콜렉션도 있다고. 이번 전시회는 크게는 '인간'을 다루었으나 세부적으로는 여섯개의 주제로 작품을 전시한다. 그 주제는 아름다움, 개인, 신, 권력, 변신, 사랑이라는 주제. 그리스와 로마의 조각상, 이집트의 미이라관 등 이번 전시회이기에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수두룩했다.
 

​  예술가들은 그들이 속한 문화와 지역에 따라 이상적이며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을 작품화했는데, '아름다움'을 주제로한 섹션에선 이를 여실히 살펴볼 수 있었다. 이 섹션에서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변화하는 이상적인 미의 기준이 작품을 통해 어떻게 나타났는지 알 수 있었다. 두번째 섹션인 '개인'은 초상화를 주로 다루었다. 초상화는 특정 개인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지만 있는 그대로 묘사한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인물의 성격을 더 잘 드러나게하기 위하여 변형을 가하기도 한다. 세번째 섹션은 '신'을 주제로한 작품읻. 인간에 대한 전시회인데 신이 등장하는 이유가 의아할 수 있다. 우리의 신은 우리와 닮았다. 인류 역사에서 종교와 예술의 관계는 뗄레야 뗄 수가 없는데, 실제로 인간의 모습을 가장 풍부하게 묘사한 이미지들은 대부분 신이나 조상신, 초자연적 존재를 표현한 것들이다. 네 번째 섹션은 '권력'을 다루었는데 역사적으로 통치자들은 권위를 높이고 자신을 우상화하여 대중으로 부터 지지를 얻기위하여 예술 작품을 사용했다. 다섯번째 섹션은 '변신'으로, 인간의 모습이되 인간은 아닌 것, '또 다른 나'를 드러내는 다양한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여섯번째 섹션은 '사랑'이다. 가족과 우정, 사랑의 테마는 시공을 뛰어넘어 모든 문화권의 예술에 등장했는데, 이 섹션의 작품들은 인간의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사회적 관계 안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누구인지 돌아보게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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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 섹션에서 제일 인상깊었던 작품. 고대 이집트에 그려진 작품과 조선시대 유학자의 초상화. 고대이집트의 인물화는 대게 정형화되 비례를 따르고 있으나 이 작품은 부드러운 터치와 섬세한 묘사가 인상깊다.조선시대 유학자의 초상화는 선이 아름다웠고 이 작품 역시나 섬세한 묘사가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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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현대 작가의 작품이이다. 제목은 '어머니, 딸, 인형'. 개인적으로 필자는 자신의 감정을 담은 작품보다는 사회와 연관되어 시의성을 던지는 작품들을 좋아한다. 이 작품은 중동지역에서 벌어지는 여성의 인권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첫 사진에서 어머니와 딸은 웃고 있다. 하지만 사진이 진행되면서 이내 무표정으로 바뀌며 전체적인 사진의 분위기는 어두워진다. 더 나아가 '어머니, 딸, 인형'은 최종적으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 작품은 이런 전개를 통하며 중동여성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과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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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미술에 관심이 있었다면 재미있었을 작품이다. ​첫번째의 작품은 그리스의 조각가 미론이 제작한 '원반던지는 사람'이다. 이 작가는 클래식 양식을 창조하였다. 이 '원반던지는 사람'은 운동의 정점에 달한 긴장의 순간, 동(動)과 정(靜)의 균형에서 생기는 생동미(生動美)를 표현하였다. 운동의 격렬한 동작에도 불구하고 감정표출은 볼 수 없다. 이 작품에 중국 조각가 쑤이젠궈는 마오쩌둥이 즐겨입던 중산복을 입힌다. 이렇게 2012년에 만들어진 '원반 던지는 마오'(2012년. 아래의 작품)에 대하여 미술평론가 이주헌씨는 어떤 해석을 내렸을까. 그는 이 작품이 서양문명과 동양문명이 충돌하고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충돌하는 격렬한 충돌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의견이다.
(참고 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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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의 사진은 기원전 9세기의 '아시리아 왕의 사자 사냥 부조'이며 우측은 콘트라포스토로 제작된 그리스 시대의 조각상이다. 이 시대에 그리스인들은 완벽한 신체가 한 인간의 도덕적 우월성 등을 보장한다고 생각했다. 콘트라포스토란 미술에서 인체를 표현할 때 무게를 한쪽 발에 집중하고 다른 쪽 발은 편안하게 놓는 구도이다. 이 구도가 생기기 이전에, 그리스인들이 조각한 인물상은 두 다리에 몸무게가 똑같이 생기는 정적이고 딱딱한 자세였다. 콘트라포스토로 인하여 인물 조각의 표현이 훨씬 자유로워졌다. 이번 전시회이기 때문에 만날 수 있었던 고대의 작품이었다.
 

   이번 전시회는 '인간'이라는 주제가 고대부터 현대까지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여섯가지의 주제'로 전시회가 구성되어있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작품을 담은 만큼 작품마다의 차이가 컸고 여러지역에서 발굴된 작품이 많아서 이리라. 바로 전에 지역별, 시기별 다양한 고대 작품을 만나다가도 현대 작품을 만나기도 하며,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을 만났기에 산만했던 면이 있었다. 하지만 책으로만 보던 고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그리스 시대의 암포라를 만날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기에 더더욱 그랬다. 관람시간은 전시회에서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2시간 이상을 잡는 것을 추천하며, 1시간은 아마 빠듯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필자의 주관이니 참고만 하시길.


[최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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