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와 시인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문학]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The Chimney Sweeper”를 읽고
글 입력 2016.02.02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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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시인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William Blake의 시
“The Chimney Sweeper”를 읽고
(From songs of Innoc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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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어려워질수록 또 사회가 피폐해질수록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항상 그 중심에는 나약하고 세상물정 모를 어린 아이들이 존재한다. 오늘 소개할 시인은 아동의 노동착취가 빈번히 행해지던 때에 자신의 시를 통해 이에 대한 사회의 각성을 촉구하였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굴뚝 청소부”

 

When my mother died I was very young,
And my father sold me while yet my tongue
Could scarcely cry " 'weep! 'weep! 'weep! 'weep!"
So your chimneys I sweep & in soot I sleep.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아주 어렸고,
아직 내 혀가 거의 울음(weep)을 외치지도 못할 적에
아버지가 나를 팔았다.
그래서 나는 당신들의 굴뚝을 청소하고, 또 검댕 속에 잔다.
 
There's little Tom Dacre, who cried when his head
That curled like a lamb's back, was shaved, so I said,
"Hush, Tom! never mind it, for when your head's bare,
You know that the soot cannot spoil your white hair.“
Tom Dacre라는 소년이 있었다. 
양의 등처럼 곱슬거리는 그의 머리카락이 깎일 때 울었던,
그러기에 내가 말했다
“쉿, Tom 걱정 마, 너도 알다시피 머리카락이 없으면 
검댕이 너의 하얀 머리카락을 망치지 못할테니까.”
 
And so he was quiet, & that very night,
As Tom was a-sleeping he had such a sight!
That thousands of sweepers, Dick, Joe, Ned, & Jack,
Were all of them locked up in coffins of black;
그제서야 그는 조용해졌고, 바로 그날 밤,
Tom이 자고 있을 때 그는 아주 기이한 광경을 보았다.
Dick, Joe, Ned, & Jack, 수천의 청소부들이
모두 하나같이 검은 관 속에 갇혀있었다.
 
And by came an Angel who had a bright key,
And he opened the coffins & set them all free;
Then down a green plain, leaping, laughing they run,
And wash in a river and shine in the Sun.
그리고 빛나는 열쇠를 쥔 한 천사가 다가와
관을 열고 그들 모두를 풀어주었다.
그러자 다들 뛰어오르고 깔깔대면서 아래 푸른 들판을 달리다가
강에서 목욕을 하고 햇살에 몸을 말렸다.
 
Then naked & white, all their bags left behind,
They rise upon clouds, and sport in the wind.
And the Angel told Tom, if he'd be a good boy,
He'd have God for his father & never want joy.
이내 하얀 맨몸으로, 그들의 자루는 제쳐두고서
다들 구름을 타고 솟아오르고, 바람 속에서 장난을 쳤다.
그리고 천사가 Tom에게 말했다, 그가 착한 소년이 된다면,
그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갖게 되어 더 이상의 기쁨을 바라지 않을 거라고.
 
And so Tom awoke; and we rose in the dark
And got with our bags & our brushes to work.
Though the morning was cold, Tom was happy & warm;
So if all do their duty, they need not fear harm.
그리고 나서 Tom은 잠에서 깨었고, 우리도 어둠 속에서 일어나
저마다 자루와 솔을 들고 일하러 나섰다.
그날 아침은 추웠지만, Tom은 행복하고 또 따뜻했다.
그렇게 모두 자기 본분을 다하면, 그들은 해악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시의 청자(you)는 굴뚝이 있는 사람, 즉 이 시를 사 읽을 여유가 있는 중산층으로 해석가능하며, 화자(I)는 어린아이이다. ‘s’발음을 하지도 못할 정도로 어린 나이에 굴뚝청소부가 되었기 때문에 1연에서는 ‘청소하다’인 sweep을 ‘울다’의 weep으로 외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3연의 꿈에서 본 ‘까만 관 속에 갇혀있던 수천 명의 청소부들’이라는 시어도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굴뚝청소부들이 청소하는 수천 개의 굴뚝이 마치 검은 관과 같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또 다른 의미로는 수천 명의 굴뚝청소부들이 사망하였음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천사가 건넨 말과 이 시의 마지막 행에서 ‘착한 소년이 되어 본분을 다하라, 그러면 해악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표현이 나온다. 바꾸어 본다면 본분을 다하지 않으면 반드시 해악이 있을 것임을 암시하는 말이다. 짐작대로 천사는 어린아이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고용주, 혹은 앵벌이 꾼에 비유된다. 
 

 
영국 사회를 고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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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가 쓰인 시기, 영국은 세계 최강의 강대국이었다. 그 어떤 나라보다 막대한 국가적 부를 축적한 배경으로는 산업혁명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었다. 기계가 발명되면서 농업시스템에 요구되는 노동력은 감소하였고, 일자리가 사라진 농촌의 소작농들은 일감을 찾아 도시로 이주하기 시작하였다. 이촌향도 현상이 일어나며 런던의 물가와 집값은 치솟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을 감당할만한 사회적 제도나 장치도 마련되지 않아 극심한 도시문제가 야기되었다. 노동자들은 변변한 주거 공간은 물론이거니와 휴식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기계처럼 일해야만 했고, 피폐한 삶 한 가운데 남겨진 아이들도 노동 현장으로 투입되기에 이르렀다.
 
 겉으로 보기에는 영국이 꽤나 잘 나갔던 시기였다. 하지만 당시 아동의 노동착취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었고, 열악한 공장에서 일하던 많은 아이들은 교육의 기회는커녕 산업재해에 시달리고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 시처럼 실제로 4세에서 10세 가량 된 많은 아이들이 비좁은 굴뚝 속에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체구를 이용해 런던 시내 집들의 굴뚝을 청소하는 일을 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굴뚝에 끼거나 추락하는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한다.
 


나와 시인의 사회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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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자국의 영광스런 순간에 젖어 사회의 변두리에서 희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기를 바랐던 듯하다. 나약한 어린아이들이 감당해야 했을 사고와 죽음은 신문의 1면에 나오지 않으니 말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산업혁명의 어두운 면을 알리려 했던 블레이크는 어린아이가 정말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담담히 이야기를 전해주는 듯한 서술방식을 사용하였다. 따라서 이 시가 담고자 한 사회의 비극적인 면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묘사하여 오히려 그 비극성을 더욱 강조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무엇보다 이 시에 등장하는 천사의 역할이 흥미롭다. 일반적으로는 선행이 기대되는 천사이건만, 천사의 모습은 오히려 아동의 비인권적 노동을 부추기는 악덕 고용주에 가까웠다.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부터 영국교회는 국가 및 정부를 대신하여 지역사회 복지를 담당하도록 의무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시에서처럼 굴뚝청소부로 아이들이 팔려가기까지 교회는 복지 차원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블레이크는 이 점을 비판하여 시에서 천사의 부정적인 면모를 드러내었다. 그리고 이제 국가도 종교도 외면해버린 아이들에 대한 사회의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그의 시를 사서 볼 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당대의 문제에 대한 각성을 촉구한 것이다.
 
 윌리엄 블레이크가 시를 통해 보여 준 ‘사회적 책임의식’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시대의 열악한 생활상을 인식하고 사회문제에 주목할 수 있었다. 이제는 영국에서 아동의 노동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니 문제의 해결에도 일조한 셈이다. 사회적 책임의식은 비단 시인에게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에는 아동의 노동착취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고 말할 순 없다. 아직도 그 외에 너무 많은 문제들이 정책이나 제도로 해결되지 못한 채 남겨져 있으니말이다.  그러니 시인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개인으로서 우리는 우리 몫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불완전한 사회가 가진 문제들을 직시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가능한 도움을 건네는 것. 이것이 이 시를 읽은 우리가 감당해야 할 가장 쉬운 의무이자 책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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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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