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액자 속에 담긴 우주 [시각예술]

때때로 사람들은 우주 위에 꿈을 얹는다.
글 입력 2016.01.2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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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한번쯤, 누구든지 간에, 해가 지고 달이 뜨면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 본 경험이 있을 테다. 바로 머리 위에 그 거대한 세상이 있다는 사실이 가끔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다. 사방으로 뻗은 무한의 우주가 생각보다 가까이서 보인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 너무 거대해서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을 열심히 바라본다.

그래서 때때로 사람들은 우주 위에 꿈을 얹는다.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 미지의 세계에 대해 갖는 환상, 스스로를 한없이 작게 만드는 거대한 세계에 대한 탄성. 이 모든 것이 버무러져 긴 시간 동안 우주는 사람들이 꿈꾸고 탐구하는 대상으로 존재해왔다. 같은 맥락에서, 우주는 예술의 대상으로도 여겨져왔다. 우주에 대한 여러 사실들과 우주가 펼쳐내는 아름다움은 예술가들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치게 만든다. 우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예술적 동기를 줄 수 있는 대상이 된 것이다. 예술가들의 생각과 마음은 손 끝으로 표출된다. 우주를 담은 회화 작품 몇 편을 같이 소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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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풍경은 화가들의 작품 속에서 생각보다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작품은 반 고흐의 작품 '아를의 별이 빚나는 밤'이다. 고흐가 프랑스 아를에 있는 론강의 밤 풍경을 그린 것으로, 밤하늘을 수놓는 별들과 수면에 비쳐 일렁이는 빛무리가 아름다운 작품이다. 그런데 집중해서 보면 밤하늘에 뭔가 독특한 모습이 보인다. 가운데에 위치한 별 7개. 다른 별들보다 조금 더 선명하게 그려진 이 별들을 이으면 국자 모양이 나온다. 북두칠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평소 고흐는 천문학 전문 잡지를 읽을 만큼 천문학에 대한 관심이 뛰어났다고 한다. 천문학자들은 이 그림에 나타난 별들이 천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그려진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아를의 풍경에 있어서 고흐의 뮤즈가 되어준 것은 바로 우주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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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는 더욱, 마치 사진처럼, 우주의 모습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담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엿보인다. 독일의 화가 아담 엘스하이머가 그린 '이집트로의 피신'이라는 작품인데, 성서에 나오는 마리아, 요셉, 예수가 이집트로 피신을 가는 장면을 담은 그림이다. 화면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밤하늘의 풍경은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로 가득하다. 하늘에 담긴 빛의 섬세한 흐름, 그리고 그 표현을 보면 작가가 얼마나 밤하늘을 담는 데 열중했는 지 알 수 있다.

사실 조금 낯설 수도 있는 이 그림은 사실 서양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는 작품이다. 별자리와 은하수, 달의 표면까지도 화폭에 표현한 최초의 밤 풍경화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연구한 한 독일 출신 미술사가는 그림 속 밤하늘에서 1200여개의 별을 찾을 수 있다고 얘기한 바 있다. 실제로 엘스하이머는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본인이 직접 망원경을 통해 밤하늘을 관찰한 경험도 있었다고 한다. 사선 구도를 통해 밤하늘이 그림의 절반을 차지한 것은 그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관찰한 천체를 좀 더 생생하고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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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두 작품들이 우주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화폭에 담아내려 했다면, 이 작품의 경우 우주의 느낌을 추상적으로 화폭에 표현하였다. 우리나라의 이성자 화백은 수십 년 동안 우주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전개해 온 작가이다. 이 작품 '천왕성의 도시 4월'에서는 태양계와 그 안의 행성, 특히 토성의 바깥쪽을 공전하는 천왕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 화백은 천왕성에 세워진 도시에서 봄 축제가 열린다고 상상하면서 이 그림을 그려내었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경쾌하고 화려한 색감은 작가가 우주를 보고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공감되게 한다. 천왕성 축제에 초대받은 별과 행성들이 화려하게 반짝이며 축제를 즐기는 모습. 캄캄하고 어둡게만 보이는 우주의 빈 공간들에 작가의 마음을 담아 반짝이게 만들었다.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이 그림 안에는 동양 사상에서 바라본 우주의 개념도 담겨있다. 동양 사상에서는 만물의 근원을 음과 양으로 보고 있는데, 이 화백은 우주의 기본 질서와 원리 또한 음과 양이 짝을 이룬 균형과 조화에 있다고 생각했다. 화폭 안에 보이는 반원의 모양을 한 행성들은 그런 이유에서 만들어졌다. 반원을 통해 음과 양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이 작품은 우주의 모습과 동양의 미학을 담은 아름다운 추상화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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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에 우주의 풍경을 녹여내거나, 우주를 보고 느낀 바를 표현하기보다 이 작품은 좀 더 천문학적이고 점성술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여 우주를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아마 일종의 달력과 비슷한 느낌으로 제작된 것처럼 보인다. 15세기 이탈리아의 화가 랭부르 형제의 '베리공의 호화로운 기도서'중 일부이다. 이 작품에는 1월을 상징하는 별자리인 염소자리와 물병자리가 나타나있을 뿐만 아니라 연작으로 제작된 다른 작품들에도 각각 2~12월의 의미를 부여하고 여러 별자리들을 표현했다. 이 별의 모양, 별자리들은 그림 속에서 30도의 일정한 등간격을 이룬다고 한다. 랭부르 형제의 이 그림은 전문적으로 천문학을 공부하고, 우주를 분석하고 관찰한 결과 만들어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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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 넘어오게 되면 우주를 모티브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그 중 'Fab Ciraolo'의 작품을 보면 캐주얼해지고 장식적인 요소로 사용되는 우주의 모습이 보인다. 이 작가는 현대적인 그림과 복고적인 그림을 동시에 그려내어 낯설고 새로운 느낌의 그림을 주로 그려낸다. 패션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하기도 하며, 몽환적인 색채가 독특한 작가이다. 그림에 나타나는 꽃과 우주의 배경은 몽환적인 색채와 더불어 그림의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크게 일조한다. 독특한 점은 기본 작업 방식이 컴퓨터가 아닌 물감과 붓이라는 것. 작가의 그림에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과거와 미래, 꿈과 현실이 묘한 밸런스를 품고 나타나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주는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 것일까? 아마 이 질문에 확답을 제시할 만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더 많은 우주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는 아직 우리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저 어두운 장막 너머에 얼마나 많은 세계가 존재하고 있을 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얼마나 많은 별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을 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단지 조금 막막하게 생각해보곤 하는 것이다. 우주는 광활하다. 우주는 아름답다. 우주는 신비롭다. 

손 뻗으면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지면서도, 절대 닿을 수 없는 거리에 멀직이 반짝이는 우주. 예술가들은 그 미지의 세계를 마음 속에 담아 놓고, 끝없는 우주를 떠올리며 여행하기도 하는 것이다. 무한의 것을 유한의 프레임 속에 풀어낸다. 한 손에, 심지어 한 눈에도 담을 수 없는 것을 화폭 위로 움켜쥐어보는 쾌감과 희열. 우주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는 것은 다르게 얘기하면 상상의 나래를 끝없이 펼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풍부한 감각과 기억을 심어주는 우주. 오늘은 잠들기 전에 조금 여유를 가지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잠들고 싶어진다.





* 참고 자료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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