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탈리아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 展

글 입력 2016.01.12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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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새해가 어색하던 1월 3일에, DDP 디자인 전시관에서 진행된 알레산드로 멘디니 전에 다녀왔다. 현대 미술 전시는 여러 차례 가본 적이 있지만, 산업 디자인 전시는 처음이라 기대도 반, 잘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데서 오는 걱정도 반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걱정이 무색하게도, 전시는 놀랄 만큼 재미있었고, 나름대로 느낀 바도 많았다. 다른 기업이나 작가와의 콜라보로 상업적인 면이 주는 불편함을 최소화하면서 예술과 상업이 융화될 수 있다는 것은 산업디자인의 큰 장점이라는 것을 알았다.
몇 작품은 마음에 들어 기록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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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눈으로 본 세상

모순적인 제목이다. 어린 아이의 눈으로 보았을 때 마냥 화려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이 서랍장은, 그러나 무시무시한 의미를 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예컨대, 첫번째 박스의 문양은 욱일기를 떠올리게 한다. 두번째 박스는 공산당의 상징인 낫과 망치 같다. 억지인가? 어쨌건 아이의 테를 벗어난 우리에게 세상은 무시무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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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멘디니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저 빨강, 파랑, 노랑, 초록, 하양 등등의 원색의 점묘법 스타일은 나에게는 바르셀로나에 있는 구엘공원, 구엘공원 내 카멜레온과 바르셀로나를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안토니오 가우디를 떠올리게 했다. 정말 꼭 같다. 프루스트는 무슨, 솔직히 말해, 쇠라와 가우디의 짬뽕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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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ust 2004
프루스트 뒷면의 멘디니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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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e Liadro 2000
라드로 귀부인

오브제 중심이다보니, 그림자에도 눈이 갔다. 오브제와 그림자를 만든 조명의 조화가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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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번뇌
한국도자재단 도움

프루스트 의자로 108번뇌라는 동양적 철학을 나타내었으니 동서양이 결합된 진정한 의미에서의 콜라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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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믹 티세트
프라우나, 한국
 
프라우나는 한국도자기의 고급 브랜드이자, 해외진출용 브랜드이다. 이곳에서 볼 줄 몰랐었기에 더욱 반가웠고, 순백의 색깔이, 마치 전시실의 주인공처럼 보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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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와 역행하는 영감의 비결인, 스케치들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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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멘디니를 사로잡았던 것 같은, 기사에 대한 여러 스타일의 스케치들도 보았다.

"독일의 저명한 화가이자 판화가,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의 작품에 등장하는 수수께끼와도 같은 형상의 말을 탄 기사의 형상은 언제나 멘디니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이 매우 뛰어난 거장의 판화 작업은 멘디니에게 유리 모자이크로 만들어진 기사와 말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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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valiere di Durer 2011
뒤러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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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후원 기업인 SPC 기업과의 콜라보. 특히 배스킨라빈스의 대표 색깔을 활용한 여러 오브제들과 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케이크 오브제가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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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디자인인데.. '무엇에 쓰는 물건일꼬?'하는 것들도 많았지만, 넓은 공간에 전시되어 있는 예쁜 물건들을 보는 것도 꽤 신선한 경험이었다. 과연 기능주의에 집중하는 세태에 반하여 벨 디자인을 추구했다는 멘디니의 행보를 알 수 있었던 전시였다. 멘디니 전을 보며 새삼, 나도 기능적으로 조금 부족해도 예쁘고 장식적으로도 볼만한 물건을 살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의 기호가 그렇다. 기술이 상향평준화된 이 시대에 독특하고 예쁜 디자인은 점점 더 가치를 더해갈 것이다. 



Bel Design

직역하면 '아름다운 디자인' 이라는 뜻의 이탈리아 말이다. 심미성만을 추구하는 디자인을 지칭하는 말 같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이 말은 우선 굿 디자인이라는 말에 대항하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디자인 개념이었다.
기능성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던 모더니즘 디자인 진영에서는 기능성이 가장 뛰어난 디자인을 지칭할 때 굿 디자인이라는 칭호를 썼다. 명칭 자체에서 이미 기계적 기능주의만이 우월하다는 기능주의 디자인의 독단성이 잔뜩 느껴진다.
멘디니를 비롯한 이탈리아의 산업 디자이너들은 사람의 정서를 비롯한 다양한 가치들이 기능성이란 가치에 비해 절대 평가절하될 수 없다는 생각을 했고, 기존의 기능주의 디자인이 감당하지 못했던 가치들을 디자인의 목적으로 삼는 새로운 디자인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굿디자인'에 대항하는 개념으로 '벨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벨 디자인은 그저 시각적으로만 아름다운 디자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인간의 정서와 이념을 움직이는 총체적 가치를 지향하는 디자인을 의미한다.



반면, 내가 디자인이나 미술 분야에 문외한이라 그런지, 홍보문구였던 시적인 그 무언가를 찾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어떠한 멘디니 스타일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데, 나는 그 속에서도 어떤 일대기적인 흐름이나 변화, 끝없는 도전과 같은 것들을 기대했던 것 같다. 첫인상은 도전적이라는 느낌이 짙었지만, 성공하고 인정받은 스타일 그대로가 전시 내내 펼쳐지다 보니 종내에는 '안전주의'라는 느낌마저 받았다.



아트인사이트

 
[이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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