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바람결에 모인 12인의 탈광대, 풍편

글 입력 2015.10.24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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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을 들여다보며 찾아간 공연장은 뜻밖에도 이전에 방문한 적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야외무대에서 펼쳐진 친구의 공연을 보러 왔던 그곳.
 전혀 모르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곳에 옛날의 추억을 찾으니 반갑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연장 뒤에 보이는 남산타워의 모습은 아름다웠습니다. 또한 공연장 로비에 들어서져 익숙한 분들을 만났는데, 제가 아시는 분이 악사로 공연에 참석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사부님과 친구, 후배들의 얼굴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렇게 이번 공연은 옛 기억과 사람들을 만난 반가운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을 보기 전부터 ‘풍편’이라는 이름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공연 후 생각해 보니, 바람은 결국 한 명 한 명의 탈춤 쟁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탈춤들이 모여 한 공연을 이루는 것이 이번 공연 ‘풍편’의 전체적 구성이었습니다.



『 탈춤은 신명이나 신바람 그리고 흥을 돋구는 놀이다. 춤과 풍물과 재담 그리고 우스운 몸짓으로 신명을 피우고 흥을 돋구면서 노는 놀이이다. [120p]
탈춤이 놀이인 이상 가벼울 수밖에 없다. 탈춤 속의 인물들은 곧잘 ‘우리 한번 놀아 보세’로 시작하여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춤추고 노래 부르며 신명을 푸는 놀이에 중후함이나 엄숙함을 요구할 수 없다. (중략) [101p]
탈춤을 보는 눈은 그것이 놀이로서 지닐 엎치락 뒤치락이며, 장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것들이 어디서 비롯되고, 그것들이 탈춤의 구조에 어떻게 작용하였느냐를 보아야 한다. (중략) [102p] 』

출처 : 채희환 엮음(1984), 탈춤의 사상, 서울 : :玄岩社



  위의 글에서 볼 수 있듯 탈춤의 중요한 요소가 춤, 재담, 우스운 몸짓입니다. 이는 고성 오광대놀이 말뚝이춤이나 원양반 춤, 그리고 뒤에 공연 된 할미·영감 춤에서 공통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도포를 차려입고 부채를 든 양반은 근엄한 표정을 하고 있으나 그 춤사위에는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등장한 말뚝이는 양반의 시중임에도 불구하고 양반을 쫓는 춤을 춥니다.
  영감 할미가 등장하는 극은 초반에 악사와 영감, 할미가 말을 주고받으며, 재담으로 관중들을 웃겼습니다. 이후에는 영감에게 새로운 젊은 여자 있었고 이 때문에 싸우는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 바람과 이혼이 주를 이루는 ‘사랑과 전쟁’이라는 프로그램이 떠올라 웃음이 났습니다. 할미가 죽자. ‘어이구!’라며 곡을 하다가 이내 젊은 여인의 미모를 감탄하는 ‘어이구~’바뀌는 영감의 모습이 가장 인상에 남았습니다.

 
  이렇게 해학성을 띤 탈춤이 있다면 나름의 고통을 표현한 고성, 통영의 문둥이 춤 도 있었습니다.


『병신춤의 일종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병신 흉내만을 위 주로 추지 않고 오히려 경상도 덧배기 춤의 곱ㄴ형을 거의 다 추며 몸을 떨거나 코를 푸는 흉내는 한 두 번 정도에 그치고 신나는 소고춤까지 곁들여 특이한 장르를 형성하고 있다. [196p]』

출처 : 채희환 엮음(1984), 탈춤의 사상, 서울 : :玄岩社

 

 고성과 통영의 2가지 문둥이 춤을 보았는데, 양쪽의 문둥이 모두 사지를 떨거나 질질 끌며 자신의 신체를 조절하지 못하는 문둥이의 애환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앞선 문둥이의 춤은 문둥이인 상태를 표현하고 좌절하는 것을 보였다면 후에 공연한 문둥이는 이런 자신의 질병에도 불구하고 춤으로써 이런 상태를 벗어나고자 하는 더 긍정적이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국에는 양쪽 문둥이 모두 소고를 집는 행위를 통해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고 자유로운 춤을 추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안타까움과 함께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탈춤 이외의 독특한 매력을 보여줬던 것은 고창의 고깔 소고춤이었습니다. 이전에 접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훨씬 흥겹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는데, 역시 재미있는 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진행되는 판이 지루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점점 음이 쌓이고 결국 이것이 터져나가는 부분에서 묘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과한 행동이나 빠른 음이 아니라 내면의 탄탄함으로 판을 이끌어 가는 소고잽이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창작탈춤 ‘복자씨’ 본 작품은 고은의 시 ‘옹달나무’를 모티브로 한 창작 탈춤입니다. 안타까운 건 고은 씨의 시집을 둘러보고 인터넷에 검색해보아도 시의 원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원본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저한테도 한번 보여주세요!) 한 여인은 자신의 옷을 빨래하면서 갑자기 의문의 칼을 갈기 시작합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여인은 갑자기 의문의 옷을 발견하자 화들짝 놀라며 극이 시작됩니다. 아무래도 그 옷의 주인은 여인에게 악행을 저지른 것 같고 그것에 대하여 노래와 여인의 춤으로 분노를 표현한 것 같습니다. 노래와 빨간, 파란 조명으로 여자의 마음을 표현하였는데, 특히 마지막에 여인이 들고 있던 칼을 옷에 내리꽂는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판을 보면 출연자뿐 아니라 관객에 따라 그날의 공연의 느낌이 달라지는데, ‘어!’, ‘얼쑤’, ‘좋다.’, ‘잘한다.’와 같은 적절한 추임새가 배우와 악사의 흥들 돋우어 더 재미지게 만듭니다. 이번 공연의 경우 관람자 중에 탈춤 또는 풍물을 배우거나 공연을 접했던 경험이 많아 적절한 호응이 있어 더 재미있었습니다. :) 저는 아직 그 맛이 나지 않아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공연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의 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추임새를 하고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고성, 봉산, 고창의 다양한 춤과 창작탈춤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던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팸플렛과 공연 순서가 맞지 않아 순서를 헷갈렸던 경우가 있었고 창작극의 경우 시의 원본을 찾기도 어려운 작품이었기에 부가적인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추가적으로 함께 공연을 본 친구는 공연이 국제 무용축제의 참가작이었던 만큼 공연 중에 외국인을 위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문화초대 중에서도 우리 소리와 관련된 무대는 꼭 보려고 노력하는 데 이번에는 그런 선택이 더 적절해서 여러 곳에서 반가움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들은 쇠 소리와 가죽소리가 마음을 두근두근 거리게 만들어 줬네요. :) 공연 잘보고 왔습니다.



아트인사이트와 함께합니다.
 
 
[김미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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