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잔인한 경쟁. 그 속에 순응하는 우리. 연극 '모범생들'

글 입력 2015.07.18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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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당신이 모르는 상위 3%의 진실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 명문 외고 3학년의 한 학급.

다른 이들보다 일찍 사회 상위계층을 차지하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라고 인식한 모범생 명준과 수환은
진정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 지를 잊은 채 컨닝을 모의한다.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된 전학생 종태와 답안지를 
돈으로 산다는 소문에 휩싸여있는 반장 민영까지 휘말리면서
사건은 두 명에서 세 명, 네 명, 그리고 반 전체로 일파만파 커져간다.

결국 그들의 컨닝은 서로의 욕망의 충돌에 의해 발각되고 실패하지만,
그들은 내부적 합의로 한 친구를 희생양 삼아 누구도 처벌받지 않고
사회적 엘리트로 성장한다.

그리고 그들이 오늘, 민영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다시 모였다.





  연극 ‘모범생들’. 경쟁이라는 소재는 많은 작품에서 다뤄진다. 특히 고등학교에서의 경쟁은 많은 창작물의 소재로 삼아졌기 때문에 뻔히 전개되진 않을까 의구심을 품었다. 그러나 이 극은 좀 더 차별화 된 연출과 메시지로 우리에게 경각의 메시지를 각인시킨다.


> 세련된 연출과 유머
  여태껏 접한 극장 중에 제일 큰 규모의 극장이었다. 넓은 무대는 감각적인 연출로 채워져 네 배우만 출연하는데도 공허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세련된 수트는 과거와 함께 교복으로 변하고 네 개의 책상은 무대를 변환하는 역동적인 장치가 된다. 배우들의 안무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신사적이라 반할 법 하다. 극에서 그리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아주 유머러스했다. 특히 성인 ‘수환’이 고등학생 ‘수환’이 되었을 때의 괴리는 아직도 기억이 나서 실실 웃음이 지어진다.

> 경쟁이라는 어둠에 물들어 버린 학생들
  이 극에는 절대적으로 ‘선’을 표방하는 이가 없었다. 서울대에 꼭 진학해야만 하는 강박을 가진 명준은 컨닝을 주도하게 되지만 그 내면엔 안타까운 가정사가 있다. 수환 또한 그를 따라 정의를 저버린 채 결과에만 집착하고, 아는 건 없지만 마음 속에 정의를 품은 종태는 결국 수환과 명준에게 철저히 이용당한다. 그리고 반장인 민영. 그는 컨닝을 주도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핍박 당하지만 사회의 경쟁의 원리를 아이들에게 주입한다. 아무런 조작도, 억지도 쓰지 않고 ‘그냥 이 사회에 적응하고 분수를 아는 것이 편하다.’며 결국 사회의 지배 논리를 주장한다. 네 학생의 모습에서 우리 각각의 이면을 비추어 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씁쓸하다. 

> 경쟁, 그 씁쓸함
    반 아이들은 다른 친구의 컨닝 계획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조차 백점 답안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자 자신을 위해 컨닝을 묵인한다. 종태는 해명을 위한 비참한 희생양이 되고 컨닝 모의는 그렇게 막을 내린다. 그냥 이 경쟁 사회 속에 순응해야 한다는 민영의 태도는 결국 정당화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쟁에 대한 어느 비판의식 없이 그냥 살고 있었던 내가 비참했고, 종종 학력과 재력을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서열화하는 나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는 언제쯤 이 잔인함을 제대로 깨닫고 알을 깰 수 있을까. 정말 재미있었지만, 뒷맛이 매우 씁쓸했던 연극. ‘모범생들’ 이었다. 



아트인사이트

[조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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