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특집]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싶은, 이선희 「탕자」를 읽고

글 입력 2015.04.2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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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자> _ 이선희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는 사실 이 작품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여자가 혼자 여행을 떠나는게 뭐 어때서? 다른 누군가에게 잠시 호감을 갖는게 어때서? 한 인간으로 태어나 자신의 다양한 감정을 직시해볼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작품을 두 번째 읽어봤을 때, 뭔가 색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을 발견했다. 우선 ‘나’는 단순히 여유를 찾아 떠나온 여행자가 아니라 육지로부터의 ‘탈출’ 이라는 표현이 더욱 어울리는 사람인 듯 했다. “배는 바다를 가르며 상어 새끼처럼 달아난다. (중략) 마침 대양 가운데로 나온 것같이 그냥 망망할 뿐이다.” 작품 속 ‘나’는 육지에서 ‘섬’으로 향하는 그 움직임 자체에 상당한 의미를 두었다. 그리고 섬에 도착했을 때는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색다른 자신의 내면의 모습을 발견했다. ‘아무 데도 흠잡을 때 없는’ 약혼자가 있지만,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는 모습도 이에 해당된다. 육체적 탈출뿐만이 아니라 정신적 탈출까지도 행하는 ‘나’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완벽한’ 약혼자도 있는 ‘나’는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했던 것일까? 무엇이 그렇게 그녀를 숨막히게 만들었던 것일까. ‘아무 이해 상관도 없는 슬픔’ 은 과연 어떤 슬픔인걸까. 궁금해졌다. 
 
  한편으로는 작품 속 ‘나’ 라는 사람이 인간 대 인간으로서 참 안타깝게 느껴졌는데, 자신의 현실로부터 벗어나 처음으로 마주한 진짜 자신의 내면의 모습을 마주했을 때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한 계기를 통해 변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또한 소량의 용기를 보탠다면 그동안 자신이 지녀왔던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자신이 마주한 마음에 새로운 둥지를 트고 싶다는 생각도 감히 해볼 것이다. 하지만 ‘나’ 는 그러한 용기를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잠시 스쳐가는 것이라 믿고 그 감정을 지우려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맞닥뜨려버린 감정을 부정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 또 있을까.
 
    과연 이 작품 속 ‘나’는 육지에 그리고 제자리에 돌아오고 나서도 그를 그리워하고 떠올렸을까? 어쩌면, 그녀는 그 낯설고 황량한 섬에서 육체적 탈출 뿐만아니라 정신적 탈출마저 꿈꿨는지 모른다, 짧고도 깊었던 꿈을.     
 
 
[유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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