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4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기념 특별기획 바티칸 문화체험展

글 입력 2014.10.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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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색으로 물들은 하늘과 단풍잎을 즐길 여유도 없이 지나간 가을 때문인가?
달력에 X표를 치면서 어느덧 2014년도 100일이 남지 않았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음도 몸도 조급해진 요즘, 여유를 부리는 것이 소소한 사치일 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앞섰지만 주말 오전 할 일을 모두 끝내두고 경복궁 역으로 향했다.
 
 
전날 내가 다니는 회사가 위치한 판교에서 일어난 사고 때문인가?
오랜만에 타는 지하철 안에서도 한켠의 긴장도 풀지 못하고 40여분을 지나 국립고궁박물관에 도착하였다. 작년 6월쯤, 홀로 2박 3일 휴가를 내고 첫번째로 향했던 곳인데 그날이 마치 어제인냥 변한 것 하나 없는 그곳에 도착해서야 조금씩 마음의 빗장을 풀어 놓았다.
 
 
 
북적이는 인파를 지나 조선의 품위를 간직한 전시관을 지나 지하 층계를 향해 내려간 곳에는 <2014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기념 특별기획 바티칸 문화체험展>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번 전시는 지난 8월에 내한한 교황의 방한과 함께 준비된 전시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피렌체에서 직접 가져온 천국의 문(Porta del Paradiso)과 더불어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바티칸미술관 소장의 진품 성화들과 성물 등을 실제 눈 앞에서 관람이 가능하다는 것.
 
 
 
카톨릭이 모태 신앙인 나에게 있어 신앙적으로 중요한 전시기도 하였지만, 그보다 앞섰던 것은 예술사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작품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의 변화를 주기 위해서도 실제 작품을 감상하는 법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번 전시는 나에게 있어 하나의 공부이자 과제였다.
 
 
이번 포스팅은 <2014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기념 특별기획 바티칸 문화체험展>을 관람하는 데 있어 중요한 관람 포인트를 짧게 설명하며 개인적인 느낌을 담아 보고자 한다.
 
 
 
 
1. 7가지 섹션, 7가지 이야기로 구성된 전시
 
<2014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기념 특별기획 바티칸 문화체험展>은 입구에서 출구까지 총 7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7가지의 이야기로 전시를 기획하여 관람객을 맞이한다. 관람 시 사진 촬영을 금지 되어 있으므로 아래 섹션 내용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1) 문, 길, 진리, 생명- Door, Way, Truth, Life
2) 그리스도와 창조- Christ and Creativity

3) 사제와 성자- Priesthood and Sacraments

4) 전례의 경건함- The Splendeour of The Liturgy

5) 천국의 하모니- Heavenly Harmonies

6) 예언자와 성인들- Prophets and Saints

7) 천국의 문- The Door of The Paradise
 
 
 
첫번째 섹션에 도착하면 피렌체 성당에 부조로 장식된 작품들이 관객들을 맞이하는데 작품의 주요 내용은 카톨릭 신자라면 누구나 아는 인간 창조부터 시작된 성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종교적 가르침을 실제 작품 안에 담아 각각의 열정과 더불어 깊은 신앙심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지나 관람한 것은 바로 카톨릭에서 말하는 세례성사, 성체성사, 고해성사, 견진성사, 신품성사, 혼인성사, 병자성사 등의 일곱 가지 성사를 설명한다.
 
 
어릴 적 유아 세례 시 열심히 공부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교리에서 중요한 일곱 가지 성사를 되새기던 조각 작품에서는 당시 이탈리아의 문화와 정서가 반영되어 설명되어 있었다. 아울러 다음 섹션들에서는 실제 교황청에서 사용했던 예식 성물과 교황이 직접 입었던 제의가 소개되어 있어 카톨릭의 오랜 역사와 정교함을 살펴볼 수 있었다.
 
 
 
2. 르네상스 미술의 정수- 바티칸 미술관 진품을 관람하다
 
이전 설명처럼 교황 프란치스코의 방한을 기념으로 기획되었기 때문에 이탈리아 중심 바티칸 미술관에 소장된 진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실제 진품을 운반하고 전시하기까지 수많은 노고가 필요함을 익히 들어 알고 있기에 많은 작품이 전시되리라 기대하기 어려웠기에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었던 성화는 세 편에 불과해 조금의 아쉬움을 남겼다. 개인적으로 그림에 대한 관심이 높기에 이 포스팅에서는 성화를 중심으로 전시를 포스팅하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작품은 이탈리아 종교화의 거장 귀도 레니(1575~1642) 작의 <성 마태오와 천사>다.
예수의 열두제자 중 하나인 마태오는 실제 성서에서 예수의 승천 후 에디오피에서 선교 활동을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마태오를 중심으로 다양한 그림이 이 시대에 그려지곤 하였다. 이 작품의 감상 포인트는 바로 무언가를 적는 마태오의 행동과 그를 바라보는 천사의 표정, 그리고 행동의 포착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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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도 레니 작, <성 마태오와 천사>, 캔버스 유채, 85×68㎝, 635~40년경.
 
 
 
무언가를 갈망하며 진지하게 받아 적는 성 마태오와 그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기 위해 교감하는 천사, 여기서 무언가는 바로 신의 계시를 뜻하는 것으로 마태오는 복음을 전하고 기록하는 인물로 다양하게 표현되곤 하였다.
 
 
아래는 똑같은 인물들인 성 마태오와 천사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천사가 성 마태오 뒤에서 속삭이듯이 신의 계시를 얘기하고 성 마태오가 복음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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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작, <성 마태오와 천사>, 1661년
 
 
 
두번째 작품은 게르치노(1591~1666) 작의 <세례자 요한>이다.
 
사실 게르치노는 본명이 아니며, 그의 실제 이름은 조반니 프란체스코 바르비에리(Giovanni Francesco Barbieri)이다. 아이러니하게 그가 쓰던 게르치노라는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사팔뜨기'라는 의미이다. 실제 그가 사팔뜨기였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드로잉 실력은 천재적이었으며, 이 작품에서 요한은 젊고 숭고한 젊은 청춘의 소년으로 묘사되었다. 아마도 신성한 영혼을 담아 표현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보며 요한을 이야기하면 밤을 새야 할 정도이니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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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치노 작, <세례자 요한>
 
 
 
마지막 작품은 일 바치치아(1639~1709) 작, <성 프란시스코의 비전>이다.
그 또한 게르치노처럼 본명을 달리 있는데 바로 조반니 바티스타 가울리다. 그의 설명은 자세히 찾아보기가 힘든데 기록에 의하면 제노바에서 태어나 로마에서 사망한 당시 유명한 화가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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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바치치아 작, <성 프란시스코의 비전>
 
 
 
그의 경이로운 작품은 로마에 위치한 제수 교회 천장 프레스코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마치 실제 천장에서 아래로 떨어져 나올 것만 같은 입체적인 감각을 그래도 작품에 옮긴 듯하다.  (난 왜 로마 가서 이 작품을 못 봤을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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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바치치아(조반니 바티스타 가울리) 작, 제수 교회 천장 프레스코화
 
 
 
 
3. 천상의 아름다운 美- 천국의 문
 
마지막으로 관람을 한 곳은 바로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천국의 문(Porta del Paradiso)이다.
그동안 기다림의 대가였을까? 구석진 곳에 조용히 전시된 천국의 문(Porta del Paradiso)은 사실 피렌체에 위치한 산 조반니 세례당 동쪽에 설치가 되었던 제 3청동대문에 불과했는데(?), 미칼란젤로가 '천국의 문으로서도 손색없다'라고 칭한 후에 천국의 문으로 명명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구약성서의 내용을 부조로 표현하여 10구획의 배경의 건물과 풍경을 모두 원근법을 처리, 생생한 회화적 구성과 화려한 장식성이 특색인데, 이 작품의 관람 포인트는 먼저 한 구획별로 자세히 관람하는 것과 멀리서 전체적인 구약 성서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관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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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문(Porta del Paradiso)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괜히 나왔을까?
처음 아무런 지식 없이 바라보던 천국의 문(Porta del Paradiso)은 화려한 조각품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1획 별로 자세히 작품을 바라보면 구약 성서의 내용을 한 작품에 담는데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았는지 알 수가 있고 세월의 손길이 묻어나 실제 이 작품을 바라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사실 천국의 문(Porta del Paradiso)은 1966년 대홍수 후 27년의 복원 가정을 거쳐 제작되었으며, 한국에 전시된 작품은 2개의 세트 중 하나라고 한다. 실제 복원 과정 및 구획별 작품 내용을 자세히 동영상을 비롯하여 기재가 되어 있으니 작품 관람 전, 후로 살펴 보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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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문(Porta del Paradiso) 세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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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천국의 문이 장식되었던 피렌체 산 조반니 세례당
 
 
 
 
4. 평화와 위로의 선물, 과연 나는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어주고 있을까?
 
 
섬세함이 살아 있고 장인들의 숭고한 정신이 담긴 성화와 성작, 성반, 성물까지.
아담과 하와의 인간창조부터 예수의 죽음까지, 수년의 시간을 담고 있는 카톨릭의 역사를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통해 짧은 시간이었지만 잠깐의 여유 동안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경건함과 평화로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전시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위로와 평화의 선물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하였다.
 
2014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기념 특별기획 바티칸 문화체험展> 관람 후 느낀 바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 시간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 무엇인기 되새길 필요가 있고, 허영된 아름다움보다 실제 내재한, 내 자신의 존재로 하여금 누군가에서 선물이 되어주어야 함을 시사하는 전시였다는 것. 전시를 뒤로 광화문으로 향해 교보문고에서 오랜만에 책과 함께한 주말, 모처럼의 오후의 여유는 재충전하기에 좋은 시간이었다.
 
 
올해 2014년은 한국-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이라 한다.
현재 각 국에서는 다양한 행사 및 전시들이 기획되어 있는데 이번 수교를 기념으로 <2014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기념 특별기획 바티칸 문화체험展> 관람도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된다.
 
 
<2014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기념 특별기획 바티칸 문화체험展>는 11월 초까지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내에 전시가 진행된다. 고궁의 나즈막함과 천국의 문과 더불어 다양한 성화를 관람하며 마음의 풍요로움을 가지고 싶은 이들에게, 이탈리아에 가지 않고도 로마와 피렌체를 여행하는 기분을 만끽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번 전시를 추천하는 바다.
 
 
참고로 검색해보니 내년 1월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세부 내용은 아래 홈페이지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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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전시 사이트  
 

 
 
 
* 10월 18일 토요일, 아트인사이트의 초청으로 <2014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기념 특별기획 바티칸 문화체험展>을 관람 후 후기 포스팅입니다.
* 이 글은 아트인사이트와 함께 합니다.  http://www.artinsight.co.kr/
 
 
 
 
 
 
[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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