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IMG_3936 (2).jpg

 

 

"미코, 버섯의 모든 것"은 '버섯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버섯이 직접 발행한 잡지'를 읽는 듯한 기분을 주는 지식 그림책이다.

 

버섯이 화자가 되어 자신들의 역사·신화·생물학·종류·약효·공생까지, 때로는 위트 있는 코너(기록, 대회 같은 설정)로 풀어내며 독자를 끌고 간다. 이런 잡지형 구성 자체가 읽기 리듬을 만들어서, 페이지를 넘기는 행위가 학습이 아니라 탐험에 가깝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 책은 “예뻐서 잘 읽히는” 드문 과학책이다. 버섯은 색과 질감이 갖는 낯섦 때문에 쉽게 하나의 대상으로 뭉개져 보이곤 하는데, 이 책의 일러스트는 그 낯섦을 오히려 매력으로 전환한다. 별색 인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버섯의 갓, 주름, 포자, 표면의 촉감이 시각적으로 살아나고, 덕분에 독자는 정보를 억지로 따라가기보다 그림이 안내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내용이 촘촘한데도 부담이 덜하고 알아가는 재미가 남는다.

 

 

q.jpg

 

 

이 책을 읽어야 할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버섯을 숲의 주변부가 아니라 생태계의 작동 방식 자체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버섯은 식물·동물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균류로서, 보이는 자실체(우리가 ‘버섯’이라고 부르는 부분) 너머에 훨씬 큰 삶—균사체의 확장, 분해와 순환, 다른 생명과의 공생—를 갖고 있다. 책은 이런 역할을 단편 지식이 아니라 세계관처럼 엮어 설명한다. 그래서 다 읽고 나면 숲이 달리 보이게 되는데, 땅 위의 한 송이가 아니라 그 아래에서 조용히 연결되고 교환되는 시스템을 상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네트워크의 감각이 인상깊다. 균사체는 영양분과 신호를 교환하며 주변과 관계 맺고, 그 관계는 특정 개체의 생존을 넘어 숲 전체의 회복력으로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독자는 버섯을 통해 연대라는 단어를 새로 배우게 된다. 연대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지속적인 연결·분배·돌봄이라는 것.

 

책이 말하는 버섯의 생태는 결국 "혼자 잘되는 존재는 없다"는 사실을 자연의 언어로 번역해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과학책이면서 동시에 관계의 윤리를 은근히 훈련시키는 책이기도 하다.

 

 

er.jpg

 

 

또 하나의 읽을 이유는 인간과 버섯의 현실적인 접점을 크게 확장해 준다는 점이다.

 

우리는 버섯을 식재료로만 떠올리기 쉬운데, 균류는 발효(빵·술·치즈 등)와 의학(항생제 같은 성과) 등 인간 생활의 여러 층에 깊게 들어와 있다. 이 책은 그 접점을 과장 없이 정리하면서도, 버섯을 일방적으로 유용한 도구로만 다루지 않고 존중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읽고 나면 먹을 수 있나/없나의 체크리스트를 넘어서, 생물다양성과 공존에 대한 감각이 훨씬 정교해진다.

 

정리하면, "미코, 버섯의 모든 것"은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디자인 덕분에 끝까지 읽히고, 버섯을 통해 생태계의 순환·공생·네트워크를 배움이 인간 사회의 연대 감각으로까지 확장되는 책이다.

 

청소년과 성인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식이 아름답게 전달될 때 얼마나 강력해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자, 읽는 사람의 세계 인식(숲, 관계, 삶의 방식)을 한 번 넓혀 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