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

소설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소년법 제1조 (목적)
. 이 법은 반사회성(反社會性)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矯正)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 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적용되고, 공정한 사회 형성에 이바지하는 것. 법은 그런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억울함과 울분이, 법에 의해 완전히 해소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이를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가?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은 바로 그런 딜레마를 다룬다.

 

 

131.jpg


 

소설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네 살배기 딸을 잃은 교사, 모리구치 유코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종업식 날 “내 딸을 죽인 사람은 바로 우리 반에 있습니다.” 라는 고백을 하는 유코. 소년법의 보호 대상인 중학생들의 계획적 범죄로 딸을 잃은 그녀가, 법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혹한 복수를 실행하는 내용이다.

 

이 책의 가장 탁월한 점은, 시점을 한 인물에서 다른 인물로 옮겨가며 사건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도록 하는 구조이다. 책의 목차는 ‘성직자, 순교자, 자애자, 구도자, 신봉자, 전도자’의 여섯 장으로 구성되어, 각 인물이 그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종교적 이름으로 비유된다. 담임 교사 유코의 시점부터, 학급의 반장, 가해자의 어머니를 거친 후 마침내 살인 사건의 범인인 슈야와 나오키 시점에 이른다. 독자는 읽으면서 나름대로 사건과 인물에 대해 파악하게 되지만, 슈야와 나오키가 직접 말해주는 이야기는 처음에 가졌던 인식에 균열을 일으킨다. 이것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과 닮았다. 관객이 처음에 이해했다고 생각한 내용이 아이들의 시선에서 재구성되며, 인물에 대한 본질적 이해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인간 본성에 관하여 


  

슈야와 나오키는 살인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두 인물이다. 살해 의도는 슈야에게 있었지만, 결정적 살인은 나오키가 저지른다. 이들의 동기와 사건의 배경은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있다. 따라서『고백』은 소년법 문제를 넘어 인간 본성에 관한 문제까지도 꿰뚫는다.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문장으로 나타내는 도덕관념은 학교에 들어와 익히는 단순한 학습효과일 뿐이라는 말이다. ...살인은 악이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p.207

 

 

위 내용은 슈야의 진술이다. 슈야는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보이는 인물로, 사람의 도덕관념이나 윤리관이 학습의 결과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 마치 본능처럼 느끼는 도덕은 사실 허구이고, '진정한 윤리적 감수성’을 가진 소수만이 예외적으로 존재할 뿐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선하지 않다는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청소년기 범죄도 미성숙으로 인한 사고가 아닌 진정한 악행으로서 처벌받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뉴스를 보다 보면 청소년이 일으켰지만, 그 죄질이 매우 나쁜 사건들이 종종 눈에 띈다. 피해자의 관점에서, 가해자가 어리다는 이유로 악행을 봐준다는 것을 납득할 수 있을까?

 

그러나 두 아이가 살인을 저지르게 된 본질적 원인은 부모와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자신이 부모의 마음에 들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부모의 맹목적이고 편협한 사랑, 혹은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던 경험이 결국 두 인물을 파멸로 몰고 간다. 따라서 우리는 동시에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악 그 자체로 보이는 행위, 그러나 그 배경은 부모와의 애착 문제. 우리는 아이들을 어디까지 보호하고 어디부터 처벌해야 할까?

 

 

 

복수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소설의 첫 장은 ‘성직자’, 마지막 장은 ‘전도자’이다. 성직자로 비유되는 유코의 남편은 ‘죄를 저지른 아이들은 갱생할 수 있다’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그들을 끝내 용서하려고 한다. 그러나 전도자로 비유되는 유코는, 가해자들을 끝내 용서하지 않고 법의 테두리 밖에서 스스로 모든 복수를 설계해 완성한다. 모두를 용서하고 구원하려는 성직자와 달리, 복수와 파괴의 이념을 전파하는 전도자로서 소설을 끝내는 것이다.


복수는 정당화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사실 정해져 있다. 법치주의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개인의 범법적 복수는 당연히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진실은, 법이 불충분할 때 누군가는 억울함을 느끼며 그 분노가 해소되지 않기도 한다는 것이다. 유코는 본인만의 칼춤을 추면서, 청소년 범죄와 이를 처벌할 수 없는 제도적 허점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결국 완성된 그녀의 복수 앞에서 독자들은 경악하면서 책을 덮게 되지만, 그 씁쓸한 결말은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완전무결한 정의가 존재하는가? 어느 쪽을 선택해도 결국 유토피아는 없다.

 

*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은 쉽지 않은 소재를 다루지만, 그래서 더 홀린 듯이 읽을 수밖에 없다. 하나의 사건을 겹겹이 파헤쳐가며 마침내 진상에 다다르는 경험은 섬뜩하면서도 매혹적이다. 문학의 기능이 우리를 사유하게 만드는 데 있다면, 마지막 장을 덮은 후 수많은 의문을 남긴 이 작품은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 셈이다. 당신도 인물들의 고백을 따라가며, 우리는 어떤 존재인지, 더 나아가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하는지 스스로 묻기를 바란다.

 

 

 

아트인사이트 명함.jpeg

 

 

원미이 에디터의 다른 글 보기
예술에 관한 이런저런 글을 씁니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