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범죄 추리 게임’이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어떤 정적인 장소를 보여주고, 해당 장소에서 다양한 아이템을 찾아 인벤토리에 저장하며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게임이 떠오른다. <더스크우드>는 이런 게임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오늘은 독일 게임사 ‘에버바이트’의 범죄 추리 모바일 게임 <더스크우드>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채팅형 플레이 방식
더스크우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차별점이라고 볼 수 있는 포인트는 바로 채팅형·대화형이라는 점이다. 게임 진행이 메신저를 통해 이루어지고, 이 메신저로 플레이어(Main Character, MC)인 내가 여러 인물과 대화할 수 있다.
게임 내 여러 등장인물들은 플레이어와 채팅하기 위해 플레이어를 그룹 채팅방에 초대하고, 개인 친구로 추가하는 등 다양한 액션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 역시 그들의 프로필을 확인하며 개인적인 사진을 비롯한 링크(인스타그램 링크, 유튜브 링크 등) 및 메모를 확인할 수 있다. 새롭게 발견한 전화번호를 통해 새롭게 친구를 추가할 수도 있다.
게임 진행 도중 다른 인물들의 프로필에 변동 사항이 생기면 팝업 알림이 떠서 바로 확인해 볼 수 있고, 해당 인물과 나의 1:1 채팅방에서 오고 간 다양한 사진 및 음성, 영상 자료들 또한 프로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필을 확인하는 방법은 채팅방에서 해당 인물의 프로필 사진을 클릭하면 된다.
채팅 방식이라고 해서 내가 직접 채팅을 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플레이어의 답변이 필요할 때마다 1~3개의 선택지가 나오고, 플레이어가 원하는 선택지를 선택하여 답변하면 된다. 플레이어가 어떤 답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물들의 대답과 반응이 달라진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답변이 스토리의 전체적인 전개와 결말을 바꾸지는 못한다. 또, 플레이어가 잘못되거나 틀린 선택지를 고를 때에도 등장인물들이 알아서 정정해 주기 때문에 단서들을 토대로 내가 직접 추리를 해나가는 맛은 크지 않다.
그러나 채팅 메시지 자체가 현지화 번역이 잘 되어 있어 ‘초월 번역’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고, 플레이하는 모든 과정 자체가 실제 메신저로 대화하는 느낌을 주어서 몰입을 뛰어넘은 ‘과몰입’까지 가능하게 해준다. ‘앱’ 탭에서는 전화도 가능하고, 지도, 인터넷 브라우저 등 게임 진행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추가적으로 이용해 볼 수 있다. 게임 내에서 획득한 코인을 통해 메신저 테마를 취향껏 변경할 수도 있다.
실제 사람이 투입된 다양한 캐릭터들
더스크우드를 고평가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연기를 위한 인력들(사람들)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한 등장인물들 모두 일러스트, 2D 캐릭터가 아닌 실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필 사진부터 음성·영상 통화 등의 요소에 사람들이 투입되었고, 해당 인물들이 보내주는 사진이나 영상 자료 또한 실제 외국에 존재하는 장소로 추정된다. (에버바이트사가 독일 필링겐슈베닝겐 지역에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의 장소들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사람들이 투입되긴 했지만, ‘전문 배우’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애매한 지점은 이 배우들 중 몇몇이 게임 제작자들의 가족이나 지인들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전문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도 몇몇 있지만, 에버바이트의 더스크우드 3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확인한 바로는 예산 문제로 인해 본인들의 가족과 지인들을 리스트업해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게임을 플레이했던 유저들의 반응을 찾아보았을 때 배우들의 연기력이 다소 아쉽다는 평을 조금 찾아볼 수 있었으나, 나는 개인적으로 그들이 모두 전문 배우로서 따로 섭외된 줄 알았을 정도로 크게 아쉬움을 느끼지 못했다.
2D가 아닌 실제 사람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라 그런지 플레이어에게 상당한 몰입을 제공하고, 교류가 잦은 인물들과는 유대감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서 다가왔던 것은 역시 음성 및 영상 통화를 진행할 때였다.
알아두어야 할 점은 대부분의 음성 및 영상 통화를 비롯한 특별 선택지가 ‘멀티미디어 팩’이라는 이름의 유료 패키지를 구매해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 진행에 꼭 필요한 자료들의 경우 무료로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도 제공이 되지만, 그 외에 인물들과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은 유료 패키지 구매 시 제공되기 때문에 플레이 시 고려해 보아야 한다. 나는 게임 진행 초반에 이 멀티미디어 팩을 구매하고 생각보다 만족스럽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존재하는 치명적인 진입장벽
여러모로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실종된 등장인물을 찾기 위해 해당 인물의 클라우드에 접근해 손상된 파일들을 복구한다는 콘셉트의 ‘퍼즐’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더 이상 어떤 인물에게서도 채팅이 오거나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때가 바로 퍼즐을 풀어야 할 시점이다. 퍼즐 탭을 누르면 “미니 게임 3개를 풀어야 진행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문제는 이 퍼즐이 정말 어려운데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하나의 스토리(≠에피소드)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3개의 퍼즐을 풀어야 하고, 이 3개의 퍼즐을 총 5번 풀어야 해당 클라우드 복구가 끝난다. 한 퍼즐 당 진행도가 7~8%씩 오르기 때문에 100%를 만들려면 총 15개의 퍼즐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게임의 최종장인 에피소드 10에서는 3개의 퍼즐을 총 6번, 즉 18개의 퍼즐을 완벽하게 풀어야 클라우드 복구가 100% 완료된다. 에피소드 9까지는 어려운 퍼즐이 있으면 세 개 정도 건너뛸 수라도 있었는데, 에피소드 10에서는 꼼짝없이 모든 퍼즐을 다 풀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모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퍼즐을 푸는 데 너무 오래 걸리는 경우에는 스토리에 대한 몰입도가 크게 떨어져 버리기도 한다.
일반적인 퍼즐 게임처럼 하트가 5개씩 제공되고, 30분마다 하트 1개가 채워진다. 퍼즐이 막힐 때 아이템이라도 쓸 수 있으면 덜 어려울 것 같은데, 아이템은커녕 힌트도 주지 않는다. 보통 퍼즐 게임에서는 오랫동안 어떤 것도 움직이지 않으면 움직일 수 있는 것을 알려주는데, 더스크우드에 그런 자비로움은 없다. 그러므로 하트 5개를 모두 소진해도 퍼즐 하나를 못 푸는 경우가 꽤 빈번하게 생긴다.
퍼즐을 아슬아슬하게 못 풀었을 때 이동 횟수를 5회 추가해서 퍼즐을 클리어할 수 있는 기능이 있긴 한데, 무려 코인이 9개나 소모된다. (코인 9개는 퍼즐을 7개 내지 9개는 풀어야 얻을 수 있다. 정말 사악하다....) 차라리 30분을 기다려서 생기는 하트 1개로 다시 시도해 보거나, 코인으로 하트를 추가 구매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다소 ‘웃픈’ 사실은 이 사악한 퍼즐도 계속 풀다 보면 나름 요령이 생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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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더스크우드 3회차 플레이를 진행 중이다. 처음의 플레이에서는 최대한 정답에 가까운 선택지를 고르기 위해 노력했다면, 지금은 내가 이전에 선택하지 않았던 다양한 선택지를 골라보려고 한다. 기나긴 전개 끝에 게임의 엔딩을 본 이후에도 다시금 그 긴 시간을 플레이할 이유를 제공한다는 게 더스크우드의 큰 매력인 것 같다.
더스크우드를 처음 플레이하게 된 것은 2022년 무렵 한 친구의 추천 덕분이었다. 나는 에피소드 9까지 출시되었던 다소 늦은 시점에 첫 플레이를 시작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 게임을 늦게 접한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도 에피소드 10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다가 게임을 잊어버릴 정도였는데, 출시와 동시에 게임을 플레이했더라면 3년에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대신, 현재 더스크우드의 후속작과도 같은 게임인 <문베일>이라는 게임이 제작 중에 있다. 에피소드 2까지 나온 시점에 플레이를 시작했는데, 완결까지 앞으로 몇 년간 기다려야 할 것을 생각하니 아찔하다.
아무래도 후속작인지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여타 양산형 게임처럼 AI 일러스트를 활용한 등장인물들이 있어서 큰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퍼즐 또한 더스크우드보다 훨씬 어려워졌고, 전체적인 디자인 또한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맞지 않아 아쉬웠다. 그래도 더스크우드의 사이드스토리가 더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끝까지 플레이해 보려 한다.
언젠가 문베일을 소개하는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