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여름이다. 요즘엔 지구 온난화가 워낙 심해졌기에 여름이 길어졌지만, 보통 여름이라고 하면 6월부터 8월까지로 구분하는 게 일반적이다. 개인적으로 여름은 각 달마다 정말 다른 분위기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8월은, 수박이 생각나고 해변이 생각나는 정말 채도 높은 화창한 여름. 7월은, 오락가락하는 날씨 틈새에 새파란 하늘과 쨍한 햇빛이 생각나는 장렬한 여름. 6월은, 아직 봄의 형태를 다 벗어나지 못한 푸르른 녹음이 생각나는 흐릿한 여름. 그래, 지금은 습도 높은 초록빛 여름의 6월. 항상 이런 날에는 비가 올 듯, 말 듯한 날씨에 땀이 주르륵 흘러 내린다. 시원한 아이스크림, 아니면 당도 높은 과일이 생각나는 6월, 하다 못해 한 캔의 이온 음료라도 마시면 온몸의 외부와 내부가 모두 차갑게 '쨍'하고 얼어붙을 것만 같은 여름. 나는 매일 땀방울이 맺히다 흘러내리는 이마와 목덜미를 훔친다.
최근 근무지가 바뀌면서 나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버리고 말았다. 시간은 덜 걸리지만 교통비가 평소의 2배가 드는 1안과 교통비를 줄이는 대신 30분이 더 걸리는 2안의 출근길 중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무섭게 오르는 교통비에 돈은 없지만 낭만은 있다고 믿는 나는 출근길의 여유를 선택했다. 웃기는 헛소리라고? 나도 알지만, 텅텅 비어버린 내 통장 잔고를 자각하기보단 여름이 유이하게 허락한 시원한 시간을 부지런히 즐긴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이 더 편한 법이다. 1시간 30분의 출근길에 잠이 덜 깬 눈을 겨우 뜨며 허겁지겁 집을 나서면, 역시 부지런해진 햇빛이 열기와 함께 나를 놀린다. '안녕? 넌 오늘도 일하러 가니? 불쌍하기도 해라.' 그 약오르는 햇볕에 열받은 나는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약올라, 약올라! 하지만 제대로 분을 풀 틈도 없이, 신호등이 바뀔 때마다 서둘러 발길을 옮긴다. 언제 마지막으로 붓기가 풀렸는지 모를, 매일 같이 퉁퉁 부어오른 다리와, 몸과 마음을 모조리 잠식해버린 만성 피로에 앓는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애써 그걸 참는다. 참으니 대신 나오는 건, 역시나 땀방울. 그렇게, 나와 같은 이유일지 다른 이유일지 모르겠지만 똑같이 이른 출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지하철을 탄다. 다들 '후' 하고 길게 뜨거운 숨을 내뱉는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깊은 고민과 더불어 햇빛이 뜨겁게 놀렸기 때문일 것이다. 마침 아주 차갑게 불어오는 에어컨 바람이 고맙기도 하다. 집에서는 전기비가 아까워서 에어컨을 못 트니, 지금이라도 에어컨 바람을 많이 쐬어놔야 한다. 약간 몸이 으스스해지려나 싶을 때쯤, 아쉽게도 환승.

회사까지 걸어가는 그 짧은 거리는 또 얼마나 무더운가. 축축하게 젖어버린 머리카락을 연거푸 넘기며 몸속의 뜨거운 열기를 내뱉는다. '후' 하고 한숨을 쉬면 그나마 몸속이 살짝은 시원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기진맥진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도 출근길부터 뜨거운 이 여름에 진절머리가 나는 것이겠지. 그들과 함께 걷고 있노라면 문득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더위 때문인지 아니면 곧 다가올 업무들에 긴장해서인지 모르겠다. 사무실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을 걸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땀이 마르는 것 같지만서도, 심지어 엘리베이터에서 잠깐 땀을 식히면서도 계속 땀방울이 나는 것은 업무를 바라보며 느끼는 막막함 때문일 것이니까.
모니터를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가시성을 더 좋게 보완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고 있다보면 손에서 땀이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게 느껴진다. 다한증, 이 지긋지긋한 녀석은 항상 중요한 일에 집중할 때마다 나를 괴롭힌다. 찌릿찌릿하며 손바닥 전체가 아려오는 것을 느끼는 순간부터 땀이 나기 시작한다. 덥지도 않은데 왜 땀이 나는지. 단독으로 하는 업무에 초조해져서, 부담감을 느껴서, 책임감을 느껴서 나는 땀을 나는 계속해서 닦을 수밖에 없다. 닦아도 닦아도 노트북에 묻어나는 축축한 땀, 결국 자리를 박차고 화장실에서 손을 닦고 온다. 업무에서 잠깐 나와 혼자 가지는 그 아주 짧은 시간엔 땀도 나지 않고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가 있다. 휴, 하고 또 한숨을 내쉬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며 감전되는 듯한 찌릿함을 또 다시 느낀다.
퇴근을 하며 바라보는 풍경엔 어느 새 그 무더위가 살짝은 잠잠해져 있다. 습하긴 하지만 그래도 시원한 축에 드는 바람이 불어오고, 오늘도 업무를 끝냈다 라는 생각에 홀가분한 기분이다. 하루종일 땀방울만 훔친 것 같은데 벌써 하루가 다 갔다. 이게 더워서인지, 아니면 하루종일 정신 없이 할 일을 하느라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땀방울이 가득한 하루가 썩 나쁘지 않다. 다음 날 흘릴 땀방울을 생각하면 막막하고 벌써부터 숨이 막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여름의 하루가 또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