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아트인사이트 에디터가 되기 전 주로 내가 블로그에 올려왔던 글들은 ’영업용‘ 글들이 많았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숨겨진 수작을 발견하면, 나만 알 수 없다는 마음에 얼른 ’주접’ 포스트를 올렸다. 반대로 기대 이하였던 작품에는 서운함을 여과 없이 표현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실망한 표정을 하고 있는 짤들이 들어간, ‘귀여운 글’을 썼다.


문화 예술을 더 책임감 있게 향유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지원했던 아트인사이트. 나의 감정이 앞서기보다는 인사이트를 담아 독자를 상당 부분 고려하는 글을 정기적으로 써 내려갔다. 이렇게 정기 기고한 글은 14편, 문화 초대를 다녀오며 쓴 별도의 리뷰는 13편. 글을 일주일에 두 개씩 썼던 셈이다.


기고한 글은 개인 네이버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함께 올렸다. 덕분에 브런치도 처음으로 조회수 1,000회를 기록한 글이 생겼다. <보이 인 더 풀> 시사회 리뷰가 다음 메인에 뜬 것이다. 또한 뮤지컬 <드림하이> 리뷰가 트위터에 공유되며 네이버 블로그도 잠시 방문자 수가 급상승한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구글에 검색하면 내 브런치가 뉴스 탭에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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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간 내 손은 어느 때보다 키보드 위를 바쁘게 뛰어다녔고, 매번 아트인사이트는 글들에 날개를 달아줬다. 혼자라면 어려웠을, 수많은 독자들과 만나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에디터 활동을 하며 재미있었던 것은 역시 글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마감은 쉽지 않았지만, 독자들의 반응을 분석하는 건 늘 두근거렸다. 고생한 만큼 완성도가 높아진 ’정직한 글들’의 경우 피드백을 스스로 정리했다. 마감에 쫓겨 후다닥 썼는데 의외로 반응이 굉장히 좋았던 ‘다크호스 같은 글’의 경우는 기분이 더없이 좋았다. 발행할 당시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찾아주는 ’스테디셀러 글’이 생기는 것도 뿌듯했다. 반대로 엄청 열심히 썼지만 퇴고가 끊임없이 나오는 (아직도 퇴고를 하고 싶은) 글도 있다. (사실 이런 글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러한 반응을 바탕으로 글감과 글쓰기 환경 등을 실험해 보며 ‘나한테 어떤 글이 가장 쓰기 쉬운지‘를 깨달았다.


아래는 누가 내게 아트인사이트의 활동이 어땠는지 물어본다면 소개하고 싶은 글들이다. 가장 나다운 글을 써낸 활동이기도 했고,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한 경험이기도 했고,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게 한 나날들이었다.

 

 


가장 나다운 글 2편


 

가장 나다운 글들이다. 쓰는 게 가장 쉬웠던 글들이기도 하다. 내가 평소에 해온 생각들, 잘 알고 있는 것들이었어서 자료 조사를 많이 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기에 흐름도 쉽게 잡아갈 수 있었다. 여담으로 두 글들 모두 아트인사이트 헤드라인에 걸렸었다. 조회수나 헤드라인이 글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사람들은 결국 오리지널리티가 살아 있는 글을 가장 재밌게 읽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1. 가장 나다운 글

왜 영어 공부하면 '프렌즈'를 보라고 할까?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4618


나의 취미는 영어 공부다. 누가 내게 영어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면 나 역시 프렌즈를 꼽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진부한 답변을 하고 싶지 않지만, 프렌즈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마 내가 지금 영어로 말할 수 있는 것의 50%는 프렌즈가 채워줬으리라. 프렌즈 팬들은 툭 치면 프렌즈 속 대사를 말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뭘까? 그 외에도 프렌즈가 좋은 교재인 이유들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그 이유는 아트인사이트의 모토, ‘문화는 소통이다’와 비슷한 맥락에 있다. 무척 빠르게 써 내려간 글이자 개인적으로 나의 베스트 글로 꼽고 싶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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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처음으로 써 본 업세이

영화로 위로받는다면 당신은 '치유적 영화 보기' 중이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4825


나의 ‘업세이’다. 현재 나는 심리상담센터의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상담사 선생님들은 상담에만 집중하실 수 있도록 상담센터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대행사(?) 같은 일을 한다. 나중에 직접 심리상담센터 마케팅 전문 대행사를 실제로 차려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다만 내가 늘 마음에 걸렸던 것은, 바로 내가 심리학이나 상담학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년에 영화심리상담사라는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 자격증의 실체에 대해 의도치 않은 취재를 하게 되었다. 나름 특이한 경험이라고 생각해 아트인사이트와도 나누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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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솔직한 내가 보이는 글들 2편


 

글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감정이 매우 진하게 느껴지는 글들이다. 약간 부끄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글 뒤에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느껴진다. 요즘은 댓글마저 ai로 썼는지 의심하게 되는 시대이기에, 오히려 이 날 것의 감정들이 가치를 가진다는 생각이 든다. 절대 ai가 흉내도, 이해도 못 할 나만의 이야기다.

 


3. 온라인에 공개 발행한 편지

[Project 당신] 나의 달에게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5194


아트인사이트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서간문에 참여한 글로, 사실 내가 가장 부끄러워하는 글이다. 편지를 보내고 싶은 사람을 생각해 보는데, 곧 나의 ‘최애‘ 배우의 생일이었다. 그리고 최근에 나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준 사람이기도 했다. 흑역사 같은 글이라 읽다가 얼굴이 확 빨개지는 글이지만 삭제 요청을 하지는 않았다. 약간 엉성한 글도 읽는 재미가 있으니까. 우리가 블로그와 브이로그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것에 있을 테니까. 최소한 누군가에게 글을 쓸 용기를 줄 수 있겠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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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처음으로 소설을 쓰고 싶게 만든 글

나의 '때에 맞는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요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5303


아, 이 글도 약간 민망하다. 친했던 회사 동료분이 퇴사한 다음날, 그 부재를 느끼며 썼던 글이다. 워낙 이 동료분께 받은 게 많았던지라 고마움이 많이 담긴 글이다. 처음으로 내게 일을 가르쳐 준 분이기도 했고, 오랫동안 여초사회에 있으며 ’여자 마그넷’이었던 나에게 몇 없는 ’남사친‘이기도 했다. 일을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덕분에 성별이 다른 친구가 주는 또 다른 든든함을 알았다.


참고로 내 지인들은 “첫 문장부터 너무너무 슬프다"라며, 극T인 친구들조차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서일까, 이 글을 쓰며 처음으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내 경험으로 울컥하는 걸 보니 짜릿했다. 내 날 것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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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글 2편


 

5. 시의성은 잡았으나 2% 아쉬운 글

영화 승부 - 어떻게 나답게 싸울 것인가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5535

 

아, 시의성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글이다. 영화 <승부>가 넷플릭스에 풀리자마자 쓴 글이었다. 마감에 쫓기다가 후다닥 쓴 글이었는데, 타이밍 덕분에 조회수가 높았다. 그러나 내가 봐도 그렇게 높은 퀄리티의 글은 아니었는지라 반응이 눈에 띄게 좋은 글은 아니었다. 영화 비하인드나 몰랐던 지식, 정보가 좀 더 들어가 있었으면 더 재미있는 글이 되었을 것이다.


알찬 리뷰를 읽으면, 인사이트를 위한 지식과 정보들이 퍼즐 피스처럼 제공된다. 정보가 뻔하지 않게 제공되고, 하나의 그림으로 가공되어 생각의 확장을 부른다. 이 리뷰는 퍼즐 피스를 맞추는 재미가 많이 없어, 다소 심심한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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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완벽주의 때문에 왔다 갔다 한 글

우리는 모두 집을 찾아 헤매는 존재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5834


가장 최근에 쓴 글이다. 사실, 이 글뿐만 아니라, 근래 쓴 글들이 좀 아쉬운 점이 많이 보인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너무 거창한 글을 쓰려는 욕심이 비집고 들어섰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뭐였지?’를 계속해서 생각하는 게 결국 이 완벽주의의 미로를 헤쳐나가는 실타래가 되어주었다. 좋은 글을 위한 퇴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여담으로, 글의 퀄리티는 체력에도 비례한다. 3월과 4월에 많은 문화 초대를 신청하면서, 그리고 다른 대외활동을 병행하면서 체력이 방전되었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글의 근력도 덩달아 부족해진다. 글의 근력은 글의 메시지를 가지고 가는 힘이기 때문이다. 글 또한 체력에 바탕을 둔다는 것을 실감하며 활동을 마무리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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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의 박형주 대표님은 “에디터님의 글 덕분에 아트인사이트가 다채로워졌다"라고 자주 말씀해 주셨다. 내 글들을 읽어보니, 그냥 해주시는 말씀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완성도와는 별개로 나라는 사람 자체가 다채롭기에 그 어떤 글도 똑같지 않았다.


나는 내가 잘 아는 분야에서는 근거 있게 창의적인 발상을 하기도 하고, 더 알고 싶은 게 생기면 끝까지 대답을 요구하는 집요한 구석도 있었다. 인연에 있어서는 한없이 정이 많은 사람이며, 이를 표현하는 문화 예술을 매일 찾아 나선다.


나는 내가 많이 물렁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트인사이트에서 매주 한 편의 글을 완성하며 매주 나를 재발견했다. 나는 아트인사이트에서 문화 예술을 향유할 기회뿐만 아니라 자존감을 얻어 갔다. 컬쳐리스트로 이어서 활동할 수 있게 된다면, 에디터 활동을 하면서 생긴 욕망들을 더 실현하고 싶다. 완벽주의와 자의식을 내려놓은 글,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불러오는 글, 오리지널리티가 살아 있는 글들을 더 쓸 수 있길, 스스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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