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즈카 레코즈 소속의 '앰비드 잭(Ambid Jack)'의 새 앨범 NOMAD는 기존의 날카롭고 직설적인 붐뱁 스타일에서 벗어나, 힘을 쫙 뺀 담백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로 또 다른 음악적 결을 선보이는 앨범을 선보였다. 기존에는 거침없는 에너지와 타격감 넘치는 플로우로 리스너를 압도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오히려 감정을 덜어내고, 잔잔한 이야기와 고백을 통해 리스너들에게 이른바 칠(Chill)한 무드를 선사한다. 무리한 기교보다는 진정성 있는 표현에 집중한 이 앨범은, 감정의 과잉을 피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앨범 ‘NOMAD’는 사회의 틀과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순수함을 지키고자 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넘어져도 괜찮다”, “틀에서 벗어나도 된다”는 메시지는 위로라기보다는 스스로를 향한 다짐처럼 들리며, 곡 하나하나에 녹아든 고백적 언어는 앰비드잭 특유의 직관적이면서도 성찰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특히 타이틀곡 'NOMAD'에서 “같이 도망치자”는 외침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억압된 세계를 벗어나 순수를 지키겠다는 저항의 언어로 읽힌다.
앨범은 ‘유목’이라는 메타포를 중심에 두고, 성장통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펼친다. 작은 바퀴로도 끝까지 가겠다는 〈미니벨로〉, 공허한 관계 속 상처를 오렌지색 고양이에 빗댄 〈Orange cats〉,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을 찾아 떠나는 〈Takhi〉까지, 각 곡은 독립된 이야기이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서사를 완성한다. 특히 앨범의 후반으로 갈수록 내면의 고독과 관계의 상처를 직시하면서도, 결국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답게 살아야겠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익숙한 스타일을 비틀되 본질적인 감각은 유지한 채, 자신 안의 방황과 순수를 동시에 마주하는 이 앨범은 앰비드 잭이라는 아티스트가 음악 안에서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보여주는 앨범이다.
01. 미니벨로
“난 작지만 무조건 가, 끝까지”
부적응자 같은 자신의 성격을, 작지만 끈질기게 달리는 미니벨로의 바퀴에 빗대어 표현한 곡이다. 비록 그릇은 작을지라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았으며, 앨범의 시작을 열기에 더없이 적절한 첫 트랙이다.
02. SORA
“세 번은 실패해도 돼, 네 번째엔 잡힐 거야”
넘어져도 괜찮다. 어차피 다시 일어설 테니까. 하늘 아래 작디작은 존재로서 우리는 결국 각자의 소소하고 잔잔한 행복을 찾아가리라는, 낙관적인 메시지를 담백하게 풀어낸 곡이다.
03. 이지고잉 (Feat. Jr.'s)
“죽고 싶다가도 배는 고파”
시간이 지나면 모든 감정은 무뎌지고, 그 시간이 결국 나를 지탱해주는 뿌리가 된다. 낙천적으로 웃으며 살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전하는 이 곡은, 앨범 발매 전 공개된 뮤직비디오에서도 그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04. NOMAD (Feat. 황세현)
“같이 도망치자”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전체 주제를 가장 진하게 드러낸 곡. 도시와 어른들의 틀 안에서 벗어나, 생각이 닿는 곳으로 함께 도망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매일같이 바깥을 걷고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으려는 Ambid Jack의 아이덴티티와, 또래들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 어린 외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05. Orange cats (Feat. sunoa)
“우리 너무 가까워지진 말자, 더 이상 친구까지 잃고 싶진 않아”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방황하던 스물 초반의 나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돌발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유명한 오렌지색 고양이에 빗대어 풀어냈다. 철없이 상처를 주고받는 일회성 관계들에 대한 담백한 고백이 담겨 있다.
06. Cereal
“I know you’ve been hard, but I’m really into this cereal”
아침의 소소한 일상 속,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과 단지 편안하게 쉬고 싶은 사람 사이의 엇갈린 대화를 그렸다. “뭔 말인진 알겠는데, 일단 밥부터 먹자”는 말처럼, 서로의 말에 집중하지 못하는 태도 속에서 느껴지는 현실감이 곡의 포인트다. 후반부에 화자가 바뀌며 작지만 위트 있는 반전을 선사한다.
07. 성에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지, 우리 안을 땐”
성격도, 시선도 달랐던 우리는 결국 어긋날 수밖에 없었다. 같은 결말일 걸 알면서도 여전히 잊히지 않는 기억들, “차라리 친구로 남았으면 어땠을까”, “내가 아직 많이 어렸던 거겠지” 같은 진심 어린 후회의 감정이 녹아 있는 곡이다.
08. Takhi
“내 진실된 마음은 종이 위에 쓸 수 없어”
‘Takhi’는 몽골에 남은 유일한 야생마의 이름이자, 이 곡의 상징이다. 앰비드잭, 본명 김승수라는 사람의 내면을 관찰하는 시선과 함께, 이 앨범을 만들게 된 근본적인 마음가짐이 담겨 있다. 모든 행복과 성취는 마음속 어린아이로부터 비롯된다는 믿음을 품고, 망상을 품은 채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표현한 곡. “나는 나를 찾을 때까지, 귀를 닫고 고개를 숙인 채 달릴 것이다”라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앨범 'NOMAD'는 ‘나’라는 존재를 지키기 위해 사회의 중심에서 한 발짝 떨어진 채 살아가는 태도를 보여준다. 방황이 아니라 방향을 찾기 위한 여정. 익숙한 세상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겠다는 이 앨범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청춘의 진심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담백한 뮤직비디오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 앨범을 통해 ‘순수함’이라는 가장 어려운 단어를 다시 꺼내 들며, 그것이 여전히 지켜야 할 가치임을 차분하지만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