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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은 한 장 한 장이 하나의 이야기다.

 

처음엔 익숙한 일상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상치 못한 장면과 의미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어느새 관람자는 그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바로 '상상력'이다. 그림 곳곳에 위트 있게 배치된 디테일과 상상력 넘치는 장면들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유쾌하게 넘나 든다.

 

["평범한 이야기에 재미를 더하는 방법은 바로 상상력이야. 나는 그림을 통해 상상력을 키워가고, 그것이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재미를 줄 수 있다고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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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질 거야 ⓒAnthony Browne

 

 

그의 작품 중 <달라질 거야>에서는 아이가 찬 축구공이 하늘을 날아가며 알로 변하고, 그 알에서 새가 태어나는 장면이 등장한다.

 

단순히 재미있는 장면처럼 보이지만 이 그림은 여동생의 탄생을 상징한다. 새로운 시작과 가능성을 담은 이 이야기는 앤서니 브라운 그림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그의 그림은 단순한 유쾌함을 넘어,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상징과 의미를 함께 품고 있다.


이야기에 의미를 더하는 앤서니의 상상은 캔버스 안에서 현실이 된다. 지루하던 일상도 그의 상상을 더하면 생기가 흐른다.

 

예상치 못한 한 끗 차이의 상상력이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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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_s Adventures in Wonderland1988 ⓒAnthony Browne

 

 

전시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그가 새롭게 해석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진 이야기를 그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 작품 속 캐릭터들은 초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얼굴을 반으로 나눠 두 가지 표정을 동시에 담거나, 작가의 시그니처 캐릭터인 고릴라가 등장하는 방식 등은 기존의 '앨리스'를 완전히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단순한 오마주가 아닌, 원작에 대한 애정과 깊은 해석이 담긴 진지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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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y_s Stories 2014 ⓒAnthony Browne

 

 

전시 구성도 인상적인데, 특히 처음 전시를 접하는 아이부터 가족 단위 관람객까지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전시 공간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앤서니의 그림 앞에 붙은 "서로를 안아주세요"라는 문구는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경험을 넘어, 서로의 감정과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만든다.


그중에서도 '가족'이라는 주제를 다룬 섹션은 작가의 가족에 대한 마음을 가장 짙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이제는 그의 시그니처가 된 고릴라 캐릭터가 사실은 아버지를 모델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비롯해, 어머니와 형 등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따뜻하고 진심 어린 시선으로 그려져 있다.

 

아마 이곳에서 가족 관람객들에게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특별한 감상의 공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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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마지막에는 앤서니 브라운이 즐겨했다는 '세이프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같은 형태의 선이 그려진 종이에, 관람객 각자의 상상력을 더해 완성한 그림들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다.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은 모양에서 출발했지만 똑같은 그림은 아무것도 없다. 하얀 종이 위에 내가 그리는 선 하나가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다고.

 

상상력에는 정답이 없으며 누구나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이 저마다의 상상력을 발휘한 각양각색의 그림은 전시장을 빼곡히 채우는, 앤서니 브라운전의 마지막 작품이 된다.


그의 첫 번째 책이 세상에 나온 지도 어느덧 50년이 다 되었다고 한다. 팔순을 앞둔 지금도, 앤서니 브라운은 여전히 새로운 세상을 그려 나가고 있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우리에게 상상력의 기쁨과 감동을 선사하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여운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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