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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나는 샐러드를 즐겨 먹는 사람은 아니었다. 샐러드는 다이어트 식단이라는 단순한 인식이 있어서 항상 조금 더 살이 붙길 바라던 나에게는 매력적인 음식이 아니었고 입맛에 맞는 드레싱을 찾지 못해 맹맹한 채소 조각들을 모아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작년 사월, 부모님 집에서 텃밭을 가꾸며 나에게 텃밭의 작은 부분이 할당되었는데 나는 거기에 별다른 계획 없이 (싱싱하고 귀여워 보인다는 이유로) 루꼴라, 로메인, 방울토마토를 심었고 여름이 되자 이 작은 모종들의 잎사귀가 어마어마한 양으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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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빛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난 루꼴라, 로메인, 방울토마토는 수확하고 보니 시장에 나가서 팔아볼까 싶을 정도로 많은 양이 되었는데 이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특히 방울토마토를 어떻게 잘 사용할지가 문제였다.

 

처음에는 방울토마토를 살짝 데친 후 껍질을 벗겨 바질을 잘게 다져 넣은 마리네이드로 만들어 보았다. '문숙'님의 지중해식 마리네이드 레시피를 참고한 것인데 요리를 할수록 껍질을 벗겨내는 일이 조금 번거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바질을 그리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토마토를 데치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 바질은 빼고 오리엔탈 소스처럼 간장과 깨를 추가하는 식으로 변형하게 되었고 여러 번 만들면서 입맛에 꼭 맞는 샐러드에 정착하게 되었다.

 

오늘은 이 샐러드 레시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이 샐러드는 맛도 있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특유의 여유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불 앞에서 가열할 일이 없고 만드는 방법도 단순해 어떤 요리들보다 느긋하게 만들 수 있는데,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두고 만드는 과정을 음미하면 꽤 즐겁다. (추천곡은 Adam Holzman 연주의 'Prelude' 해당 앨범 < Guitar Collection: Cavatina >의 다른 스페니쉬 기타 연주곡들도 이 샐러드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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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만드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토마토, 오이, 양파가 재료이며 드레싱을 위해서는 마늘, 레몬즙, 간장, 꿀, 올리브오일, 식초, 후추, 깨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채소를 세척하는데 오이는 굵은 소금을 문질러 작은 돌기들을 제거하고 레몬은 베이킹 소다를 사용해 씻어주면 좋다. 방울토마토는 꼭지를 제거하고 식초물에 잠깐 담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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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척한 채소는 작은 크기로 썰어준다. 오이는 씨를 빼서 썰어주고 방울토마토는 통째로 사용해야 물이 생기지 않고 먹을 수 있다. (반으로 쪼개면 더 먹음직스럽지만 조금 두고 먹으려면 자르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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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소스를 만들 차례다. 다진 마늘을 취향껏 넣어주고 올리브유 3스푼 , 간장 3스푼, 식초2스푼, 꿀 1스푼, 후추와 깨를 넣어주면 된다. 원래는 통후추를 갈아서 사용했지만 다 써버려서 오뚜기 순후추를 사용했다. (하지만 어쩐지 더 맛있다.)

 

마늘의 알싸한 맛과 간장, 후추, 깨의 조합은 익숙하면서도 맛있고 모든 채소와 잘 어울린다. 아마 이 익숙한 맛 때문에 샐러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샐러드는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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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레몬이 있다면 레몬을 꾹꾹 눌러주고 반으로 갈라 즙을 짜서 한 스푼 넣어주면 더 상큼하다. 하지만 생략하고 식초를 한 스푼 더 넣어도 된다. (나는 사과 식초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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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소스 비율은 자신의 입맛에 맞게 추가하거나 덜어내면서 조절하면 된다. 소스가 골고루 묻도록 섞어주고 그릇에 담아내면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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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이틀에 한 번씩 만들어 먹던 이 샐러드는 여름 내내 먹어서 그런지 먹을 때마다 작년 여름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프루스트의 마들렌처럼. 밤이 되어 동그래진 고양이의 눈을 구경하며 풀벌레 소리를 듣던 여름이 샐러드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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