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스 무하’는 체코의 화가이자 장식 예술가이며,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해 성행한 유럽의 예술 사조이자 프랑스어로 새로운 미술을 뜻하는 '아르누보 시대'의 대표적인 화가이다.
그만의 독특하고도 섬세한 그림, 이른바 ‘르 스타일 무하’는 아르누보 운동자의 대표적인 아이콘이자 다양한 광고와 포장지에 쓰여 지금까지도 여러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이런 알폰스 무하 탄생 165년을 기념하여 마이아트 뮤지엄은 그의 원화전을 지난 25년 3월 20일부터 25년 7월 13일까지 개최했다.
해당 전시는 단순히 그의 명성과 성공만을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예술과 철학이 체코 민족 정체성으로서 확장되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과 함께 마치 프린트로 인쇄한 듯한 그의 정교한 그림에 압도되었다. 해당 전시는 총 다섯 장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제일 인상 깊었던 장은 2장 ‘아르누보의 꽃’, 4장 ‘슬리브의 화가’였다.
2장은 ‘지스몽다’ 포스터로 알약 스타가 된 무하가 연그계를 넘어 상업 예술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시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하는 산업화와 도시화의 진행으로 인해 대중 소비문화가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에 ‘무하 스타일’을 내세워 새로운 광고 시대를 열었다. 이런 ‘무하 스타일’은 단순히 제품의 홍보를 넘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대중의 감성을 자극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자신의 포스터가 예술적 오브제로써 사용되는 것을 포착한 뒤, 장식적인 요소를 강조하여 패널 작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패널은 인쇄 만화 형식으로 복제되어 대중에게 더 쉽게 보급되었으며, 가정과 공공장소에서도 널리 활용되었다.
이 시기에 무하는 특정 계층만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넘어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된다.
해당 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1987년에 뫼즈강 인근의 맥주 업계를 의인화한 그림인 ‘뫼즈 맥주’였다. 그림 속 여자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거품이 넘쳐흐를 듯한 맥주잔 하나를 들고 있다. 또한 손 그림으로 그렸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촘촘하고 디테일한 머리의 꽃장식이 일품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굉장히 많은 여성들이 등장하는데, 얇고 섬세한 붓 터치와 다르게 여성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자유롭고 강인해 보였다. 또한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여성 본래의 아름다움을 살려 그대로 모사하듯 그린 것 같았다.
4장은 ‘슬라브 서사시’에 대한 후원을 약속받고 조국으로 귀환한 무하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그는 조국의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국가 지폐와 우표 등을 디자인했다. 또한 민족 간 연대를 위한 포스터를 제작하며, 단결과 독립의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하기도 하였다.
이후 39년, 나치 독일이 체코를 점령하며 무하는 나치 독일의 비밀 국가 경찰인 ‘게슈타포’의 블랙리스트의 오른 후, 체포되어 심문을 받으며 건강이 악화하였다. 석방된 이후 그는 악화한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7월 14일 프라하에서 생을 마감했다.
해당 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전시실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던 ‘성비투스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였다. 실제 작품을 가져올 수 없기에 원본 작품의 복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쨍하고 고집 센 색깔들이 하나의 작품을 통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모습에 자연스레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무하는 대성당, 혹은 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법한 일상의 모습들을 포착하여 작품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보낸다. 하지만 모두 다른 삶을 살고 있고, 이런 일상의 한순간을 포착하여 이어 붙이면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다.
해당 작품을 보며 예전에 ‘13번째 망설임’이라는 전시에서 보았던 작품 하나가 떠올랐다.
해당 작품은 그림과 설명이 함께 붙어있었는데, 얼핏 그림만 보았을 때는 평범한 거리 속의 사람들을 그린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작품 속 인물의 서사가 적힌 노트를 보고, 내가 생각했던 ‘평범’의 기준이 얼마나 얄팍하고 허상인지 알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사연과 사정을 가지고 ‘평범한 척’하며 살아가고, 이 ‘척’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 그 전과는 다른 기이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전시관을 나오는 길에 스크린에 띄워진 ‘슬라브 서사시 영상’을 보았다. 해당 작품은 무하가 슬라브 민족의 신화와 역사를 주제로 한 20저의 대형 회와 연작으로, 슬라브 세계의 문화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작품이자 무하 필생의 역작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상업적 예술을 넘어 자기 민족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그의 삶에 경외심이 들었다.
무하는 이렇게 말했다. “예술가의 사명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과 화합을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는 것이다"라고.
전시가 끝났기에 그의 작품은 더 이상 이곳에 없지만, 그가 우리에게 남긴 애국주의적 작품과 예술에 대한 사유는 영원히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