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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7시 30분, 성수아트홀에서 ‘마티스 피카드 트리오’ 첫 내한 공연이 열렸다. 재즈 공연 기획사 재즈브릿지컴퍼니가 ‘월드뮤직 시리즈 Vol. 2’로 기획한 이번 공연은 재즈 신의 ‘젊은 피’ 3명의 다채로운 개성과 트렌디함을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사실 재즈만큼 아티스트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장르가 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곡이어도 시대의 흐름과 연주자의 스타일에 따라 해석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인데, 이를 잘 보여주는 예가 재즈 스탠다드 넘버 ‘Lover Man’이다. 수많은 연주자들이 사랑했지만, 그중에서도 빌리 홀리데이와 마르시알 솔랄의 해석은 전혀 다른 곡처럼 느껴진다. 재즈 아티스트는 저마다 독특한 스타일을 지니고 있기에 굳이 독특하다는 표현을 쓰기에는 조심스러웠지만, ‘마티스 피카드 트리오’는 분명 독특했다. 이들의 재즈는 라틴 리듬과 아프리카 그루브, 클래식, 유럽과 미국 재즈 특유의 감각이 모두 섞인 재즈’였다.


‘마티스 피카드 트리오’는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마티스 피카드를 중심으로 베이시스트 파커 맥앨리스터, 드러머 조에 파스칼로 구성된 트리오이다. 프론트맨 마티스 피카드는 프랑스, 미국, 영국 등 다양한 국가에 거주하며 다국적 음악의 배경을 습득했다. 파커 맥앨리스터는 미국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에 일렉 베이스 전공으로 입학한 드문 사례이며, 조에 파스칼 역시 영국 재즈 신의 01년생 라이징 스타이다.

 



 

 

공연의 흐름은 ‘Hello’로 산뜻하게 시작해서 마지막 곡 ‘Inner Child’에 이르기까지 통통 튀는 에너지와 감동을 모두 선사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들은 ‘Hello’에서 한국 관객들에게 자신들의 음악을 소개했다. 이후 ‘Penthouse Serenade’, ‘Ho Azy’ 등 여러 곡으로 자신들의 음악적 뿌리를 보여줬으며, ‘Inner Child’에서는 연주자와 관객이 음악으로 하나되어 어린 시절을 함께 회상했다. 요약하자면, 마티스 피카드 트리오는 관객을 자신들의 뿌리로 안내했고, 각자의 어린 시절과 내면을 탐험하도록 이끌었다.


독특한 음악적 색채는 연주자들을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프론트맨 마티스 피카드는 공연 내내 어깨와 다리를 힘차게 쓰며 리듬을 탔다. 그가 피아노 앞에서 아이처럼 춤추듯 즐거워하는 모습은 내게 큰 즐거움으로 와닿았는데, 공연이 ‘유쾌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공연의 따뜻한 분위기와 마지막 곡 ‘Inner Child’와도 맞닿아 있었던 것 같다. 덧붙여서, 밝은 미소와 능청스러운 멘트로 곡을 소개하며 관객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파커 맥앨리스터의 베이스도 훌륭했다. 피아노와 드럼을 탄탄하게 뒷받침하기도 했지만, 일렉 베이스 현대적이고 깨끗한 톤으로 마티스 피카드 트리오 특유의 음악색에 저돌적인 이미지를 더했다. 드러머 조에 파스칼은 앳되고 차분한 첫인상과는 달리, 공연 내내 안정적인 드럼 연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곡의 분위기가 변화함에 따라, 리듬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 것부터 곡에 감정을 입히고 표현하는 시도까지 능숙하게 해냈다. 01년생인 그가 10년 뒤에는 어떠한 연주자가 되어 있을지 궁금해지는 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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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 피카드 트리오 첫 내한 공연에서 가장 트렌디한 재즈를 접할 수 있어서 즐거웠고, 이를 가능케 한 음악적 고뇌를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들은 장르의 전형적인 문법을 깨면서 자신들만의 음악색을 찾았다. 이날 공연의 앙코르곡 ‘A Dopo’는 마티스 피카드가 작곡했다. 라틴 그루브가 강렬한 이 곡을 관객이 ‘익숙한 라틴 리듬’이 아니라 ‘마티스 피카드의 리듬’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라틴 리듬과 클래식을 결합했기 때문이다. 공연 현장에서는 베이스와 드럼 특유의 색채가 더해지며 관객이 ‘마티스 피카드 트리오’의 음악 여정을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앞서 말했듯, 아티스트의 개성이 음악에 가장 강하게 반영되는 장르는 재즈라고 생각한다. 같은 곡을 누가 언제 어디서 연주하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악이 된다. 마티스 피카드 트리오 특유의 색채, 뛰어난 테크닉과 감정적 설득력을 생각해 보면, 이들이 실시간으로 재즈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고 말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재즈의 외연’ 같은 이야기가 어렵다면 잊어도 된다. 다만, 이들이 전하는 음악은 재즈를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는 점만 기억해도 좋을 것 같다. 그만큼 재즈는 다양한 음악적 해석과 자유로움, 유연함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매력을 가진 장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재즈의 매력을 발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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