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서울 성수아트홀에서 열린 마티스 피카드 트리오의 공연은 현재 재즈 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무대를 선사했다.
프랑스, 미국, 영국 출신의 세 음악가는 재즈의 전통과 실험이 정교하게 어우러진 음악을 선보이며, 서정성과 에너지가 교차하는 연주로 관객들을 몰입시켰다. 곡 사이사이 이어진 해설과 관객 참여 유도는 공연에 활력을 더하며, 이들의 소통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프랑스-마다가스카르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마티스 피카드는 현재 뉴욕을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다국적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폭넓은 상상력과 음악적 감각을 그의 음악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17세라는 어린 나이에 줄리아드 음대 재즈과에 입학한 그는, 그 재능을 일찍이 인정받았다.
공연 내내 여유 있는 소통으로 무대와 객석 사이의 벽을 허물며, 자신의 음악을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베이스는 브루클린 출신의 파커 맥얼리스트가 맡았다. 일렉트릭 베이스와 더블 베이스 모두를 전공한 그는 유려한 연주로 베이스의 매력을 관객들에게 전달했으며, 밴드의 리듬을 단단히 받쳐주는 동시에 솔로 파트에서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밴드에서 베이스의 소리는 두각되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고, 그의 연주는 밴드의 선율을 훨씬 트렌디하게 만들었다.
드럼은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리스본 출신의 조에 파스칼이 맡았다. 2001년생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영국 재즈 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드러머 중 한 명으로, 길드홀 음악원 수석 졸업과 로열 아카데미 뮤직 프로그램 초청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그의 연주는 정교하면서도 기술적이었으며,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 다채로운 사운드와 부드러운 강약 조절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공연 말미에 ‘Innerchild’라는 곡이 가장 인상 깊었다. 아티스트는 관객이 눈을 감고 자신 내면에 있는 스스로의 어린 아이를 떠올리며 이 음악을 들으라고 권했다.
부드러운 선율은 자신 안에 있는 어린 아이를 보듬고 유년시기를 회상하게 했으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작은 아이의 여정을 음악과 함께했다. 이를 통해 아티스트의 상상력이 관객에게 전도되었으며, 음악을 듣는 것 그 이상의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마티스 피카드 트리오의 공연은 단순한 연주를 넘어, 하나의 곡이 짧은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했다. 피아니스트 마티스 피카드는 곡 'Inner Chile' 외에도 'Unseless thoughts' 를 통해 사람들이 하는 무수한 쓸데 없는 생각들에 대한 음악을 관객들과 나눴으며, 음악을 통해 관객들이 때로는 뉴욕의 펜트하우스에 그리고 때로는 마다카스카르에 있도록 했다. 스토리가 있는 노래들은 감상 시간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으며, 관객들은 언어 없이도 아티스트의 경험에 공감할 수 있었다.
세 연주자 간의 호흡도 눈에 띄었다. 그들은 지속적으로 공연 내내 눈을 마주치거나, 작은 제스처를 보내며 서로 소통했다. 이는 악기 간의 절묘한 화합과 우연성을 강화했으며, 때문에 모든 우연적인 연주조차 계획된 것처럼 유려하게 들렸다. 관객들은 이러한 즉흥적인 악기 간의 화합을 통해 재즈의 실험적인 정신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들의 음악은 재즈의 클래식한 요소와 현대적인 감각을 적절히 섞어, 일부 관객들이 갖고 있는 ‘재즈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완전히 깨뜨렸다. 창의적인 리듬과 섬세한 호흡으로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제공했으며, 필자 또한 이번 공연을 통해 재즈에 대한 시각이 확장되었고, 세 악기의 조화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재즈라는 장르의 가장 큰 힘은 ‘소통’에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클래식 공연이 정교한 연주와 진중한 분위기에 집중한다면, 이번 재즈 공연은 관객의 호응, 리듬, 박수가 자연스럽게 공연의 일부가 되어 하나의 장면을 완성했다.
전반적으로 넘치는 음악적 재능, 풍부한 상상력과 스토리텔링, 여유로운 쇼맨십이 어우러진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재즈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한 관객이 많았을 것이며, 마티스 피카드 트리오의 향후 음악적 여정 또한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