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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사운드베리는 나의 첫 뮤직 페스티벌이 되었다.
  
이전까지 나는 뮤직 페스티벌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왜냐면 어딘가 나는 못 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힙해 보이는 옷을 입고 있는 음악애호가들의 무표정과 계속 마주하게 될 것 같달까. 그래서 가기 전에 ‘뮤직페스티벌 솔플(솔로 플레이)’을 검색해보기도 했다.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 에너지를 발산하고, 또 받은 시간이었다. 그 증거로 셀카가 있다. 여기 글에는 쓸 수 없지만 말이다. 무대를 기다리며 혼자 셀카를 찍어보았는데 공연장 입장 전후의 내 얼굴이 참 달랐다.
 
눈이 더 초롱초롱해져 있었다. 표정도 환희에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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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베리의 가장 큰 특징은 실내에서 진행된다는 것이다. 앉아서 즐길 수도 있고, 스탠딩석에 나가볼 수도 있고, 공연장 안 밖을 왔다 갔다 하면서 쉴 수 있다.
 
아예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와도 된다.

1시에 시작이었으나, 4시 정도에 입장했다. 내가 도착할 때 사운드 체크 중이었던 아티스트는 바로 '원위'. 예전에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알게 된 밴드인데, 또 한 번 우연히 라이브로 만날 수 있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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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전부터 좋아했던 노래 한 곡을 제외하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노래들을 들었던 날이다. 웅웅 음악이 울려서 가사는 정확히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정말 ‘소리’를 듣는 느낌이었다. 평소에 뮤지컬 넘버를 자주 들으며 가사 전달에 크게 의미를 두다가, 오랜만에 멜로디와 테마가 자아내는 분위기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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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내가 마지막으로 즐기고 떠난 무대(페스티벌 가장 마지막 순서로 밴드 엔플라잉이 기다리고 있었으나 직장인은 월요일을 준비하기 위해 일찍 떠났다), 하현상의 스테이지는 내가 사운드베리를 오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미스터 션샤인의 OST, '바람이 되어'로 처음 알았던 하현상의 구슬프면서도 희망찬 목소리. 홍범도 장군 안장식에서도 불렀던 노래인데, 그의 목소리가 마치 소나무에 이는 바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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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봄맞이 페스티벌이라 ‘바람이 되어’는 세트리스트에 없었다. 그래서 덕분에 모르고 있었던 하현상의 멋진 노래들을 마음에 담아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계속 들었다.
 
세트리스트 마지막에 불렀던 불꽃놀이라는 노래는 유튜브 뮤직 저장함에 벌써 쏙 들어갔다.

불꽃놀이의 가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저물어가는 태양이 어딘가
떠밀려가던 내 뒷모습 같아
태워버리고
태워버리다가
남김없이 사라져 버릴까'

요즘 나를 많이 소모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던 때였기에, 가수가 나 대신 노래해 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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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현상을 알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왜냐하면 다른 가수들과는 달리 스탠딩석에 나와 있는 하현상의 팬들이 남녀노소 다양했기 때문이다. 다들 음악이 필요했던 시기에 그의 노래를 듣고 큰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나의 이야기로 누군가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것. 아티스트가 가지는 직업적 자부심은 여기서 나오는 것일 테다.
 
페스티벌은 뮤지컬과는 달랐다. 가상의 이야기에 몰입을 요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내가 있는 시공간 그리고 인생의 순간에서 내 마음대로 즐기는 것이다.

뮤직 페스티벌은 빠르게 지나간다. 사운드 체크 후 세트리스트를 공연하고, 또 사운드 체크 후 또 다른 세트리스트가 시작되고… 그리고 하루 안에 사라진다.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가수의 라이브 공연은 어떻게 보면 인생의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 허무해지는 것을, 꽤 괜찮은 꿈으로 기억할 수 있게 해 준다.

꼭 뮤직 '페스티벌'이 아니더라도, 음악만 오롯이 감상해 보는 날을 한 번쯤은 가져보길 추천한다.
 
음악이 지나간 자리엔 환희가 가득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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