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의 2025년 첫 제작 작품인 연극 ‘만선’이 3월 6일부터 30일까지 국립극장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다.
만선은 한국 현대 창작 희곡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1964년 국립극장 희곡 현상공모에 당선돼 같은 해 7월 초연됐다. 이후 국립극단 70주년 기념작으로 제작돼 2023년까지 여러차례 관객들과 만났으며 이번 공연으로 2년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만선은 남해안 작은 섬마을에서 평생 배 타는 일밖에 몰랐던 ‘곰치’와 그 일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살기 위해 바다로 뛰어든 어부의 비극적인 숙명과 함께 1960년대 산업화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서민들의 무력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지난 2020년 국립극단 70주년 기념작으로 각색하면서는 여성 캐릭터들의 성격을 원작보다 소신있고 당찬 성격으로 바꿔 시대에 맞게 변주했다.
국립극단은 이 작품이 올해 첫 제작 작품인만큼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국적 사실주의의 대가로 불리는 심재찬 연출과 제31회 이해랑연극상 수상자인 이태섭 무대디자이너 등 주요 창작진을 비롯해 2023년부터 함께했던 다양한 배우들이 공연을 올린다.
‘곰치’ 역의 김명수 배우, ‘구포댁’ 역의 정경순 배우는 물론 김재건, 김종칠, 박상종, 조주경, 김경숙, 정나진, 황규환, 문성복, 성근창 배우 등이 연극에 함께할 예정이다.
심재찬 연출은 “지난 공연에서 앙상블과 팀워크로 호평을 받았던 멤버들이 다시 모여 공연을 올리게 됐다”며 “2년간 변해온 세상의 흐름을 반영해 젊은 세대들의 삶을 강조하는 등 디테일을 다음어 좋은 연출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만선은 극작 이후 60년이 넘은 작품이지만 경제적 착취 구조와 빈부 격차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및 신구 세대 간 갈등을 표현하며 현재까지 시의성을 가지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작품은 만선을 향한 ‘곰치’의 집념이 강해질수록 그의 운명이 비극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여주며 한 인간으로서 오롯이 존재하고자 하는 의지의 역설을 보여준다.
바다라는 거대한 세상을 향해 맞서는 곰치에게 만선은 정직하게 살아온 대가지만 ‘구포댁’에게 만선은 지금 이 삶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아들들을 바다에서 모두 잃은 구포댁은 만선이 되면 뭍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환상을 품는다. 반면 ‘슬슬이’는 만선을 진정한 자신의 세계를 찾는 기회로 인식한다.
이 연극은 ‘만선’이라는 키워드를 두고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보여주는 현실 인식을 통해 각각의 가치관을 조명하고 더 나은 삶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극 후반부에는 등장인물들을 뒤덮은 풍파를 5t 분량의 거센 비바람으로 표현해 객석까지 파도가 고스란히 휘몰아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할 계획이다.
3월 9일 공연종료 후에는 심재찬 연출과 김명수, 정경순 배우가 참석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진행되며 3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은 음성해설, 한국수어통역, 한글자막해설, 무대모형 터치투어, 이동지원 서비스 등이 제공되는 접근성 회차 공연으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