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음악과 음반이 단순히 청각 콘텐츠가 아니라 종합 콘텐츠로 작용하는 요즘 시대를 만든 선두에는 K-POP이 있다. K-POP 산업을 다져가던 프로듀서들은 듣기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보기에도 좋은 복합적인 예술로서 무대를 추구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노래와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팬들이 직접 즐길 수 있는 각종 프로모션까지 만들어냈다.

 

그렇게 급속도로 발전하는 K-POP의 시대에서 단연 돋보여야 할 것은 그 누구보다 눈에 띌 수 있는 독특하고 독보적인 ‘컨셉’이다. 잘 만든 컨셉 하나 열 프로듀서 부럽지 않았다. 물론 컨셉 하나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열 명보다 더한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겠지만, 그렇게 다듬고 갈고 깎고 광을 낸 컨셉이 대중의 뇌리에 박혀 인식된다는 건 아티스트부터 소속사, 팬덤까지 모두가 수월해지는 길이었다. 이는 H.O.T., 젝스키스, 핑클, S.E.S.와 같은 1세대 아이돌만 보아도 한눈에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H.O.T.는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전사의 후예’ 활동으로 날카롭게 사회를 비판하는 반항아 컨셉을 잡아 10대들의 완벽한 우상 자리에 올랐으며, 핑클의 대표곡 ‘영원한 사랑’은 핑클이 이후에 다 다른 컨셉으로 후속 활동을 이어가도 그들을 ‘국민 요정’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아티스트들에게는 하나하나의 활동과 컨셉이 매우 소중하다. 단 한 번의 잘 짜인 활동이 이들의 향후 5년을 책임질 수도 있다. 매번 아티스트와 소속사가 열과 성을 다해 컨셉 포토를 찍고, 음반 디자인부터 코디, 메이크업과 헤어에 자본을 쏟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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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K-POP 시장에서 이번 1월에 심상치 않은 컨셉을 들고 나타난 K-POP 그룹이 있다. 바로 어디 가서 독보적인 컨셉 하면 뒤지지 않는 세븐틴의 유닛 ‘부석순’이다. 이들의 직전 활동곡 ‘파이팅 해야지’는 숨 막히는 현실을 솔직하면서도 재치 있게 풀어내어 많은 현대 사회인들의 노동요가 되었다. 첫 유닛 데뷔곡인 ‘거침없이’ 또한 막막한 현실에 맞서는 패기롭고 열정적인 포부가 돋보이는 곡이었는데 ‘파이팅 해야지’의 대흥행으로 인해 이게 곧 ‘부석순’의 색깔이 되었다.

 

그런 이들이 올해 새롭게 들고나온 음반 ‘Teleparty’의 타이틀 곡 제목은 ‘청바지’다. 언제나 그렇듯 예측할 수 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푸른 쾌청함에서 느껴지는 예감이 또 어떤 메세지를 던져줄까 기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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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이 ‘청바지’라는 제목을 듣자마자 같은 바지면서도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주던 어떤 다른 그룹이 떠오르기도 했다. 바로 NCT다. ‘Baggy Jeans’로 활동할 당시 그들이 한껏 끌어내린 청바지를 입고 무대를 휩쓸던 모습은 모든 K-POP 팬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었다. 이런 이 둘의 활동을 동시에 떠올려보니 같은 아이템이지만 서로 전혀 다른 매력을 띄고 있는 모습이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이 둘은 같은 ‘청바지’지만 얼마나, 어떻게 다를까? 대체 이들의 추구미가 어떻기에 이렇게나 다른 청바지를 고르게 된 걸까? 작은 호기심이지만 굳이 비교해 보고 싶은 욕망이 조심스레 피어올랐다.

 

 

 

같은 청춘, 다른 워싱


 

 

 

- Baggy Jeans

 : 자유로움” “당돌함” “반항”

 

수많은 청바지 중에서도 특히 ‘Baggy Jeans’가 주는 이미지는 확고하다. 흐물거리는 형태감과 질질 끌리는 밑단에서는 왠지 모를 당돌함과 반항심, 그리고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힙합 문화와 함께 등장했다 보니 더더욱 그렇다. 근데 NCT는 왜 그 많은 청바지 중에서도 ‘Baggy Jeans’를 선택했을까.

 

NCT가 뭐냐고 묻는 사람에게 ‘Neo Culture Technology’라고 말하면 백이면 백 ‘그게 뭔데’하고 되묻는다. ‘그게 뭔데’. 설명할 수 없는 그 감각이 이 그룹의 정체성이라고 말하던 나날들이 있었다.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당혹스러움을 K-POP에서 겪게 될 줄이야.

 

그러나 이제 이들의 행보를 그저 ‘Neo 하다’고 퉁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다. 매 활동마다 이들이 추구하는 메세지는 확실하게 있었고, 그게 ‘Neo’하게, 말 그대로 새롭게 전달됐을 뿐이다. 그게 이들의 컨셉이었다. NCT 정규 4집 ‘Golden Age’의 더블 타이틀로 세상에 나온 ‘Baggy Jeans’도 마찬가지다.

 

‘Baggy Jeans’의 무대는 NCT의 시작을 알린 멤버들로 꾸려졌다. 9년 전 느슨했던 K-POP 씬에 긴장감을 준 ‘일곱번째 감각’을 선보였던 그때 그 멤버들이다. 데뷔 당시에도 아이돌이라고는 믿기 힘든 난해한 음악과 퍼포먼스로 큰 충격을 선사했는데, 당시 유행했던 노래가 트와이스의 ‘Cheer Up’인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납득이 가는 반응이기도 하다. 더불어 NCT가 출범했을 당시 프로듀서였던 이수만이 ‘무한 확장’이라는 입 떡 벌어지는 시스템을 선포했었는데, 이는 특히 멤버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아이돌 그룹 팬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구조이자 K-POP 아이돌 그룹에 있어서 전무후무 유일무이한 시스템이었다.

 

지금이야 모든 K-POP 팬들과 대중들은 적응을 완료했지만, 지금에 오기까지 NCT와 NCT의 팬덤은 꽤 험한 시간을 겪었다. 독특한 컨셉을 들고 나올 때마다 유별나고 웃기단 취급을 하기도 했고, 어딜가나 이 그룹을 소개하려면 화이트보드라도 꺼내 브리핑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걸어왔다. 변화가 필요하면 필요한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유닛 편성이 자유롭다 보니 한 멤버가 다양한 유닛을 거치며 수많은 색깔을 입어왔고 이들 하나하나가 NCT의 정체성이 되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면서도 남들과는 다르게 보일 수 있는 한 끗만큼의 독보적인 유별남은 절대 놓치지 않았다.

 

그러니 이들이 그 수많은 청바지 중 하나를 골라 입자면 단연 그 무엇보다 자유로운 ‘Baggy Jeans’일 것이다. 다소 낯설고 모험적이지만 한 번 입어보고 나면 그 매력에 매료되어 계속 입게 되는 마성의 팬츠. 어쩐지 입고 나면 걸음걸이가 투박해지고 과감해질지라도 그 맛이 있다. 그리고 이런 바지는 유별나게 달라도 꼭 찾아 입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NCT의 ‘Baggy Jeans’는 NCT를 그대로 표현하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그루브, 다른 바이브, 그래서 의미가 있고 실루엣이 전부 다 달라도 그것대로 멋이 있다. 그저 자신감 하나면 뭐든 이룰 수 있다는 당당한 마인드만 있으면 된다.

 

 

 

 

- 청바지

 : “청춘” “행복” “열정”

 

그럼 부석순은 어떤 청바지냐. 그냥 ‘청바지’다. 굳이 이미지를 찾자면 올곧은 스트레이트핏의 아주 정석적인 청바지가 떠오르기야 한다. 언뜻 보면 산뜻한 대학생들이나 입을 법한 그런 청바지가 말이다. 그러나 부석순은 이 푸르디푸른 청바지에 다른 의미를 덧씌워 재미와 의미를 찾는다. 바로 한 10년 전 회식 자리에서 많이 들려왔을 법한 건배사인, ‘청춘은 바로 지금’이라고 외치며.

 

아, 너무 올드한데 그냥 청춘만 외치면 안 됐을까요? 안타깝게도 이런 안일한 마인드로는 거친 가요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부석순은 유닛 데뷔 때부터 확실하게 B급 감성이라는 차별점을 잡고 갔다. 왜 B급이냐, 묻는다면 첫째로 이들에게는 데뷔 전부터 인터넷 방송으로 다져온 개그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고, 둘째로 이들 선배 그룹이 이 B급 감성을 공략해서 완벽하게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선배 그룹이 누구냐면 15년전 혜성처럼 등장해 ‘마법소녀’로 큰 충격을 안기고 지금 ‘상하이 챌린지’로 다시 회자되고 있는 유닛, ‘오렌지캬라멜’이다. 매 활동마다 굉장히 과감하고 유니크한 비주얼로 대중들에게 충격을 안겼던 이 그룹을 정의할 수 있는 단어는 묘하게 상큼하고 달콤한 맛을 풍기는 오렌지캬라멜밖에 없다.

 

이 두 유닛의 공통점이 있다면 본 소속 그룹과는 확연히 다른 컨셉과 비주얼로 아예 자체적인 노선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애프터스쿨’과 ‘오렌지캬라멜’, ‘세븐틴’과 ‘부석순’의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갭이 있다. 그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려면 웬만한 컨셉 소화력으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그 소화력을 가진 게 바로 이 유닛의 멤버들이다. 진지한 컨셉도, 유쾌한 컨셉도 모두 오케이다. 연예인으로서 이것만큼 썩히기 아쉬운 재능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 앨범의 작업기를 보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멤버들이 활동하고 싶은 주제와 컨셉을 뱉어낸다. 이들도 ‘파이팅 해야지’의 부담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 방송에서는 자학적으로 우리의 컨셉이 ‘억텐’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부담을 잊어내고 다시 집중한 것은 이들과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 지점이었다.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라는 가사가 한국의 많은 ‘젓가락질 잘 못해서 구박받은 사람들의 연합’ 구성원들을 위로했던 것처럼, 부석순이라는 이름과 목소리로 기운 빠진 현대인들에게 ‘억텐’이라도 심어줄 수 있는 메세지는 무엇이 있을까 파고든다.

 

청춘은 바로 지금, ‘청바지’라는 단어는 그래서 이들에게 운명적인 단어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듣자마자 꽂히는 위트와 위로. 부석순은 이 단어가 귀에 들린 즉시 무대에서 어떤 청바지를 입어야 할지 수만 가지의 바지를 떠올리며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한 쪽은 무지 무겁고, 한 쪽은 무지 가볍다


 

 

Baggy J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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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이 두 곡은 장르의 근간부터가 다르다. ‘Baggy Jeans’의 장르는 그 이미지처럼 묵직한 힙합 베이스의 댄스 장르다. 귓가를 둥둥 울리는 비트가 특징적이고 정박이 아니라 툭툭 늘어지는 리듬감을 느끼다 보면 바짓단을 질질 끌며 걷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코러스 직전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프리 코러스의 코드가 퍽퍽하리만치 묵직했던 앞부분을 부드럽게 풀어주며 몽환적인 느낌을 더하는데, 이 부분에서 K-POP스러운 멋이 한껏 드러나기도 한다. 그리고 노래의 핵심으로 들어가기 위해 뚝뚝 끊기는 드랍에서 자이로드롭의 꼭대기에 있는 것만 같은 긴장을 겪고 나면 바로 심장을 강타하는 깊은 저음과 비트가 강한 울림을 선사한다.

 

사람이 낼 수 있는 저음인가 싶을 정도로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반복되자 역시 NCT답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독특하고 묘한 느낌에서 힙합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이 느낌은 두 번째 코러스가 끝난 직후 ‘난 좀 다르게 걷지’라고 씹어 말하며 오묘한 화음을 자랑하는 파트에서 특히 강조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예상을 깨는 마지막 코러스가 귓가에 꽂히는 순간 이 노래를 듣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한 층 올라간 음으로 변조되었지만 ‘에러 난 거 아냐?’ 싶을 정도로 의아한 단계에 위치한 음들이 몇 번이고 귓가에 맴돌며 강한 중독성을 일으킨다. 이제 NCT의 주머니에 뭐가 들었는지 감히 예측하는 일은 포기했다. 그저 이들이 보여주는 만화경 같은 매력을 보고 감상하며 즐기면 된다는 것을 깨달을 뿐이다. 마치 어트랙션을 체험하는 것처럼 스릴을 느끼면서.

 

 

청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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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U의 ‘Baggy Jeans’가 너도나도 바지를 죽죽 내리게 되는 홍대병을 유발한다면, 부석순의 ‘청바지’는 시작부터 건강 박수를 유도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곡의 초반부를 듣다 보면 머릿속에 가득했던 근심걱정은 어디론가 휩쓸려가고 손뼉이나 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곡 길이가 그렇게 길지는 않은 만큼 곡의 구성은 단순하지만 컨트리를 연상케 하는 기타의 스트링 소리와 재지하게 깔리는 피아노가 그야말로 맛깔난다. 무엇보다 박수 소리가 곁들여진 비트가 2분 34초 내내 반복되는데, 마치 고된 하루가 끝난 뒤 온갖 마을 사람들이 모여 회포를 푸는 한 술집의 왁자지껄한 소리 같기도 하다. 그 장면이 뮤직비디오에도 나온 만큼 ‘청바지’와 맞는 결의 장면이기도 하고.

 

라인 하나하나를 모아 흥을 쌓고 터트리고를 반복한 뒤 마지막으로 즐기는 코러스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소리를 지르게 되는 ‘진짜’부분이 등장한다. 여기서 또 두 곡의 묘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Baggy Jeans’에서는 가사를 속삭이는 부분이 도입부에서 귀를 사로잡는 요소로 쓰였지만 ‘청바지’에서는 마지막 분출 구간으로 가기 위한 빌드업 요소로 쓰였다는 부분이다. 같은 파트가 이렇게나 다르게 쓰였다는 점도 뜯어보니 즐겁다.

 

그리고 부석순은 마지막을 불태우는 이 파트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애드립으로 한껏 발사한 뒤에 깔끔하게 퇴장한다. B급 감성에서 제일 중요한 건 속된 말로 ‘짜치지 않는 것’이다. 지저분하지 않고, 구질구질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고. 애매할 바에야 차라리 확 망가지고 웃음이라도 주는 게 낫다. 그러나 부석순은 이런 데 도가 텄다. 그러니 다 듣고 난 뒤에도 남는 건 이상한 찝찝함이 아니라 시원한 해방감이다. 기력이 필요할 때면 다시금 이 자양강장제를 찾게 만든다.

 

 

 

뭐든 해낼 것 같은 기분을 느낀 나, 뭐든 해낼 수 있다는 말을 건네는 너


 

 

Baggy Jeans

 

 

Feel this heat 불 이모지

Bass 내 바질 끌어 내려 Drip

난 지금 뭣이든

해낼 것 같은 기분이야

Lose it or spend it yeah

...

Want more

우린 더 바라지

Want more

끝까지 닿길 난

...

Yeah boy

난 좀 다르게 걷지 (Me me)

박자를 타 범블비 (Free free)

가볍게 Feelin' so free

In my baggy baggy baggy baggy

baggy baggy jeans

 

 

마지막으로 이 둘은 가사까지 정말 다르다. ‘Baggy Jeans’의 가사는 자신만만 그 자체다. 바지 주머니 속을 전부 나만의 것으로 가득 채우겠다는 포부가 가득하다. 남들이 무슨 바지를 입건 말건, 내가 입은 배기 진이 이렇게나 멋지다는 게 제일 중요한 포인트고, 다른 바지에는 이만큼 담아낼 수도 없다는 게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다.

 

자신감이 좀 과할지라도 자만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보기 좋다. 그리고 이들이 무기로 삼아왔던 독특함은 이럴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가사 속에서 야망과 열망, 더 많은 것을 손에 쥐고 싶은 이들이 자유롭게 스트릿을 누비는 장면이 고스란히 그려진다.

 

 

청바지

 

 

뭣도 아닌 일에 입이 거칠어지는 평일

할 일이 터져 마치 뜨거운 팝콘 같지

 

왜 퇴근해도 내 Phone은 정상 영업 중인지

불어나는 메시지 잘못 눌러 확인하지

 

 

그에 반해 부석순의 ‘청바지’는 대중들의 호감을 얻고 들어간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매번 드러나는 부분이다. 일상 속 열받는 부분들을 귀신같이 캐치해 과한 비유 없이 그대로 녹여낸다. 그 상황을 직접 겪고 있는 사람들의 상상과 몰입이 더욱 잘되도록.

 

 

맘대로 해 아무렴 어때

어머니 잔소리 딱 하나 빼고

걱정을 왜 벌써 하니

행복은 부석순 우리는 청바지라네 Let's go

...

여보세요 나의 맘에

청춘을 가득히 따라 주시오

한잔하세 바로 지금을 담아

행복은 부석순 우리는 청바지라네 접기

 

 

그리고 응원도 그만큼 직관적으로 때려 박는다. 화끈하게, 패기롭게. 복고스러운 컨셉과 문구에 맞춘 말투도 권위적이지 않고 유머러스하다. 딱 연극 속 배우 같은 톤이라 거북하지도 않다. 그렇게 술잔에 담은 청춘은 모두의 입으로 넘어가 널리 널리 청춘의 냄새를 풍기게 만든다. 삶이 고될 때 찾게 되는 술이나 담배보다 훨씬 건강한 맛이다.

 

 

 

앞으로 어떤 청바지가 유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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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NCT가 입은 건 축 늘어져 제멋을 뽐내는 배기진이라면 부석순이 입은 건 딱 핏하게 떨어지는 활동성 좋은 스트레이트 진이다. 같은 청바지지만 이렇게나 다르다. 모델이 아니라면 한 사람이 동시에 두 취향을 가지고 있기에도 힘들어 보일 정도다. 그래서 각자가 그 핏을 아주 맛깔나게 소화했다는 점이 K-POP 팬으로서 굉장히 만족스럽다.

 

이렇게 전혀 다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가 제일 잘하는 것을 뽐내는 모습을 볼 때면 그저 바라만 보는 입장인데도 넘치는 뿌듯함이 올라온다. 그러나 잘하는 것이라고 해서 매번 같은 컨셉만 들고 나온다면 그 매력이 반감되는 법이다. 시즌 메뉴, 퓨전 메뉴가 있어야 시그니처 메뉴의 맛이 더 돋보이니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은 아이돌이 다양한 컨셉을 들고 나와 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심지어 아직 이번 청바지 대전에서 언급하지 못한 수많은 청바지 컨셉이 존재한다. 뉴진스라던가, 소녀시대라던가. 이렇게 하나의 아이템으로도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는 게 K-POP의 매력이다. 그러니 앞으로 어떤 청바지가 우리의 시선을 이끌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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