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t by EUNU]
바다를 닮은 익숙한 일렁임,
작은 샘물이 모래알 위를 찰박였다.
다 메마른 줄 알았던 깊은 곳에 어제의 잔해가 숨 쉬고 있었다.
마치 그가 준비한 선물이라는 듯 놓여 있던 것,
색의 소리를 시작으로
꽃은 계속해서 내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다.
샘에 비친 사막은 그늘 하나 없이 반짝였다.
바깥세상이 지닌 평범한 낮처럼.
거짓된 아름다움에 홀려 샘물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잠시 오늘에 눌러앉을까.’
꽃이 들려주는 내일의 이야기가 다시 멀어지는 듯했을 때,
샘에 어둠이 드리웠다.
줄곧 나를 따라오던 그림자였다.
그 그림자는 일렁임에 흐트러지던 와중에도 가시를 놓지 않았다.
그것은 다음의 이유가 되었다.
샘이 보여 준 온전한 나는 여전히 내일에 굶주리고 있었다.
'앙상하게 뼈만 남은 내가 더 자라날 수 있을까?'
가시를 넘어 겨우 오늘에 닿았건만,
그는 나의 속 깊숙이 남아 끝내 나를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