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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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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쉬는 청년'이 역대 최다 숫자를 기록했다는 기사에 빠짐없이 달리는 기성세대들의 댓글이 있다.

 

'그만큼 노력하지 않아서', '실력에 비해 눈이 너무 높아서', '핑계 대지 말고 나가서 뭐라도 해라'.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노력 만능주의'는 연약한 개인들을 무력화한다. 아니, 그 이전에 자신의 성취를 모두 내가 능력 있어서, 그만큼 노력해서로 귀결시키는 '능력주의'가 '표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소외되고 뒤처지는 사람들을 양산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믿어주고 북돋아 줘도 모자랄, 모든 게 서툰 '청년'에게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박해진 걸까.

 

'붉은웃음'은 그런 청년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극 같다. 극에선 과거와 현재, 두 청년이 교차하여 등장한다. 1904년 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고 집으로 돌아와 두 달 동안 책상에서 쉬지 않고 글을 썼던 청년과, 2024년 쓰레기로 뒤덮인 한 평 남짓 작은 원룸에서 죽은 지 두 달이 넘어서야 발견된 청년.

 

1904년의 청년은 원치 않은 전쟁에 나가 총과 칼을 들고 싸우다 결국 다리를 잃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리를 잃은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편인 아군들과 서로를 적군으로 오해하고 교전하던 중 부상을 당해서.

 

이 전쟁은 그대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알레고리가 된다. 겉으로 보이는 ‘진짜’ 전쟁은 없지만, 사실 지금 우리 사회는 전쟁 중인 것이나 다름없다. 서로를 적군으로 상정한 채 미워하고 혐오하는, 어쩌면 더 잔인하고 냉혹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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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극으로, 윤성원 배우의 강렬한 몸짓이 극 전반을 이끈다.

 

당신들이 아픈 만큼 나도 아프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배우는 온몸을 던져 모래 구덩이를 파고, 커다란 짐들을 옮기고, 스스로를 내던지며 공연한다. 언어적 요소보단 비언어적 요소가 극 진행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관객은 배우의 말보다는 행동에 귀 기울이며 그를 눈으로 좇는다.

 

배우는 그래도 지지 말라고 외친다. 실재하는 것은 우리의 몸뿐이니, 무서워하지 말라고. 극에서 청년들을 괴롭히는 대상은 '붉은웃음'이다. 실재하지 않고 무엇인지도 정확하지 않은 가상의 존재다.

 

붉은웃음은 다양한 대상으로 둔갑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집안 사정, 누군가에겐 돈, 누군가에게는 인간관계로 모습을 바꾼다. 윤성원 배우의 고통스러운 몸짓은 지지말라는 외침에 진정성을 더한다. 얼마나 힘든지 나도 경험해서 잘 알지만, 그래도 함께 나아가보자며 위로를 던진다.

 

유일한 믿을 거리인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운 세상 속에서, 서로를 향한 따스한 눈짓, 공감이 남아 있다면 힘들지만 다시 한번 일어날 힘이 생기지 않을까.

 

붉은웃음 대신 맑고 밝은 웃음을 건넬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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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 1904년, 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고 피폐해진 영혼으로 돌아온 형은 두 달 동안 책상에서 쉬지 않고 글을 쓰다 죽음을 맞이했다. 무엇을 쓰는지, 왜 책상 앞에서 쉬지도 않고 쓰기만 하다가 죽었는지, 전쟁에서 겨우 살아 돌아왔는데 왜 그렇게 죽어야만 했는지, 동생은 이 모든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형의 죽음을 더 알고 싶다. 그는 형에게 질문한다. 도대체 붉은웃음이 무엇인지를…

 

2024년, 쓰레기로 뒤덮인 한 평 남짓 작은 원룸에서 한 청년이 죽은 지 두 달이 넘어서야 발견됐다. 집주인의 연락을 받고 찾아간 유품 관리사에게 청년고독사는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실례합니다." 간단한 목례 후 방문을 열자 작은 방을 채우는 무거운 질문이 그를 맞이한다. 젊은 영혼은 왜 이 작은 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홀로 쓸쓸한 죽음과 함께 고립되어야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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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니드 안드레예프 - 레오니드 니콜라예비치 안드레예프(1871-1919)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러시아의 대표적인 소설가이자 극작가이다. 가난한 유년 시절의 경험이 그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를 바탕으로 초기 단편에서는 사회의 소외된 계층을 그렸다. 아울러 안드레예프는 인간의 개성을 억압하고 정신적 독자성을 획일화하는 사회체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며 작품 속에서 고립된 인간과 단절된 관계를 묘사하기도 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붉은웃음, 사제 바실리 피베이스키의 삶, 인간의 삶 등이 있다.

 

레오니드 안드레예프의 대표작 붉은웃음은 러일전쟁을 배경으로 전쟁의 광기와 인간 내면의 공포를 리얼리즘과 상징주의 기법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안드레예프는 이를 "자신의 심장의 피로 집필된 작품"이라 표현하며 전쟁의 참혹함과 광기, 무의미함을 강조했다.


[프로젝트 내친김에] Project While - [프로젝트 내친김에]는 2014년 결성된 젊은 연극인 집단입니다. [프로젝트 내친김에]는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자 모인 배우, 연출, 작가, 스텝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로젝트 내친김에]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무대언어를 찾고자 합니다. [프로젝트 내친김에]는 진실하고 집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보고 싶은 모든 작업자들과 함께 합니다. [프로젝트 내친김에]는 연극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강렬한 체험의 순간을 찾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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