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도 한국사나 세계사에 관심이 없던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역사에 관한 공부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러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접하게 됐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12세기 중세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역사 추리 소설이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 등장하는 형재 캐드펠은 십자군 전쟁에서 참여했던 군인이었으나, 전쟁의 참상을 경험한 후 수도사가 되어 슈루즈 베리 수도원에서 약초사로 일하게 된다. 이 캐드펠 형제들이 12세기 영국 내전 시기에 일어나는 여러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담겨 있는데, 처음에 책을 펼쳤을 때는 처음 접하는 장르의 책이기에 새롭기도 하고 몰입하기 힘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어느샌가 시리즈를 한 권 한 권에 빠져들어 책을 펼치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처음 접했던 시리즈 6권의 <얼음 속의 여인>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추위가 사람들의 몸을 얼게 할 수는 있지만, 두려움이 그들의 영혼을 얼리게 둬서는 안 된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고난과 역경, 그것들을 헤쳐나가는 과정과 암울했던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하기에 차갑고 냉정한 분위기가 전반을 이룬다. '얼음 속의 여인' 또한 12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하며 내전 중이였던 겨울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사건을 다룬다.
책 속에서 캐드펠은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벤딕틴 수도사로, 전쟁으로 흩어진 사람들 돕기 위해 나선다. 그 과정에서 캐드펠은 눈 속에서 살해된 여성의 시신을 발견하게 되며, 여성의 정체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전재되고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위의 문장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얼음 속의 여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차가운 겨울과 내전 중인 전쟁 속 암울한 시기, 그리고 인간의 내면 상태를 대비 시킨다. 외부적으로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면의 강인함을 유지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상적인 사람으로 캐드펠이 등장한다. 전쟁과 혼란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고 노력하며, 어려움 속에서도 남들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 캐드펠과 같은 마음가짐은 쉽게 견고해질 수 없다. 인간은 누구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 방황을 하게 되고 쉽게 좌절하기 쉽다. '추위가 사람들의 몸을 얼게 할 수는 있지만, 두려움이 그들의 영항을 얼리게 둬서는 안된다'라는 문장은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일상생활에 적용해봄직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상황이더라도, 각자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대처하는 방법은 달라지게 된다. 아무리 나쁜 상황이더라도 생각의 회로를 바꿔보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책 속에서도 캐드펠같은 탐정이 없었다면 사건들은 어떻게 되었겠는가. 캐드펠 시리즈에서 여러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도 그 안에서 여러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던 까닭은 캐드펠 덕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사도 아닌 중세 영국의 정치적, 사회적 혼란을 다룬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접하게 되었을 때 누군가는 무관심 할지도, 흥미가 생기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한 번 펼치게 되면 그 속에 깊이 빠져들 것이라는 것만은 확신한다.
이 책에서 근본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것은 역사적 흐름이 아닌 인간에 대한 이해, 따듯함, 용서, 사랑 등 우리의 내면을 이해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