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캐드펠 입체-1-10.jpg

 

 

사실 나는 추리소설을 잘 읽는 편은 아니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추리소설은 단어 하나하나, 그리고 문장들 사이사이에 사건의 실마리가 될 법한 단서들이 숨겨져 있는데, 그러다 보니 책 한 권을 완독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던 적이 있다. 이렇게 힘겹게 추리소설 한 권을 완독한 경험 때문인지 이 이후로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 부담스러워져 추리소설과 점차 멀어져 갔다.

 

이 책 역시 타 추리소설들이 그래 왔듯, 쉽게 읽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내려놓은 채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비장한 각오가 무색하게도 책은 술술 읽혔고, 한 권을 하루 만에 완독했다.

 

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책의 전체적인 이야기에 집중한다기보다, ’범인을 밝혀내고야 말겠어!‘ 라는 생각 때문인지 대사 하나하나, 그리고 지문 하나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촉을 곤두세우며 읽을 필요가 없었다. 그저 몰입해서 읽어나가기 시작하면 어느샌가 캐드펠 수사의 지휘하에 이야기의 끝을 맞이하게 된다.

 

캐드펠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잉글랜드 내전 당시 주민의 생활사를 담고 있으며, 유럽 중세사회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렇다 보니, 당연하게도 현대 추리물에 등장하는 cctv도, 과학적 지식을 요하는 수사도 진행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법하지도 않고, 화려하지 않은 주변에서 있을 법한 사건이 주로 일어난다.

 

["당신은 죽는 날까지 인간들과 끊어질 수 없어요. 주교, 수도원장, 사제, 고해신부 모두 인간이에요. 죄지으며 살아가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과 피를 나눈 형제들이라고요. 살아았는 이상 인간을 피할 길은 없어요. 그저 그들 속에서 당신 몫을 해야 할 뿐이죠."] - 9권 <죽은 자의 몸값> p.181

 

또한, 추리물임에도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아닌, 인물과 인물 간의 관계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인간의 내면에 관한 서술과 인간의 심리에 대해 매우 잘 표현한 소설이었다. 이야기가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은 ’캐드펠 수사‘라는 캐릭터 때문이다.

 

["아예 모든 걸 토해내도록 놔두면 그곳의 공기는 저절로 맑아지리라. 그리하여 캐드펠은 입을 다문 채 가만히 귀만 기울이고 있었다."] - 8권 <귀신 들린 아이> p.88

 

사건의 중심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 ’캐드펠 수사‘는 타 추리물들의 주인공처럼 ’초월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거나, ’비인간성‘이 강조되는 인물은 아니다. 정의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지만, 정의를 실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기보다, 사건에 관련된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이러한 ’캐드펠 수사‘의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캐릭터성 때문에 소설은 전체적으로 인물들 간의 의리와 신의, 그리고 서로의 신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책. 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사건이 중심이 되는 추리소설이 아닌,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책을 읽어보고 싶다면,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tag 에디터 김예원.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