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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범죄는 물론, 현실에서 발생하면 중대한 사건이 되고 피해의 양상 및 범위에 따라 심각한 내용이 되는 '죄'이다. 따라서 현실에선 끔찍한 범죄 소식이 최대한 들리지 않기를 바라지만, 영화나 소설로 다뤄지는 범죄는 스릴감을 느끼게 하는 흥미로운 소재이기도 하다.

 

특히 경찰, 그것도 추리를 전문으로 하는 탐정의 시선에서 범죄의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 용의자를 밝혀내고 범인을 밝혀내는 것을 경험한다면, 당신은 추리소설의 짜릿한 매력에 빠져버릴 것이다. 추리소설의 인기가 많은 이유가 바로 이 성취감과 짜릿함에 있는 게 아닐까.

 

그런 고로,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라는 추리소설이다. 10권이 되는 분량이 짧지 않지만 한 권씩 다루는 사건들에 파묻히다 보면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범죄라는 소재 자체도 상당한 집중력을 유도하는 주제이거니와 이 시리즈 자체의 구성이 굉장히 촘촘하다.

 

작가 엘리스 피터스의 서명이 그려진 검은색 책꽂이에 책들이 담겨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어 뿌듯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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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사건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캐드펠 수사의 인간성과 인물들의 고뇌, 인간관계 등이 줄거리를 풍요롭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이 점이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으며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낀 점인데, 수사 드라마 등에서 보일 법한 옴니버스식 구성이면서도 일반 드라마의 요소인 주인공 체제와 줄거리를 관통하는 커다란 특징들(캐드펠 수사의 삶과 생활)이 이어지기 때문에 '범죄를 다루는 추리소설'이라기 보단 '평범한 생활을 하다가 범죄가 발생한 소설'의 느낌이 강하다.

 

특히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 21세기에 중세 유럽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독자들의 흥미를 유도하는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수도원'이라는, 신비롭고 엄숙한 공간과 '수사'라는 종교적인 인물이 속세의 사건을 다룬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 책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는 요소이다.

 

이 '캐드펠 수사'는 속세적인 인물 출신이지만 거룩한 종교의 안내자이기 때문에 두 가지 면모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평면적인 다른 추리소설 속 주인공들과 비교되는 점이다. 그렇기에, 단순한 사건 해결을 하는 사람으로서 '캐드펠 수사'가 묘사되기 보다는 그저 인간 '캐드펠' 이라는 사람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이 이 책의 진정한 묘미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1권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재밌게 읽었는데, 해당 내용이 10권 '고행의 순례자'로 이어지는 게 인상 깊었다. 1권은 한 수도사의 꿈에서 성 위니프리드가 자신의 유골을 이장하길 명령하면서 다른 지역과 수도사들의 갈등에서 이어진 한 남자의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용 자체가 으스스해서 소름이 돋아, 성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이장하면서 발생했던 일련의 살인사건들을 캐드펠 수사와 함께 읽어가는 것에 깊게 몰입했었다.

 

10권에서 이 성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이장한 후 시간이 지나 그것에 대한 축제로 새로운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이 참신하게 느껴졌다. 특히 이 10권의 경우 순례라는 행위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만큼 줄거리에 종교적인 속성이 보다 더 강하게 느껴진다. 앞서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인간성에 대한 고찰이 내포되어 있다고 적었는데, '순례'가 가진 인간 원죄에 대한 반성과 초월성이 비밀을 가진 순례자와 결합되면서 신비롭고도 인문학적 관찰이 느껴지는 내용이다.

 

10권이 되는 양, 그리고 생소한 중세 배경의 수도원에 대한 줄거리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 대한 진입 장벽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신선함에 대한 호기심으로 접근하다 보면, 이 책이 왜 추리소설 작가들의 찬사를 받는 클래식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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