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양자역학에서 찾은 삶의 질문 - 어느 물리학자의 낮잠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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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초연되었던 이여진 작 [어느 물리학자의 낮잠] 올해 다시 무대를 찾았다. SF 연극이 다소 생소할 수 있겠지만, 양자역학의 얽힘으로 삶에 질문을 던지는 추상적인 극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물리학도를 꿈꾸는 차연과 기억을 잃은 채 방황하는 노파. 이 둘은 과연 어떤 관계성일까.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이야기의 흐름 속, 둘은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과연 누가 현재 시점을 살고 있는지, 과거인지 미래인지 분간할 수 없다. 그저 다른 시공간에 내가 존재할 뿐이다.
보통 작품의 구성은 주인공 한 명을 놓고 이야기가 흘러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극은 마치 평행우주인 듯, 같은 사람의 시간이 다른 공간에서 흘러가고 있다. 관객의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하며, 때로는 나의 미래를 상상하게 만든다.
SF를 소재로 하는 작품은 많아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작품 구성이 촘촘한 [어느 물리학자의 낮잠] 극은 주목할 만하다. 물리학에 낯선 사람일지라도, 장면마다 삶의 철학적인 질문을 떠올릴 수 있다. 향후 ‘SF 연극‘에서 길이 주목받을 작품이 아닐까, 감히 예상해 본다.
“주변부가 아닌 자길 기억해야 해요. 뭔가 계속 기억하려는 나 자신, 주체!”
현존하라,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향한 불안감에 시달리지 말라는 강렬한 메시지가 느껴졌다. 누군가가 나에게 ‘시간’에 관해 말한 적이 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선으로 이어져 있다는 말에 의아했었다. 비논리적인 이야기가 아닌지 의심했다.
하지만 공연을 보고,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보통 우리는 과거를 지나갔다며 말하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느낀다. 생각의 전환을 하자면,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와 공존하고 있다. 물리학도 차연과 노파. 이 두 사람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고, 시간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위로를 받았다.
필자가 좋아하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떠오른다. 현재 평범한 세탁소 직원의 삶을 살고 있을지라도, 어디선가는 유명한 배우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곳에서는 선한 영향을 끼치는 예술가가 될 수도 있다. 가끔 우리는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고 절망한다.
하지만 멀티버스라는 세상 속에서 수많은 내가 존재한다. 다양한 차원 속, 살아가는 삶을 다를지라도 모든 게 곧 나다. 자연과 노파도 마찬가지다. 다른 시공간 속에 있다고 해도 서로의 인생은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현재를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을지 모르겠다. 먼 과거를 후회하고, 먼 미래를 기약한다. 애써 지금을 무시하며 살아가고 있다.
필자는 앞서 말했지만, 물리학 이론에 문외한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 눈앞에 보이지 않는 시간은 이미 펼쳐져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원했던 것을 한 번 따라가 보길 바란다. 미래라는 시공간에서 이미 이뤘을지도 모른다. 필자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다. 양자역학에서 찾은 질문. 다른 관객들은 어떤 깨달음을 가지며 극에 몰입했는지 궁금해진다.
[이지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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