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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아주 까맣고 까마득하고 물안개가 가득 낀 바다에 갔다.

 

안 그래도 비가 추적거리는 저녁에 지칠 대로 지쳐 수더분한 마음은 반절이 날아간 채로, 2시간을 달려가는 차 안에서 바닷가에 풀어줄 고민을 한가득 생각하며 불빛을 비추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서해 바다로 갔다.

 

물이 아주 많이 빠진 밤의 서해 바다는 파도를 보러 가는데 꽤 긴 시간을 걸어야 했다. 가까워지는 것 같으면서도 검은 파도를 보러 가는 길은 발이 진득거리게 빠졌다. 어느새 차 안에서 바닷가에 풀어줘야지 하며 머리에 이고 왔던 고민과 감정, 마음속 유해한 모든 감정은 자기 집을 찾은 듯 먼저 내려 어디 깊은 심해(深海)로 가라앉았나 보다.

 

찰박 거리며 빠지는 신발도 다시 뒤를 돌아보면 언제 밟았냐는 듯 개흙과 물이 차오르고 자국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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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있을 땐 늘 바다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좋아하는 곳이기도 가장 친한 곳이기도 하다. 바다는 갈 때마다 내 기분에 맞춰 모습을 바꾼다. 오늘은 아주 까맣고 까만 해무가 가득 낀 바다다. 위로의 별 하나도 비쳐보지도 않는 해수면이면서 심해 같은 바다의 모습이다. 품고 있는 물고기와 조개들까지 다 보여준 맑은 날의 투명한 바다였다가 지는 노을의 햇살을 가득 비춰 반짝임만을 보여준 바다였다가 생각이 많아 보이는 까만 밤의 물 빠진 바다였다.

 

삶은 한순간의 선택들에 의해 새로운 삶으로 바뀌고, 그렇게 살아가는 삶으로 인해 사람은 매일이 다르게 바뀐다. 모든 인간은 다르다. 삶을 대하는 태도나 태어난 환경도 위기를 이겨내는 방식도 배움을 얻는 방법도.

 

인간보다 사람이라 부를 때 어감의 미묘한 부드러움을 좋아하는데 사람이 좋다가도 인간이 싫다. 사람과 사람은 서로 대체 불가한 사랑을 주는 존재이면서도 가장 불필요한 상처 주는 존재 같다. 요 며칠이 그렇다. 인간 때문에 마음이 부식되어 가루가 되었다가도 사람 덕분에 다시 파도가 밀려와도 덜 부식되는 단단한 바위가 되는 삶.

 

비밀스러워 보이는 바다에 발을 넣어보고 싶었지만 너무 어두웠다. 차가워 보였고. 바다의 어둠까지 알고 싶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은 바다 같아서 깊이를 알 수가 없다. 마음은 비밀도 많고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심해(心害)는 너무 무겁고 상처가 깊어 삶을 살다 보면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속 깊은 심해(深海) 속으로 내려가지만, 한 번씩 그 어둠이 마음의 수면 위로 다시 올라올 때 두려움이 너울처럼 밀려온다.

  

누구에게나 마음속 심해들이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그 상처가 각자 다르겠지만,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냥 수면 위로 떠오르면 계속 상처를 받으니 검은 심해에 묻어두는 것뿐이지. 가끔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거나 그 사람의 아쉬웠던 행동을 생각할 때면 나도 누군가에게 모르고 했던 섣부른 말이나 행동들이 상처가 된 적이 있었을까 그들의 마음을 무겁게 묶어버린 어지러운 해초는 아니었을까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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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상처받고 사람으로 치유하고 그래서 인간은 공생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사람에게 상처받았지만 여전히 사람들과 함께 있었고 사람 때문에 증오의 감정이 생겼었더라도 사람들과 함께 있어 즐거움의 감정을 느끼고 바다를 떠났다. 사람 때문에 두렵다가도 사람들 덕분에 든든해졌다. 어느새 바다도 물이 조금씩 차오르며 다시 바다의 마음을 넓혀가고 있었다.

 

오해와 오만, 예민함과 불신, 편견, 시선을 빙자한 평가. 유해하고 모난 모든 것들이 있는 세상이지만, 멀리서 보니 세상은 오늘도 여전히 살아가고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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