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시를 닮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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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트인사이트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했을 때, "글을 왜 쓰는가?"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정말 다양한 에디터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던 기억과 함께, 아직도 가끔 떠올려보곤 한다.
당시, 이 낯선 주제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처음엔 말을 아끼며 다른 분들의 아름다운 세계를 가만히 내 안에 담기만 했었다. 처음 담았던 에디터분의 정원은 이제 막 새순이 오르기 시작하는 꽃밭이었다. 봄의 온기처럼 다정한 표현을 통해 누군가(혹은 자신)를 위로하기 위해 글을 쓰게 됐다고 말씀하셨다. 또 다른 분의 정원에는 여우비가 소리도 없이,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조금은 축축할지라도,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쳤다 사라지는 감정들을 조용하고 차분하게 기록하기 위함이었다.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그간 글쓰기를 이어왔던 '이유'를 다시 고민해 보자니, 나의 정원은 제법 형용할 수 없는 그림처럼 느껴졌다. 어딘가에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고, 또 다른 곳에선 폭풍우가 쏟아지고, 어느 구석 근처에서는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느꼈다. 그 추상적인 모습을 글로 표현하고 있는 지금, 글쓰기의 연고를 알게 됐다. 생각했던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 글로 약 1년이라는 여정에 대한 기록과 갈무리를 이어가고자 한다.
진짜 같은 이야기
영화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의미를 갖고 움직이는 대상을 촬영하여 영사기로 영사막에 재현하는 종합 예술'이다. 주위를 둘러봤을 때 참 많은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 깜빡거리는 강아지의 눈, 팽그르르 돌아가는 선풍기의 미세한 움직임 등. 떠올려본 모든 것들이 어떤 하나의 영상체가 되고, 영화에서 비슷하거나 같은 장면을 만나게 된다면 쉬이 분간을 할 수 없게 된다. 꿈이 현실같고, 또 현실이 꿈같은 아이러니함이랄까.
영화 <인셉션>에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누군가의 꿈에 꿈을 심으며 사건을 해결한다. 가짜의 꿈을 정말 믿게 되는 사람들의 몫처럼, 영화의 엔딩크레딧 혹은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의 끝을 만난 우리의 몫도 그 이야기를 마치 현실인 것처럼 믿는 데에 있는 것만 같다. 그렇게 믿음으로써 남은 그리움과 갈증을 해소하게 된다.
그렇다고 전부 문화예술이 '허구'를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 다양한 시대, 상황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물론, 이것은 평론가나 우리나 각자 생각하는 영역이 다르기에 누가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우리가 모두 '발견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맥락에서 상황을 발견하고, 각 개인의 언어로 해석하고, 세상에 목소리를 낸다. 아래부터는 발견하고 해석한 것들을 조금 모아보려고 한다.
글 하나. 내 세계를 넓혀줬던 너에게 - 영화 <너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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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랑이 있다. 다양한 대상을 향한 사랑이 있다. 부모님, 자기 자신, 더 나아가 파릇한 나무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인형. 사람은 태어난 후,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모르게 사랑하는 것들이 늘어남을 오롯이 경험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그런 것들의 일환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것과 참 비슷하리만큼 닮아있는 친구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 등을 언급한다.
사랑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었던 것들이지만, 낯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언젠가 우리도 한 번쯤은 느껴보고 경험해 봤기 때문일 것이다. 학창 시절 사소한 다툼으로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다가도, 또 함께 어울리며 즐겁고 행복했던 것처럼 말이다. 학생들을 바라보는 그런 애정이 어린 시각으로부터, 지난 2014년 전 국민의 마음을 쓰라리게 했던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들을 부드럽게, 아주 부드럽게 안아주는 포근함을 간접적으로 느낀다.
이렇게 꿈같지만 진짜같은 이야기를 저마다의 방법으로 아름답게 풀어내는 영화를 통해 사회의 단상을 다시금 그려보게 된다.
글 둘. 콘서트와 영화관이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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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발견에 있는 능력 중 하나는, 지극히 평범한 것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해당 글을 쓰던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날처럼 평범했던 오후, 우연히 찾은 영화관에서 콘서트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코로나를 거치며 재정 위기를 겪은 영화관이 돌파구를 찾은 방법의 하나였는데, 열성팬을 대상으로 흔히 말하는 '덕심'을 채우며 성공적인 협업을 이루게 된다.
콘서트를 즐기고 싶지만, 경제적 및 시간적 여유가 없어 즐기지 못하는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고, 다양한 굿즈 등을 콜라보해 출시하기도 했다. 영화만을 상영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더 많은 문화예술이 서로 협업하며 아름다운 시너지를 낼 수 있길 조용히 소망하게 되었던, 찰나같이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글 셋. 모든 여름에서 울리던 매미 소리 - 다른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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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던 핸드볼 코트, 그 뜨거웠던 여름에 주인공 고곽대는 핸드볼 경기 중 생긴 자신의 트라우마를 회피한다. '최고작' '고곽대 선배'라는 허영의 인물 뒤에 숨어 끝없이 사실을 부인하게 된다. 형사와 상담사로 등장하는 인물은 고곽대를 끊임없이 추궁하는데, 결국 고곽대가 자신을 인정하는 데까지 닿도록 돕는다.
연극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시적 표현(비유와 은유)이었다. '여름', '매미', '소각장' 등 반복되는 소재로, 여름이라는 계절의 특성을 살린다. 매해 들리는 매미 소리가 연극 내내 귓가에 울리고, 몇 번의 여름이 고곽대를 스쳐 지나간다. 또 "불타는 한여름의 소각장, 비발디의 여름, 이 모든 건 너다."라는 대사가 수도 없이 반복되기도 한다. 간접적으로 주인공을 관통하는 비유와 대사를 통해, 그리고 이와 함께 연주되는 드럼 소리를 통해 가슴속 깊은 곳까지 둥둥 반응한다. 이런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과정이 '지나온 시간에 대한 비유'와도 같이 느껴지며 스스로를 깨우는 것이다.
사실은 발견으로 시가 되고 싶었던 에디터
'발견'한다는 것을 시작으로 '시'에 다다랐다. 그 둘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우선 시가 되기 위해선 다양한 상징물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상징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발견한다. 예를 들어 '국자'는 둥그렇게 파인 모습이 꼭 뒤집은 모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시와 발견은 출발과 끝이 아니라, 같은 개념이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없는 것들을 보이게 만들고, 느낄 수 있는 신호를 찾아 나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다. 그 과정이 제법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 때때론 나의 신호가 모두에게 닿지 않아 절망스럽기도, 또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 같아 허무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나의 발견이 어느 한구석에 통할 수만 있다면, 틈틈이 글을 쓰려고 한다. 만인 같은 한 사람을 위해, 한 사람 같은 모두를 위해 그런 시가 되기로 다짐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지나온 글에 대한 여정을 일단락한다.
누군가에게 닿을, 이 세상 모든 발견자를 위하여!
[박정빈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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