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떤 시대의 상처 이야기 - 해방자들

글 입력 2024.09.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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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사전적으로 '구속이나 억압, 부담 따위에서 벗어나게 함'을 의미한다. <해방자들> 또한 제목을 보고 어떤 억압이나 한계 따위에서 등장인물들이 해방되리라는 예측을 가지고 독서를 했다.

 

이 작품은 각 챕터마다 다른 인물을 시선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우리나라의 여러 역사적 사건들 안에서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일제강점기 언급으로 시작되어 2014년 세월호 사건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역사 소설이라거나 고발 혹은 기록적 형식을 띄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작품이었다. 흔히 역사를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소년이 온다>나 <순이 삼촌>과는 조금 다른데, 두 작품은 시대상이 작품 속에 잘 그려져 있는 반면 <해방자들>은 사건들이 배경과 상황으로 잡혀 있고, 인물들에게 보다 집중되어 있었다. 가령 어떤 역사가 한 개인에게 어떤 앞을 안겨 주게 되는가. 어떤 인물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의 형태로 말이다.

 

작품 안에서 언급되는 역사적 사건들이 오랜 교육 안에서 들어 온 것들이라 상황들이 이해가 되기는 했다만, 직접 겪었다는 점에서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세월호 사건이었다.

 

  
텔레비전에서 뉴스를 본 것은 4월 중순이었다. 세월호가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는 길에 침몰한 것이다. 배는 과적 상태였다. 화불을 제대로 고정해두지도 않았다. 배에 타고 있던 443명 가운데 325명이 고등학생이었다. 배가 뒤집히고 객실로 물이 흘려들어오자, 안내 방송에서는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학생들은 순순히 따랐다. 그렇지만 승무원들은 달아났다. 선장은 속옷 바람으로 배를 버렸다. 배에서 찍힌 영상이 복구되어 방송에 나왔다.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목소리는 변조했다. (....)
 

 

지나가면 별거 아니게 된다는 말과 다르게 아주 오래토록 지속되어 상처를 남기는 일도 있다. 그런 게 크게 일어났을 때, 그리고 주목이 되었을 때 역사에 기록이 된다. <해방자들>은 그 기록 안에 서 있던 사람들의 상처에 주목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심지어는 그 사건의 중심인 나라를 떠나고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흉터들에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이 왜 <해방자들>일까를 고민해 보았다.

 

해방이라는 것은 나를 억압하는 존재가 있음을 전제한다. 내가 그로부터 벗어나고자 했음 또한 말이다. 작품에서는 이주가 그 예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완전히 벗어나거나 상처를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의 화해는 이주로써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해와 인정으로써다. 나는 이 부분을 조금 오래 생각해 보았는데, 사실 '이해나 인정', 혹은 '같은 것의 공유'는 꼭 먼 곳에 가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지금 상처의 땅에 있는 우리도 얼마든지 상처를 호전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방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었는데, 결국 가장 큰 상처를 내기 좋은 건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아니라 결국 어느 것을 함께 공유하는 이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해방자들>은 '코리아 디아스포라'라고 불린다고 하더라. 디스토피아랑 비슷하게 생긴 이 말은 '흩어진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팔레스타인을 떠나 온 세계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이르던 말'이다. 작가 고은지는 유명한 드라마 <파친코>의 작가진 중 하나이기도 하다고 한다.


한편 다른 책과 구별되는 인상적인 점이 있다면 꽤나 매력적인 은유가 이곳저곳 있다는 것이었다. 그게 나에게는 조금 어려웠지만 묘사 자체가 평범하지 않아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면 인물이 (나의 기준에서) 많이 등장하고, 이름 또한 평범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인물 관계도를 그려 보며 읽었더라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느 자리에 있든, 설령 고통받고 죽는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많은 것들에 관해 제니에게 이야기했다. 제니는 한숨을 쉬었다. 고개를 젖히고 내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희망을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거나 실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태양은 잔해와 물 위는 물론이고 세상 모든 이와 모든 것은 여전히 빛을 비춰주기 때문에.
 

 

[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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