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데이식스 노래 역주행이 의미하는 것 [음악]

추억으로 남는 음악은 삶의 배경 음악이 되어 잊히지 않는다
글 입력 2024.07.0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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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가 수년 전 발표한 '예뻤어’(2017년),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2019년)  노래가 올해 1월부터 역주행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다수의 음원사이트 상위권 차트에 자리 잡고 있다. 10년째 청춘의 삶을 힘껏 외치는 데이식스의 역주행이 반가운 이유와 이러한 현상이 K-POP 음악시장에 의미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한국말이 점점 사라져가는 한국음악


 
BTS의 해외시장 성공을 시작으로 최근 K-POP은 해외 팬덤 겨냥에 중심을 두고 노래를 만들고 있다. 점차 영어 가사 비중이 늘더니 이제는 노래 전체가 영어 가사인 곡도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가 한국어의 비중을 줄이고 언어적 맥락이 없는 영어 혼용 가사를 내는 것이 과연 K-POP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물론 BTS 또한 영어 가사 앨범을 통해 빌보드차트 1위 달성, 해외 음악 시상식 수상 등 해외 시장 공략에 성공하였지만, 성공 요인이 단순히 영어 버전으로 노래를 불렀기 때문은 아니다. 한국어 앨범을 발매하던 시절부터 멤버들이 작곡, 작사에 참여해 청춘의 고민과 꿈,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담아왔고, 노래 가사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국내외 팬층이 형성됐다.

미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겨냥하며 Dynamite, Butter, Permission to Dance 등 대중적인 멜로디의 영어 가사 앨범을 출시하고, 외국 팝가수와 콜라보를 진행하는 등 앨범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멤버들의 솔로 앨범 또한 대부분 영어 가사로 구성되어 있다.
 
희망을 갖고 함께 걸어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제이홉의 솔로 앨범 On the street, 길을 잃어도 괜찮다는 모순된 삶에 대한 대답을 담은 RM의 솔로 2집 Right Place, Wrong Person 등 영어 버전으로 노래를 불러도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 K-POP은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영어 가사에만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 영어 하이라이트 구간, 의미 없이 반복되는 영어 단어 등 이러한 노래들이 인기를 얻는 음악시장에서 데이식스는 어떤 매력으로 우리의 곁에 돌아올 수 있었을까.
 
 
 

데이식스 노래 역주행이 의미하는 것


 
데이식스 멤버 영케이는 ‘톱클래스 조선’ 인터뷰에서 역주행의 비결에 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과연 우리 음악이 뭐가 다른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는데, 저는 거꾸로 ‘다르지 않음’이 우리 정체성이 아닐까 싶어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만한 기본적인 감정선, 관통하는 본질을 포괄적으로 담아내고, 거기에 저마다 이야기를 삽입해서 각자의 추억으로 가져갈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요.

 

그래서 우리 음악이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삶의 배경음악(BGM)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 출처: 톱클래스 조선 인터뷰

 

 
5년 전 대학생이던 시절, 어느 날과 똑같이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다가 라디오에서 데이식스의 'Free 하게' 노래가 흘러나왔다. 갑자기 바다에 놀러 온 듯한 기분이 들었고, 그때의 느낌이 너무 좋았던 나는 지금도 출근길에 그 노래를 듣곤 한다. 영케이의 말처럼 추억으로 남는 음악은 삶의 배경음악이 되어 잊히지 않는 것 같다.
 
일상의 기분을 전환시켜주는 데이식스 음악을 알게 된 후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반드시 웃는다','좋아합니다' 등 다른 노래도 찾아듣게 되었다. 그들의 노래는 무언가 벅차오르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몇 년 후, 데이식스의 역주행 소식을 들으며, 좋은 노래는 늦더라도 빛을 본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말하는 좋은 노래란, 누구나 느낄 법한 감정, 한 번쯤 경험하는 일, 꿈꾸는 일 등 보통의 삶을 우리의 언어로 전하는 음악이다.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청량한 음색으로 전하는 매력이 있어서일까. 데이식스 음악은 유독 라디오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것 같다.  얼마 전, 가수 이효리 또한 ‘이효리의 레드 카펫’ 방송에 출연한 데이식스에게 라디오에서 나온 노래를 듣고 위로받은 에피소드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예뻤어’라는 노래를 진짜 좋아한다. 제가 요즘 노래를 잘 모르는데 저희 강아지가 얼마 전에 하늘나라로 갔다. 화사를 만나기 딱 한 시간 전에 저희 강아지가 하늘나라로 간 거다. 안 나갈 수는 없으니까, 바닷가로 차를 몰고 가는데 라디오에서 ‘예뻤어’라는 노래가 딱 나왔다.

 

노을 지는 바다로 가는 풍경이랑 시간이 저에게는 잊히지 않았다. ‘이런 노래를 누가 부르고 썼을까’하고 찾아본 적이 있었다. 지금까지 즐겨 듣는다. 너무 큰 위로가 됐다. 여러분을 만나면 꼭 얘기해 주고 싶었다.

 

 
이 노래는 막연히 예쁘다는 것을 말하는 노래가 아닌 예뻤던 모습이 ‘그립다’는 의미를 담은 노래이다. 예뻤어라고 외치는 가사에 담긴 의미가 마음에 와닿았기에 위로가 된 것이라 생각한다. 과연 ‘예뻤어’ 가사를 영어로 바꿔 pretty라고 외쳤어도 한국어만큼의 감동과 위로가 전해졌을까.
 
좋아하는 마음, 보고 싶은 마음을 열심히 영어 단어로 외쳐도 한국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느낌에는 한계가 있다. 오로지 한국어로서만 전달되는 감정이 있는 것이다. 아무리 멜로디가 중독적이더라도 영어와 한국어가 맥락 없이 섞인 노래가 우리 삶에 감동이나 여운을 주기는 어렵다.
 
오히려 FIFTY FIFTY - Cupid, 규빈 - really like you 노래처럼 한국 버전, 영어 버전을 명확히 구분하여 외국시장을 노리는 동시에 자국민 또한 그 노래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K-POP의 정체성은 '언어'에 달려있다


 
한국어, 영어 혼용 가사 비중이 점점 증가하는 것은 한국음악의 정체성이 모호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한국 작가가 한국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영어로 출판했다고 해서 그것을 한국문학이라고 정의하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자국의 언어로 작품을 이해할 수 없고 독자에게 온전히 내용이 전달될 수 없는데 그것을 어떻게 한국문학이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블랙스완, 니쥬 등 한국 아이돌 시스템을 바탕으로 멤버 전원이 외국인으로 구성된 그룹이 데뷔했을 때, 과연 K-POP 그룹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느냐라는 논쟁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를 현 상황에 맞춰 생각해 본다면, 과연 한국인 멤버로 구성된 그룹이 영어로 부르는 노래를 K-POP 장르라 말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K-POP의 정체성이 인종에 있느냐, 시스템에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언어’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 땅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를 담고 이야기를 담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언어로 창작될 때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 장르로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독립된 국가의 기준은 독자적인 언어와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내는 문화의 존재 유무이다. 역사적으로도 식민 지배를 시도했던 나라들은 한 나라의 언어를 말살하고 문화를 제거하려고 한 역사적 사실들이 명료하다. 따라서 언어를 지킨다는 것은 한 나라의 정체성을 보존하는 길이고 동시에 자신이 살아가는 터전을 지켜내는 일이다.
 
BTS, 데이식스뿐만 아니라, 세븐틴, BTOB, 아이유, 악동뮤지션 등 많은 K-POP 가수들이 한국어를 바탕으로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하고 있다. 그들의 음악을 통해, 자국의 언어로 사랑, 청춘, 위로, 그리움 등 우리의 삶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인지 깨닫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본다.

 

 

[김세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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