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11-12일, 실내 공연장에서만 만나볼 수 있었던 뮤지컬 공연이 화창한 봄날의 햇살과 함께 노들섬 야외 공연장에서 진행되었다. 실내 공연장과는 또 다른 색다른 매력으로 뮤지컬 넘버들을 즐길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 원더랜드 페스티벌 피크닉은 극장 크기나 배역에 얽매이지 않는 축제의 장을 마련해 배우와 관객 모두 한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로 열렸다. 특히, 뮤지컬이나 방송으로 보던 무대와는 달리 야외 페스티벌만의 재미를 느끼길 바란 관계자의 의도에 맞게 아티스트의 솔로 무대부터 듀엣, 트리오 무대까지 다채로운 구성을 통해 완성도 높은 새로운 콘셉트의 무대를 선보였다.
평소 뮤지컬을 좋아하는 편이나 때때로 뮤지컬 공연을 관람할 때 지켜야 할 에티켓들이 답답하게 느껴지곤 했다. 뮤지컬에 진심인 덕후들이 많은 만큼, 그리고 공연 관람비가 저렴하지 않은 만큼 사람들은 최고의 경험을 기대한다. 그렇기에 실내 공연장에서 뮤지컬을 볼 땐, 다른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도록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배우의 연기와 노래 실력에 감탄하더라도 속으로 리액션을 삼킨 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 원더랜드 페스티벌은 좋아하던 뮤지컬 넘버들을 자유롭게 즐기고, 환호하고 박수 치며 보다 자유롭게 즐길 수 있어 새로웠다. 햇살 좋은 날, 누구나 기분 좋게 웃고 떠드는 소풍처럼 말이다.

물론 이번 페스티벌은 야외에서 진행되며 여러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다. 화창한 봄 날씨를 기대했던 관계자 및 관객들의 기대와 달리 11일에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기존에는 돗자리를 깔고 앉아 즐기는 피크닉존 중심으로 자리가 구성되었으나 주최 측은 급하게 방석을 제공하며 의자가 깔린 객석 존으로 변경해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아쉽게도 궂은 날씨 탓에 첫째 날 공연을 볼 수는 없었지만 둘째 날 공연은 만족 그 자체였다. 전날 비가 내렸던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화창하고 따가운 햇살 아래에서 비로소 사람들은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이번 원더랜드 페스티벌에는 크고 작은 무대와 방송 매체를 종횡무진 오가며 인기를 얻고 있는 최애 배우들이 자리했다. 둘째 날 오후 무대엔 고훈정, 배두훈, 백형훈이 함께 무대에 올라 여러 곡을 번갈아 선보였고 저녁엔 옥주현과 이지혜가 함께 무대에 올라 뮤지컬 팬들이라면 모두 기다려왔을 넘버들을 선보였다.
오후 무대에서는 특히 백형훈의 기백이 돋보였다. 보통 차분하게 뮤지컬을 관람하는 뮤덕의 특성 때문인지, 더운 날씨 때문인지 생각보다 처진 관객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그는 춤도 추고, 호응을 유도하기도 하고, 본인이 출연했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넘버를 시원하게 부르며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처음엔 가만히 앉아 있던 관객들도 점차 함께 일어서서 공연을 즐기고 호응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발랄한 백형훈의 모습을 보며 언젠가 그가 출연하는 렌트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공연을 꼭 봐야겠다 다짐했다.

해가 서서히 질 즈음엔 이번 페스티벌 공연의 꽃이었던 옥주현과 이지혜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어스름한 하늘 아래 달을 바라보며 부르던 옥주현의 Magic Moon을 시작으로 둘이 함께 출연한 마리 앙투아네트, 레베카, 엘리자벳 등 다양한 작품들의 넘버를 선보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마님'이라는 대사와 함께 레베카의 전주가 흘러나왔을 땐 소름이 돋았고 쌀쌀한 와중에도 열창하며 공간을 가득 메우는 두 배우의 목소리에 감격했다.
사실, 옥주현의 노래 실력과 뮤지컬에 있어 그녀가 얼마나 진심인지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사실 살짝 허스키하고 깊은 옥주현의 목소리와 대비되는 옥구슬 같은 이지혜의 목소리에 반하고 말았다. 특히,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원하는 엘리자벳의 넘버 "나는 나만의 것"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부드러움과 강인함이 공존했다. 공간이 막혀 소리가 잘 울리는 실내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장 전체를 울리는 풍부한 소리와 정말 마음을 담아 부르는 듯한 전달력에 감탄했다.

페스티벌을 진행하는 관계자분들과 무대에 올랐던 배우들 모두 일반 공연장과 달리 예측할 수 없는 환경 때문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자연과 어우러져 뮤지컬 관객들에겐 새로운 감동을, 뮤지컬을 몰랐던 사람들에겐 새로운 발견을 선사한 이번 원더랜드 페스티벌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반복되는 일상과 그 안에 여러 어려움으로 지쳐가던 때, 페스티벌의 이름처럼 잠깐 원더랜드에 다녀온 듯한 꿈같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