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장국영, 당신이 떠나간 후에 [사람]

글 입력 2024.03.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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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살 수 있는 방법은 사람들 마음 속에 남아 영원히 사는 것이다. 4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영원히 사는 사람이 있다. 배우이자 가수였던, 4월 1일이면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장국영이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패왕별희>라는 영화를 통해서다. 미디어에서는 패왕별희를 패러디하며 웃지만 영화는 꽤 진지하다. 그리고 나는 패왕별희를 보고 몇 달 동안 장국영이라는 사람에 대해 깊이 빠져 있었다. 패왕별희는 중국 현대사에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대에 경극을 했던 예술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인 우희는 불안정한 사회적 상황 속에서 본인의 삶 역시 불안정했다. 사랑했던 어머니, 사랑했던 경극, 사랑했던 친구.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떠나보내며 결국 자신도 세상을 떠난다.

 

장국영 역시 사랑했던 음악, 사랑했던 연기, 영화를 이어 나가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기자들에게 시달리며 스캔들에 휘말리는 일이 잦았고, 그도 결국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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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동안 나쁜 일은 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내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라며 견디기가 힘들었다는 그의 유서를 보며 패왕별희의 주제곡인 <당애이성왕사(當愛已成往事)> 떠올린다. 다시 만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내가 없는 삶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날 잊으면 아픔도 없다는 그 가사가 마치 작별 인사 같아서 그 노래만 하염없이 들었다. 우희가 느꼈을, 장국영이 느꼈을 통증을 느끼며, 어쩌면 마음속에 남아 영원히 기억되는 이유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 것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그런 고통의 흔적마저 사랑하며 상처를 끌어안고 잊지 않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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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별희 이후로 장국영이란 사람에 대해 푹 빠져 <영웅본색>, <천녀유혼>, <해피투게더>을 포함해 영화를 15편 더 보고, <월량대표아적심>, <당년정> 등 노래들을 들으며 그를 추억했다. 그리고 내가 느낀 것은 그는 우희처럼 비극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20세기 말 남자 배우들이 마초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던 분위기와 달리 그는 꿋꿋하게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때론 새침하고 사랑스러운 인물로 코믹 연기를 했던 <가유희사>로, 골동품을 훔치는 도둑이 되어 액션 연기를 하며 웃던 <종횡사해>로, 어렸을 적 버림받은 상처로 삐딱하게 반항하며 여자들에게 상처를 주고 다니지만 가장 상처받은 눈을 가졌던 인물을 연기한 <아비정전>으로. 뿐만 아니라 <무심수면>을 노래하며 무대 위를 누비며 춤추던 능청스러운 가수의 모습까지. 재미있고, 쓸쓸하고, 유쾌하고, 단호해 보이는 그 모든 여러 모습이 다 그였다.


이맘때쯤이면 생각나는 그를 보며, 나는 우리를 투영해 본다. 활기차고 장난스런 모습을 띄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았으며, 때로는 소신있게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우리의 어떤 날의 부분과도 겹치며, 우리 심연에 존재하는 우울함, 외로움 같은 감정들마저 그는 끌어안았다. 보여주고 싶은 밝은 부분들과 들키고 싶지 않은 부분들을 솔직하게 표현했던 그라서, 내 삶과도 너무 닮아 있기에 위로받고 싶어서, 위로하고 싶어서 그를 이토록 그리워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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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옥엽>에서 유명한 프로듀서이자 가수 ‘샘(장국영)’은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고 했다.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던 샘처럼, 장국영도 아프리카처럼 넓고 광활한 자연이 아름다운 곳에 가서 자유를 찾았을까. 그곳에 닿아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함께 있길 바라며 그의 음악과 영화들을 다시 꺼내 본다. 그리고 화면 속에서 그가 웃으면 나도 웃고, 그가 공허해하면 나도 공허해 본다. 그렇게 과거의 흔적들만 남겨두고 홀연히 떠나버린 그의 모습을 보며, 나도 나만의 흔적들을 남기기 위해 고군분투해본다.

 

 

[이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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