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의 이웃이 되어줄래요? [게임]

나의 친절한 이웃, My Friendly Neighborhood
글 입력 2024.03.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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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게임 My Friendly Neighborhood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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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인형들이 점령한 방송국에서 탈출해야 하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마스코트 호러게임 (나의 친절한 이웃)의 주인공 고든 오브라이언이다.


모든 TV에 강제로 방송되기 시작한 과거의 인기 어린이 프로그램, My Friendly Neighborhood의 송출을 중지시키기 위해 버려진 방송국을 찾은 고든은 인형 ‘리키’를 시작으로 어딘가 이상한 인형들을 마주하게 된다. 자신을 방해하는 인형들부터, 기괴한 형태로 변형된 인형까지 모두 해치운 고든은 방송을 종료시킨다.

 

고든은 안테나를 끄기 위해 방송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인형들을 마주한다. 렌치로 세트장을 두드리는 심술쟁이 ‘레이’는 자신의 물탱크를 고쳐 준 고든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고든을 위협하던 ‘고블렛’은 고든의 위로를 받고 행복한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또 고든이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게 막던 ‘아놀드’는 고든의 피아노 연주를 듣자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만의 사연이 있는 인형들에 고든은 생각에 잠긴다.

 

 

My Friendly Neighborhood _ Full Game Walkthrough _ No Commentary 19-20 screenshot.jpg

 

 

사실 인형들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친절한 이웃’이 되는 법을 알려주던 프로그램의 취지처럼, 방송국 속 버려진 인형들은 여전히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따듯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사회 속 사람들은 친절함을 잊고 자신만을 위해 행동하기 시작했으며,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는 자극적인 TV 프로그램들에 밀려 조기 종영될 수밖에 없었다. 텅 빈 방송국과 세트장에 남은 인형들은 자연스럽게 자극적이고 수위가 높은 프로그램들을 시청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인형들은 과격한 행동과 비정상적인 인형으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을 사랑하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남아있었다. 어딘가 나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 같던 인형들은 사실 모두가 ‘진짜 친절한 이웃’이었던 것이다.

 

My Friendly Neighborhood, ‘나의 친절한 이웃’은 따듯한 게임이다. 친절함을 잊은 사회 속 친절한 세상을 꿈꾸는 버려진 인형들의 이야기는 주인공 고든과 플레이어 모두에게 타인과 함께 사는 삶에 대한 화두를 던져준다. 또한 ‘무조건 죽여야 할 적’이 아닌 ‘각자의 사연이 있는 캐릭터’가 등장함으로써 평화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간 보스 등의 비중있는 캐릭터들을 공격과 사살이 아닌 대화를 통해 마주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인형들을 섣불리 공격하지 않고, 그들의 사연을 경청한다. 이렇듯 상대방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인형들과 주인공 모두 정신적인 성장을 이루어 낸다.

 

장난감을 다룬 평범한 공포게임일 것 같던 이 게임은 깊은 여운을 주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다. 인형 각자의 사연과 스토리의 높은 개연성, 현대사회 그리고 우리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게임의 메시지까지, 어딘가 영화 같은 감성적인 전개와 결말에 여운이 남는 게임이다. 게임을 하며 주인공의 조력자이자 사회자 역할을 했던 ‘리키’는 ‘최종 흑막’이 아닌 진심으로 아이들을, 그리고 사람들을 사랑하는 인형이었을 뿐이며 주인공을 향해 무자비하게 달려드는 인형들은 단지 포옹을 원했던 것이다.

 

깜짝 놀라는 서프라이즈 요소와 무서운 그래픽을 이용한 정통 공포게임과 달리, 잔잔하면서도 각박해진 현대 사회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

 

 

My Friendly Neighborhood _ Full Game Walkthrough _ No Commentary 3-3-38 screenshot.jpg


 

점점 많은 정(情)을 바라지 않게 된다. 지나가다 누군가가 넘어졌을 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정만을 기대한다. 각박해지는 세상 속 우리는 함께 살아가기보다는 혼자 살아가기를 선택했다. 하지만 마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인형들처럼 친절한 이웃이 사라진 이 시대 속에도 사랑에 대한 마음과 희망을 품은 존재들이 가득할지도 모른다. 혐오와 증오로 점철된 현대 사회에서 과연 우리들은 친절한 이웃이 될 수 있을까? 나의 질문에 리키가 답한다.

 

 

My Friendly Neighborhood _ Full Game Walkthrough _ No Commentary 3-7-17 screenshot.jpg


 

건물은 어둡고, 길거리는 텅텅 비었어요.

아무도 친절한 이웃이 되는 법을 모르죠.


이 도시에는 꽉 닫힌 마음만 가득하고,

누군가가 그들의 마음 속에 빛을 비춰줘야만 해요! 


당신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친절해지고 싶잖아요. 


자, 우리의 이웃이 되어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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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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