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피에타와 겟세마네를 비교하며 - 뮤지컬 피에타

글 입력 2024.03.1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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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는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세계적인 조각상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탈리아어로 슬픔과 경외, 연민을 뜻하는 말이다.

 

이번에 관람했던 뮤지컬 <피에타>의 경우, 내게는 개인적으로 그처럼 단어의 종교적 의미가 암시하는 전개와 방향성을 넘어서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매우 내밀한 감정과 호흡들을 상기하게 해주었다.

 

또 다른 유명한 뮤지컬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2막의 삽입곡인 <겟세마네>와의 짤막한 비교를 통해 내가 느낀 점들을 술회하고자 한다.

 

 

배우 김사라(원 캐스트).jpg

 

 

우선 뮤지컬 <피에타>는 김사라 배우 (마리아 역)의 원 캐스트로 진행된다.

 

뮤지컬의 1막에서 배우와 관객이 동시에 상상하는 아기 예수에 대한 어머니의 감정을 고스란히 그 상황에 녹여내고, 나아가 다양한 어조와 몸짓을 통해 한층 풍성하게 풀어낸 감정의 호흡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그녀의 연기를 보며 나는 <겟세마네>를 떠올리게 되었다. 스티브 발사모나 테드 닐리 혹은 여타의 유명한 한국 뮤지컬 배우들이 연기했던 예수 역시 홀로 한 뮤지컬의 2막을 채우고 이끌어간다.

 

이를 연상하게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그녀가 보여준 훌륭한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마리아의 인간적 번민과 고통, 상실감 등을 공감하게 만든 점이 주요했다.

 

이는 마치 <겟세마네>에서 예수가 하나님 아버지께 가감 없이 표출하는 인간적 감정들의 깊이를 다시금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게끔 만들었고 특히 극이 후반부로 나아갈수록 '성모'와 '성자'라는 호칭에서 벗어나 한 명의 인간 그 자체로서만 보여줄 수 있는 마리아와 예수의 모습은 어떠한가를 절실히 느끼게 했다.

 

 

뮤지컬 피에타_포스터.jpg

 

 

김사라 배우가 뮤지컬 중반부까지도 지속적으로 관객들과 눈을 맞추고 거리를 좁히며 소통을 시도했던 이유 역시 단순한 주의 환기 내지는 마리아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극적 장치에 국한되지 않고 오히려 마리아의 가장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연출가의 목적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에타>에 예수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곧 그 자체로 관객들로 하여금 예수와의 거리감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는 인간의 몸으로 태어났으나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로서 이 땅에 온 목적을 알고 있으며 반드시 죽게 되어 부활에 이르게 되는 그의 운명을 인지하고 있다.

 

반면 마리아는 예수를 잉태하기 위해 선택받은 동정녀일 뿐, 예수의 거룩한 사명을 함께 짊어지는 존재가 아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겟세마네>에서 드러난 예수의 처절한 울부짖음보다도 <피에타>의 마리아가 토해내는 비애와 연민, 그리고 상실감의 고통이 관객들에게는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장 단출한 형식이지만, 어떤 예술장르들보다 풍성한 상상과 표현을 성취할 수 있는 형태."

 

<피에타>의 공연소개서에 담긴 연출가의 이러한 설명처럼, 이번 관람이 개인적으로는 배우 혼자서 주도해 나가는 뮤지컬이 이토록 일정한 호흡 속에서 압도감과 놀라움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에 감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 역시 뮤지컬 <피에타>를 관람한 후 <겟세마네>와의 비교를 통해 우리가 지금껏 깊이 있게 상상해 보지 못했던 성모 마리아의 인간적 내면을 곱씹어보는 순간을 갖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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