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생명과의 광활한 대화의 시도, 북극을 꿈꾸다

글 입력 2024.03.1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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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척박해만 보이던 북극을 황홀한 상상력의 보고로 펼쳐내다"

 

북극 하면 떠오르는 화두는 기후 위기다. 녹아가는 빙하, 그 위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북극곰, 멸종 위기에 놓은 다양한 동식물...... 뉴스에서나 들어본 북극의 이야기는 당장 위험에 처한 곳으로만 인식된다. 하지만 『북극을 꿈꾸다』의 저자 배리 로페즈는 북극을 믿을 수 없는 상상력으로 재편한다. 북극이 들려주는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며, 미지의 땅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9장의 대서사시로 풀어낸다.

 

북극을 이해하려면 북극이 품고 있는 고유한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 수천 년간 이 대지와 호흡해 온 생명들, 그는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상상력은 여기서 시작된다. 1장의 각종 북극점의 의미와 위치, 2장의 평온하고 강인한 사향소의 생존방식, 3장 북극곰을 바라보는 존중어린 태도, 4장 유니콘과 혼동한 일각고래의 신비성, 5장 땅의 호흡에 따라 움직이는 생명들의 대이동, 6장 얼음의 빛과 공포, 7장 땅을 감싸는 언어, 8장 북극 탐험의 역사와 9장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까지.

 

동물들의 오고 가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땅이 그들을 만나러 부풀어 오르고 또 동물들이 떠난 뒤 가라앉는 걸 느끼면서, 나는 대이동을 일종의 숨쉬기로, 땅의 호흡으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p. 270)

 

로페즈가 바라보는 북극은 결코 이해하는 납작한 언어에 엎드려 있지 않다. 이 아름다운 세계에 눈을 떼지 말아 달라고, 권력을 내려놓고 북극 자체를 온몸으로 느껴보길 제안한다. 그가 본 북극은 숭고한 순수성과 침해받지 않은 대지 본래의 아름다움의 보고다. 

 

고요한 생동의 힘과 경이롭고 신비한 감각 세계를 파괴하는 인간의 잔인함을 묘사하고, 미지로 남아있는 생물종들의 습성을 탐색하며 멀리서 그들을 지켜본다. 북극의 원흉은 비단 기후 위기만이 아니다. 조용한 이곳을 사냥하고 피로 물들여 정복의 트로피로 이용하는 인간의 욕심에 있다.

 

그곳에서 물범의 세계를 무시하고 인간들이 하던 것이, 대지를 무시하고 인간들의 과제와 처지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대지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이 치명적이지 않을까. 나는 생각했다. 아마 당장 내일이나 내년은 아니겠지만, 우리의 길고 단호한 진화의 길을 돌아보고, 우리를 이처럼 멀리 끌고 온 사고들을 의심해 본다면, 치명적일 것이다. (p. 47)

 

북극이라는 대지가 인간의 의식 세계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대지를 이용하고자 하는 욕망은 대지에 대한 우리의 사고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그리고 부유해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배리 로페즈는 세 가지 주제를 화두로 던지며, 고래 포경 이야기를 시작한다. 끊임없이 포획하고 생명들을 살생하는 잔혹한 침입자, 인간의 실체를 볼 때마다 끔찍해서 책장을 수십장을 넘겨버렸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꿈 중 하나는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아우르는 존엄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바람 중 하나는 그런 존엄을 우리 각자의 꿈으로, 많든 적든 본보기로 삼을 수 있도록 각자의 삶으로 가져오려는 것이다. 이를 위한 투쟁이 투쟁이 된 이유는, 성인의 감수성이 삶의 모든 어두운 맥락들을 포괄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을 찾아야만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의 방법은 인간의 계획이 닿지 않는 땅, 원초적인 질서가 충만한 땅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p. 622~623)

 

북극에는 과학으로 풀어내지 못하는 생각들이 있다. 빙산의 일각만 보지 말고 바다 아래 잠든 거대한 얼음덩어리 같은 존재들. 인간과 자연의 유대는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곰곰이 반추하게 한다. 얼어붙은 생각을 깨며 마지막 미지의 땅을 걷는 기쁨, 저자가 광활한 대화를 시도 했듯이 우리도 두꺼운 책에서 느껴라도 봐야 한다. 그 생생함과 경이를. 존엄과 존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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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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