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의 삶이 누락된 곳에서 느끼는 따뜻함 - 북극을 꿈꾸다

글 입력 2024.03.16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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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녹아내리는 빙하, 빙하 끄트머리에서 슬픈 표정을 짓는 북극곰.


북극곰은 기후변화라는 말이 생긴 시점부터 끊임없이 인간의 영향으로 인한 피해자로 그려져 왔다. 북극곰을 위한 후원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땅은 점점 좁아질 것이다. '북극을 꿈꾸다'는 딱히 인간에게 죄를 묻진 않는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점점 겸손해지는 마음에 고개를 떨구게 될 뿐이다. 작가인 베리 로페즈는 인간이 자연을 보호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점을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자연은 인간이 없었던 아주 옛날에도 잘 굴러갔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겸손의 필요성은 전한다. 기후변화의 피해 지역으로만 수동적으로 묘사되는 북극에 대한 안타까운 무지에 대한 꾸짖음도 녹아 들어있다.


툰드라, 불모의 땅으로 북극을 여긴 것은 그야말로 인간의 무지와 오만에서 비롯된 일이다. 개척자로서 간 북극은 낯설고 모진 땅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북극을 탐험한 사람들의 기록이 학습을 통해 받아들여지면서 오직 그들이 겪은 북극만이 우리가 아는 북극이 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책에서 그려지는 북극은 전혀 다르다. 생명의 증거와 인내의 땅이 만들어내는 자연사의 보고.


북극에 대한 애정과 그 안의 생물에 대한 기막힌 서사를 읽다 보면 읽는 사람인 내가 다 인간이 미워진다. 사냥의 앞에서 생각이 많아지고, 탐험가들의 성취에 대한 다른 평가를 내리게 된다.


로페즈의 말과 같이 야생동물에 대한 인간의 치명적인 개입은 생물학적으로도 경제학적으로도 복잡한 문제다. 인간이 동물의 한 종을 완전히 파멸한 기록은 매우 뿌리 깊은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생물을 해쳐왔고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너무 많이 해치는 잉여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아름다운 상상력을 펼치는 와중에도 문득 '탐사'의 명목으로 생태계를 해치는 인간의 행위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인간은 특정 지역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관계를 '먹이 사슬' 이상으론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단다. 먹이 사슬이라니 얼마나 인간적인 발상인가. 자연에 보존된 지혜는 땅과 상호적으로 관계를 맺어야 한다.


산업 개발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북극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입장에선 새로운 자원지의 발견일지는 몰라도 북극은 훨씬 이전부터 그 지역의 동식물이 살아가던 배경이었다. 북극의 아름다운 동물들의 역사를 짚어주는 로페즈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완곡하게 인간의 탐욕을 지적한다.


천국이 사향소들의 여름 서식지보다 더 아름다운가 물었다던 어떤 사람의 이야기처럼 나는 북극과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것들에 대한 상상을 해나간다. 이 책엔 북극에 대한 이야기지만 사진 한 장 없다. 그럼에도 나는 꾸준히 북극에 대한 그림을 그리게 된다. 로페즈가 보고 간 북극이 최대한 오래 그대로이길 바라며 상상하기로 했다.


부제인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는 어쩌면 미래에 대한 걱정일지도 모른다. 상상은 언젠가 듣고 본 적 있는 데이터를 토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본 적이 없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렵다는 의미다. 상상할 수 있는 북극의 모습이 유지될 수 있기를 책장을 덮으며 바라본다. 상상력이 사라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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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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