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끔 우리는 비범함이 우리 안에 있음을 잊기에 [음악]

재즈 보컬리스트 '김유진'의 정규 2집 [Extraordinary]
글 입력 2024.03.13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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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3월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두텁게 입고 나갔던 옷이 낮에는 손의 짐이 되는 그런 계절이다.


필자는 대학교에 복학했다. 폭신한 패딩을 팔에 걸치고 쉬는 시간마다 강의실을 바꿔 분주히 움직인다. 

 

분주하지만 허둥대지는 않는다. 이제는 학교 골목을 몸이 기억하기 때문이다. 발에 익은 곳이 많아진 만큼 이제는 마냥 낮은 학년이 아니게 되었다. 학교 행사 안내보다 졸업요건표를 꼼꼼하게 보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런데 이따금 들려오는 남 소식에는 괜히 허둥대게 된다. 다들 자기 가닥을 잡고 잘 나아가는 것만 같다. 지난날을 들춰보면 나 역시 이것저것 부지런히 산 것 같은데 자꾸만 구멍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니, 구멍들만 눈에 들어오는 걸까. 


구멍 사이로 다른 사람들의 좋은 소식이 들리고 멋들어진 성과가 보인다. 구멍들을 빼곡히 채워야 할 것 같다는 분주한 마음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구멍 사이로 줄줄 샜다. 특출난 - ‘비범한 사람’이 되어야 앞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득해진다. 


그런데 과연, 구멍을 남의 기준에 맞춰 메운다고 해서 우리는 진정으로 비범해질 수 있을까? 구멍으로 외부만을 바라보며 내면의 누수를 놓치면 우리의 빈 공간은 영원히 채워지지 못할지도 모른다.

 

 

 

재즈 보컬리스트 '김유진'의 [Extraordin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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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보컬리스트 김유진은 외부의 평가에서 벗어나 시선을 자신의 내면으로 가져가기로 마음먹는다. 23년 11월 14일 발매되었던 그녀의 정규 2집 [Extraordinary]가 이 여정을 보여준다. 


앨범명과 같은 이름을 가진 타이틀 곡인 ‘Extraordinary’를 제작하며, 처음엔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은’ 그녀의 바람으로 시작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제작기 중 깨닫게 된다; ‘이미’ 자신은 세상에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중요한 것은 우리는 모두 각자의 고유한 특성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선을 내면으로 가져가는 순간 - 그녀가 곡을  작곡하던 과정에서 그랬듯 - 우리는 이 세상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임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러한 깨달음을 총 9개의 트랙에 녹여 내어 세상과 나누고자 한다. 다양함을 포용하자는 메시지를 음악 자체가 말해주듯, [Extraordinary]는 재즈의 기초를 유지하되 Rock, Avant-garde, Latin 등 다양한 장르를 융합하여 무한한 가능성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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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들여다본 그녀의 다채로운 내면은 진정으로 ‘비범함’을 완성해주었다. 24년 2월 29일 중계된 2024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재즈 - 보컬 음반 부문에서 23년에 이어 연속 두 번 수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Extraordinary]는… 다양한 장르의 언어를 융합하며 확장성 있는 작곡과 작사 역량을 선보였고, 한층 더 와일드하고 과감해진 표현력으로 보컬리스트로서의 자신감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 2년 연속 수상이라는 이례적인 성과가 김유진의 미래뿐만 아니라 한국 재즈의 발전에 의미 있는 자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선정위원 김민주 


23년 수상을 하여 24년에는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김유진에게 수상자 발표를 하기 전, 진행자는 ‘혹시 2년 연속 수상하게 되어 자기 자신에게 상을 주는 상상을 해보았냐’고 물었다. 그녀는 상상해본 적 없다고 말을 했다. 결과지를 열어 수상자의 이름을 먼저 본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온 미소에 결과를 듣기도 전 모두가 직감할 수 있었다. 그녀의 고유한 아름다움이 그녀의 상상을 넘어 더 넓은 곳에 도착했다는 것을.

 

*

 

잇몸에 구멍이 났다. 구멍 난 생각을 자꾸 하다 보니까 몸에도 구멍이 났나 보다. 한참 전에 뽑은 사랑니 자리에 갑자기 조그마한 구멍이 난 것이다. 구멍이 점점 붓더니 꽤 아파왔다. 붓기가 퍼지더니 결국 목도 아파져서 병원을 갔다.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으면서 생각해보았다. 외부에 시선을 두다 정신이 팔려 나의 상태를 보지 못한 지난 3월에 대해 - 아, 근 2주간 사실은 피로했구나. 

 

구멍이 났다면 이제는 속에서부터 채울 차례이다. 자신의 목소리와 내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김유진의 [Extraordinary] 앨범의 3곡을 필자가 특약 처방한다.

 

 

 

Track 1. Don’t Tell Me 


 

 

 

Don't Tell Me. 

 

펑키한 비트가 깔린다. 김유진이 깊이 들이쉬는 숨에 집중을 하다보면 산뜻한 목소리로 그녀가 말한다. 


Don’t tell me do what to do

or what should I do. 

(...)

I’m gonna do what I want anyway. 


이어서 그녀의 위트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마치 뮤지컬 대사를 하듯, 그녀에게 잔소리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 방 먹여주듯 상황극이 펼쳐진다.


Hey why are you talking like that? 

- Cause I can. 

Hey what happened to your dress? 

- what’s wrong with my dress? 

I’m gonna do whatever I want. 

 

 

 

Track 2. Continuum


 

 

 

Infinity can't opposed to eternity 

Eternity can't be changed.

No reason to hide, no flaws in me.

Never changed or never die.


Continuum은 연속체라는 물질을 칭한다. 아무리 분해되어도 물질 본연의 성질은 변하지 않는 물질이다. 김유진은 이에 빗대어, 우리는 모두 연속체, 즉 어떤 모습이건 어떤 다양한 자아를 발견하건, ‘나’라는 존재의 고유함은 불변한다고 설명한다. 


곡은 총 세 가지의 다른 스타일의 리듬을 보여준다. 김유진의 다채로운 보컬 스타일을 볼 수 있는 이 곡은, 각 파트가 매우 달라 듣는 도중 곡이 넘어간건지 플레이리스트를 체크하게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보컬리스트 김유진의 유일무이함을 증명하듯, 분명 한 개의 곡, ‘Continuum’ 이다. 

 

 

 

Track 3. Extraordinary


 


 

Listen to the sound within your voice inside

Varied colored sky. A beautiful melody,

The sole existence.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으로 시작하는 ‘Extraordinary’. 다양한 색으로 수놓아진 하늘, 아름다운 선율, 그리고 고유한 존재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는 말한다. 


Bright your eyes.

Bright your heart. 


이어서 나오는 세션 연주 파트는 분위기를 고조시키듯 소리를 가득하게 채운다. 마지막에 터져나오는 듯한 그녀의 스캣은 ‘김유진’이라는 사람을 악기 자체로 느끼게 해주어 연주가 끝나지 않았으면 하게 한다.

 

 

 

김수진 에디터 태그.jpg

 

 

[김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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